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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뉴스]김성진 과기한림원 총괄부원장 "위기, 성찰의 기회…신뢰도 회복에 집중"

온카뱅크관리자

2025-04-27 08: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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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진 과기한림원 총괄부원장. 과기한림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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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한림원은 사회와 국민의 신뢰를 기반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지난해 일련의 사건으로 한국과학기술과기한림원(과기한림원)이 큰 위기를 맞이했어요. 하지만 성찰의 기회로 삼고 기관 운영의 투명성과 개방성을 대폭 높이겠습니다."
 최근 경기 성남시 과기한림원에서 만난 김성진 총괄부원장은 "올해 과기한림원의 대내외 신뢰도 회복에 집중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3월 정진호 과기한림원 신임 원장과 함께 임기를 시작한 김 총괄부원장은 어깨가 무겁다. 지난해 과기한림원이 직장 내 갑질과 도덕성 해이 문제로 큰 논란을 빚었기 때문이다. 국정감사에서 큰 질타를 받으면서 정부 지원 예산도 10%나 삭감됐다. 
 위기의 상황에서 총괄부원장 직책을 맡기로 한 데에 대해 김 총괄부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정부 정책에 과학기술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과기한림원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과기한림원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해 국가의 과학기술 발전에 꼭 기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총괄부원장은 과기한림원을 개방적이고 투명하게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진호 과기한림원 원장은 지난 3월 기자 간담회에서 내부위원으로 운영되던 과기한림원 이사회에 외부위원을 도입하고 감사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관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감사기능을 강화하고 수평적인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하겠다고도 했다. 
 김 총괄부원장은 국가와 사회를 위해 옳은 일이면 항상 개인 시간을 아끼지 말고 소리를 내는 것이 지식인의 소임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 과학계의 큰 변화를 이끌어 내는 데 적극적이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그는 2023년 국방부가 폐지 방침을 밝힌 '전문연구요원제도'가 사라지지 않도록 일조했다. 
 김 총괄부원장은 "전문연구요원제도가 축소되거나 폐지될 경우 국내 이공계대학원 인적 자원의 붕괴와 고급두뇌의 해외유출 가속화가 더 심각해질 것이 분명했다"며 "당시 과기한림원에서 해당 주제를 공론화하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역할이 저에게 맡겨졌다. 관련 주제로 토론회 개최, 정책제언서 공표, 공동성명서 발표 등 눈에 보이는 활동 외에도 여러 관계자들을 만나 논의하는 과정을 수행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약 3년간의 임기 동안 김 총괄부원장은 과기한림원의 대내외 소통과 협력의 창구 역할을 할 계획이다. 과기한림원에서 총괄부원장은 과기한림원 회원의 역량을 효과적으로 이끌어냄으로써 실질적으로 과기한림원 목표가 실현되도록 일한다. 원장, 부원장 6명, 학부장 5명으로 구성된 과기한림원 집행부인 '운영위원회' 중 유일한 상근직 운영위원이기도 하다. 일종의 과기한림원 사업 책임자다. 
 김 총괄부원장은 "연구에 몰두하는 것이 주요 업무인 과기한림원 회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그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쉽지 않다"면서도 "회원들의 공통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를 이끌어내는 다양한 자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 총괄부원장은 출신 대학, 지역, 성별 등 기준에 구애받지 않고 오직 연구성과로만 평가해 훌륭한 과기한림원 회원을 선정하겠다고도 했다. 과기한림원은 교신저자로서의 대표논문 10편 이상 등 학문적 성취를 엄정하게 심사해 회원을 선출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는 "한림원 회원들은 각 분야의 차세대 과학자들에게 과학연구의 탁월성을 보여주는 역할모델이 되어야 하므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세심하게 선발하고 우리 과학기술계에 연구업적 평가의 기준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 총괄부원장은 과기한림원 설립 이래 최초의 여성 총괄부원장이다. 그는 "여성과학기술인의 부족, 특히 리더급의 성별 불균형은 전 세계 과학기술계의 공통 이슈다"며 "여성 과학인재를 양성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모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학한림원은 2016년 약 150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원장이 선출됐고 독일레오폴디나한림원도 올해 약 370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원장이 취임했다. 올해 취임한 프랑스과학한림원 원장도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원장이다. 
 앞으로 목표에 대해 그는 "과기한림원의 설립 목적은 ‘우리나라 과학기술 진흥’을 꾀하고 ‘국가와 사회의 발전’, 나아가 ‘인류의 안녕과 번영’에 기여하는 것이다"며 "과기한림원이 과학기술 전문가집단으로서 국민에게 여러 이슈에 대해서 정확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고 국제과학기술계에서 한국 과학기술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리더십을 발휘함으로써 국격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김 총괄부원장과의 일문일답.
 Q. 외국 한림원 제도 중 한국 과기한림원이 차용할 만한 제도는 무엇인지.
 "미국과학한림원의 정책연구 및 자문활동은 매우 우수하며 양질의 정책보고서를 출판하고 있다. 또한 독일에서는 ‘독일과학단체연합’을 통해 과학계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하고 있는 조직 간 교류가 적극적으로 이어간다. 독일과학단체연합은 독일연구재단, 대학총장회의, 막스플랑크협회, 프라운호퍼협회, 라이프니츠협회, 알렉산더폰훔볼트재단, 독일레폴디나한림원 등이 참여하는 조직으로 과학정책, 연구자금, 독일의 구조적 발전과 관련하여 공동 성명을 발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림원뿐 아니라 우리 과학기술계가 참고해야 할 모델이 아닐까 싶다."
 Q. 오랜 기간 대학의 연구·교육·행정에서 얻은 경험이 많다. 
 "1990년부터 이화여대에서 35년간 나노소재 분야 연구를 수행하며 주요 국제학술지에 3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국내 나노과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20년 대한민국 과학기술훈장 창조장을 받기도 했다. 또 여성 과학자로서 정부의 여러 전문위원회나 과학기술계 기관의 이사회나 자문단 등에서 참여 요청이 많았다. 이화여대에 35년간 근무하면서자연대학장, BK21+사업단장, 분자생명과학기술원장 등을 맡았고 외부에서는 대한화학회 부회장, 화학세계 편집위원장,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 등을 지냈다. 이 같은 경험이 총괄부원장 업무를 수행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올해 과기한림원이 한국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노벨상 프로젝트'를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도 연구자의 한 사람으로서 ‘노벨상을 타기 위해 연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 다만 허준이 교수의 필즈상 수상이 수학계에 가져온 자부심과 위상, 그리고 우수인재 확보의 효과 등 굉장히 큰 파급력을 가져오는 것을 보지 않았는가. 한국의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이 언론이나 국민들에게는 기초연구의 가치를 잘 알리고 기초연구 투자의 중요성에 대한 합의와 지지를 이끌어내어 우리 과학기술계가 보다 선진적인 시스템을 갖추는 데 모멘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를 위해 과기한림원은 국내에서는 기초연구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를 이끌어내고 국민들의 관심을 높이는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국제적으로는 그동안 한림원이 쌓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국의 우수한 과학자들을 홍보하고자 한다. 특히 자국내 최우수 과학자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과학선진국 한림원들과의 학술 교류를 확대하고 국민들, 특히 청소년들이나 이공계생들도 함께 세계적 연구리더들과의 만남의 기회를 누릴 수 있는 행사를 기획할 생각이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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