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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뉴스]‘7세 고시’ 현상은 누구의 책임인가

온카뱅크관리자

2025-04-24 10:37:30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김준혁의 의학과 서사 (97) 한국의 ‘안나 카레니나’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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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출처: 유튜브 ‘핫이슈지’"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4/24/hani/20250424103505351rbps.jpg" data-org-width="800" dmcf-mid="WRKWe0VZDK"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4/24/hani/20250424103505351rbps.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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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유튜브 ‘핫이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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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설명을 드리는 점을 양해 부탁드린다. 이 지면은 ‘의학과 서사’ 칼럼이고, 글을 쓰는 이도 의료인이고 의료윤리학자일 뿐인데 아이의 교육에 대해 왈가왈부할 전문성은 없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먼저 드시는 것, 당연하다. 오늘은 유아 교육에 대한 전문적 견해를 밝히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초등학생을 키우고 있는 사람으로서, 아이 등·하원을 챙기고 학원 시험을 따라다녀 본 부모로서, 그리고 돌봄윤리에 관한 연구자 및 저자로서 개인의 경험과 윤리학자로서의 생각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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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간 멀게는 이수지씨의 ‘도치맘’ 영상에서부터, 가깝게는 천근아 교수의 “7세 고시는 아동 학대”라는 발언, 최근에는 영유아기 사교육이 아이의 교육적 발달(특히 언어능력, 문제해결력, 집행기능)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영유아기 사교육 경험과 발달에 관한 연구’라는 연구보고서와 그에 대한 교육부의 반응(이 보고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교육부가 인식 개선을 위한 직원 교육을 지난 15일 시행했다) 등은 이전 중고등학생의 살인적인 학업 일정이 문제였던 시기를 지나, 이젠 유아, 더 나아가 영아의 교육에 대한 경쟁적 광풍이 있음을 드러내는 소식들이다. 영어유치원과 사립초등학교에 보내는 이유 이 칼럼을 읽는 많은 분이 지금 영유아나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시지는 않을 것 같다. 따라서 관련한 내 경험을 먼저 제시해 보는 게 좋겠다. 만 9살 아동을 키우고 있는 우리 집은 만 4살에 아이를 처음 일반 유치원을 보냈다가 만 6살에 영어 유치원으로 옮겼고, 만 7살에 사립 초등학교에 당첨되어 학교에 보냈다. 지금 아이는 영어, 수학 학원에 다니고 있으며 영어와 학습 전반을 봐주시는 선생님 수업을 받는다. 또 몇가지 예체능(부모와 함께 가는 수영 교습을 포함하여)을 배우고 있다. 아이의 일정은 빡빡한데, 이런 일정으로 만들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예컨대 유치원을 옮긴 것은 코로나19 시절 아이를 일정 시간이라도 맡아주던 곳이 영어 유치원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사립 초등학교에 넣은 것은 아내와 나 둘의 직장과 아이 등교를 병행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지금 학원과 활동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아이의 시간이 학원과 숙제로 가득 차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아내라고 다르지 않다. 게다가 아내는 아이의 일정을 짜고 이동 경로를 조율하느라 많은 압박을 받았다. 지금 위중한 상태인 장모님을 집에서 간병하기 위해 이사하면서 아이 등교도, 출근도, 학원 이동도 상당히 손쉬워진 상황이라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이런 상황이 둘 다에게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것은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위안은 최소한으로만 시키면서도 그렇게 뒤처지진 않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사교육이 넘쳐흐르는 가운데 그래도 중심을 놓지 않았고, 소위 ‘고시’들을 쫓아 다니느라 아이를 소진하지 않았으며, 여러 다양한 활동과 경험에 (우리가) 함께 해왔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렇다면 이율배반이라는 생각이 드실 것 같다. 애초부터 아이에게 그렇게 열심히 시킬 생각이 없었다는 뜻인데, 지금 여러 사교육에 아이를 노출시키고 있는 당신은 앞뒤가 안 맞는 말을 하고 있다, 라고 충분히 생각하실 만하다. 하지만 이런 선택을 한 이유가 있다. 극도로 내향적인 나와 달리, 아이는 기본적으로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한다. 아무리 내가 다른 일정보다 아이를 우선한다고 해도(공공연하게 밝혀 왔지만, 나는 일단 저녁 강의든, 약속이든 잡는 것을 주저하거나 가능하면 피하는데 다른 어떤 일정보다도 아이와의 시간을 우선하려 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하루에 12시간 이상 근무하는 상황에서 학원이 없다면 아이를 자꾸 혼자 두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를 혼자 두는 일, 아무 활동도 제공하지 않고 그냥 집에만 있으라고 말하는 일을 나는 아동 방임이라고 판단한다. 그러므로 4세 고시와 7세 고시(각각 영어 유치원과 영어 학원을 보내기 위한 준비 과정을 고시에 빗대어 부르는 말)를 옹호하거나 비난하는 대신, 왜 그런 특이하고 무리한 노력이 생겼는지 생각해 보자. 이런 고시에 아이를 보내는 부모들을 아동 학대라고 싸잡아 비난하기 전에 검토해야 할 점이 있지 않을까. 결론부터 정리하려 한다. 일반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나는 7세 고시에 아이들을 보내는 부모가 어쩔 수 없이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경쟁에 내모는 것은 부모가 아니라 사회이며, 따라서 7세 고시에 대한 비난 대상은 마땅히 우리 사회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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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KBS 추적60분 ‘7세 고시, 누구를 위한 시험인가’의 한 장면. 사교육의 과도함이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이 상황은 누구의 책임일까. 유튜브 갈무리"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4/24/hani/20250424103508884tqnr.jpg" data-org-width="801" dmcf-mid="V3Gg0mYcwv"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4/24/hani/20250424103508884tqnr.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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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추적60분 ‘7세 고시, 누구를 위한 시험인가’의 한 장면. 사교육의 과도함이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이 상황은 누구의 책임일까.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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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위권, 아니면 모두 실패라고 말하는 사회 예컨대 사교육이 극심해 저출생이 벌어진다는 식의 담론을 보면 나는 마음이 갑갑하다. 사교육으로 저출생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사교육과 저출생 모두 사회가 인생에 대해 단 하나의 답만을 제시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비극이다. 인생의 여러 가지 형태나 방식을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개인의 노동력으로만 인생을 평가하는 이 사회가 낳은 부작용이 저출생이고, 사교육 과잉이다. 다시 4세, 7세 고시를 살펴보자. 다들 ‘고시’의 대상에 관심을 두지 않고 그저 사교육이 많은 것과 덮어두고 사교육을 쫓아 다니는 일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교육의 과잉 자체도 문제인 것은 맞다. 그러나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4세 고시는 영어 유치원을 보내기 위한 것이고, 7세 고시는 영어 학원을 보내기 위한 것이다. 물론, 수학 학원을 보내기 위한 시험도 있지만 그런 학원 시험에 고시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몇군데 되지 않는 ‘상위권’ 영어 유치원과 영어 학원에 아이들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고시가 등장한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꾸어야 한다. 저런 상위 영어 교육 기관이 아이들에게 무언가 이점을 제공하는가. 당연히 한국에서 백날 영어를 해 봐야 주로 한국어를 쓰고 잠깐 영어를 쓰는 환경에 있는 아이들이 좋은 영어 유치원이나 학원을 간다고 해서 영어 실력에서 엄청난 차이를 나타내기는 어렵다(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다). 정말 영어에 특출난 아이를 만들려면 아이를 외국에 보내서 영어가 기본인 환경에서 키워야 한다. 저 노력과 비용으로 영어를 가르치려면 외국에 보내는 게 낫다. 당장 나도 평생 영어를 배워 왔지만, 제대로 영어를 배웠다고 (또는 부족하나마 영어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 것은 미국에서 석사 유학을 할 때였다. 사실 4세 고시나 7세 고시는 꼭 영어 실력 자체가 목표는 아닐 것이다. 아이들이 에스알(SR) 시험(영어권 국가에서 초, 중학생의 영어 실력을 평가하기 위해 만든 시험으로, 학년 수준으로 점수가 나온다) 결과를 가져와서 영어가 미국 학생 기준 2학년이니 3학년이니 하는 것을 가지고 실제 미국 학생과 동등한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상위권 영어 유치원과 영어 학원을 보내는가? 거칠게 말하면 고등학생이 ‘서연고’에 진학하려는 것, 또는 대학생이 ‘삼슼현’에 취업하려는 것과 같다. 나는 치의학교육학교실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니 대학 이야기를 조금만 더 해보자. 사실 직업적 측면에서 본다면 당장 어떤 학생이 직업에 적합한지를 검토하기 위해 살펴야 하는 것은 출신 학과일 것이다. 물론 대학은 교양을 배우는 곳이고 어차피 신입 직원은 직장에서 일을 새로 배워야 하는 분야도 있겠지만, 내가 있는 곳을 포함해 한국의 많은 대학은 다분히 직업학교적인 측면을 지니고 있으며 그것을 부정하는 일도 이상하다. 대학교의 수준을 가를 수 있는 것은 일정 정도 사실이다. 하지만 학 학생의 역량을 따짐에 있어 학과보다 대학교가 우선인 것은 이상하다. 그런데 우리는 오랫동안 학생이 어느 학과를 다니는지보다 어느 대학교에 다니는지를 물었다. 그것은 상위권 대학교를 가는 것이 인생을 결정해 왔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우리는 서울대생의 인생과 다른 대학교 학생의 인생이 다르다고 믿는다. 상위권 대학이, 상위권 직장이, 이제는 상위권 영어 유치원과 영어 학원이 누군가의 인생을 정한다고 믿기에 우리는 그 대학을, 직장을, 영어 유치원을 열망한다. 그것은 상위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순간, 그 인생을 실패한 인생이라고 정의하는 데에서 귀결되는 선택들이다. 즉 한국 사회의 성공 서사는 단일의 경로를 취한다. 개인은 ‘상위권’에 어떻게든 붙어 있어야 하고, 그에서 내몰린 다른 모든 생의 경로들은 모두 개별적인 실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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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이반 크람스코이의 ‘낯선 여인의 초상’(1883).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의 일부 판에 표지로 쓰였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4/24/hani/20250424103510402lqon.jpg" data-org-width="800" dmcf-mid="fqWLFwyjsS"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4/24/hani/20250424103510402lqon.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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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반 크람스코이의 ‘낯선 여인의 초상’(1883).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의 일부 판에 표지로 쓰였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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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의 근원은 ‘안나 카레니나’ 사회 이렇게 말해봐도 좋겠다. 우리는 ‘안나 카레니나’ 서사 구조 속에 있다고.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니나’를 시작하면서 말한다.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모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나름으로 불행하다” (벨랴코프 일리야 교수의 ‘러시아의 문장들’에서 번역을 빌려 왔다). 이 표현,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읽혀 왔다. 그러나 나는 이 문장을 지금 우리 사회에 적용하여 극히 부정적으로 읽는다. 우리에게 있어 ‘행복’의 방식은 상위권에 어떻게든 매달리는 것 하나밖에 없고, 나머지 모든 방식은 모두 ‘불행’하다. 그리고 유일한 행복의 방식, 처절하게 상위권에 남으려는 악다구니가 성인에서 점차 영유아까지 확산하고 있다. 이것을 한국의 ‘안나 카레니나’ 서사라고 부르려는 것이다(다시 일리야 교수는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이 당시의 변화를 부정하던 톨스토이가 개인은 어떻게 해도 사회를 이길 수 없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해설하며, 나 또한 여기에서 같은 방식으로 저 문장을 읽는다). 다 그렇지는 않다고 믿는다. 그러나 지금 4세, 7세 고시를 “아동 학대”라며 비난하는 목소리들은 부모 개인을 향하고 있는 것 같다. 물어보자. 정말 개별 부모의 잘못인가. 공포 마케팅에 휘둘리는 부모들이 쓸데없이 괜한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인가. 그것은 피해자 비난, 범죄의 피해자에게 그들이 원인을 제공했다며 비난하는 일에 불과하다. 상위권에서 떨어지면 실패한 인생이라고 낙인찍는 ‘안나 카레니나’ 사회를 바꾸지 않으면서, 그 원인을 개인에게 돌리는 일은 비겁하다. 김준혁 | 연세대 교수·의료윤리학자 junhewk.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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