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특별 학교' 프로그램 선정 덕성여중 수업 현장
기본 앱 넘버스·키노트 활용도 높아…눈 피로도·충전 번거로움은 단점

아이패드로 수업하는 교실 (서울=연합뉴스)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덕성여자중학교에서 아이패드를 활용한 수업이 진행되고 잇다. 2025.5.15 [애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조현영 기자 = "난민의 실제 생활에 대한 영상을 한번 볼까요?"

15일 오전 8시 20분 서울 종로구 덕성여자중학교 1교시 사회 수업시간. 종이책 대신 애플 아이패드가 학생들의 책상 가운데를 차지한 채 수업이 시작됐다.

사회 과목 윤혜경(40) 교사가 자신의 탭에서 가자지구 난민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터치하자 화면이 공유되는 교실 내 큰 스크린에 영상이 재생됐다.

시청각 자료를 보기 위해 빔 프로젝터 전원을 켜고 스크린을 내리고 교사 PC와 연결해야 했던 번거로움이 사라진 것이다.

사회 과목은 교과서에 있는 지식을 실제 사회와 연결 지어 교육하면 효과적이어서 영상 자료 등 다양한 외부 온라인 자료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디지털 교과서 사용으로 그 과정이 쉽고 간편해졌다고 윤 교사는 설명했다.

덕성여중은 2022년 코로나19 시기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한 맞춤형 디지털 학습기기 '디벗'을 처음 도입했고, 작년부터는 '애플 특별 학교'(ADS·Apple Distinguished School) 프로그램에 선정돼 아이패드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ADS는 애플이 자사 플랫폼을 활용해 효과적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학교를 선정해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덕성여중은 국내 ADS 선정 학교 가운데 애플이 정한 우수 학교로 뽑혔다.

덕성중 교사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은 애플의 기본 앱인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 '넘버스'와 프레젠테이션 소프트웨어인 '키노트'다.

이날 사회 수업도 키노트를 활용해 진행됐다.

학생이 아이패드로 수업받는 모습 (서울=연합뉴스)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덕성여자중학교에서 아이패드를 활용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5.5.15 [애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예전에는 수업 내용이 바뀔 때마다 교사가 칠판에 판서해야 했지만, 이제는 슬라이드를 넘기는 것만으로 다음 내용을 진행할 수 있어 지연 없이 수업시간을 더욱 알차게 사용할 수 있다.

팀 프로젝트 차례에서 아이패드는 진가를 발휘했다.

학생들은 3~4명씩 한 모둠을 이뤄 각자 애플 펜슬로 서로 다른 색을 선택해 난민 구제 방안에 대한 의견을 패드에 작성했다.

애플 펜슬 대신 키보드로 의견을 입력하는 학생도 있었다.

모둠 토론 시간이 끝나자 윤 교사는 조별로 학생들이 작성한 내용을 전체 화면으로 공유했다.

좋은 의견이 나오면 화면에 있는 내용을 함께 읽어보기도 했다.

이전처럼 발표문을 작성해 학생들이 앞에 나와 구두로 발표했다면 어려웠을 일이다.

학생들은 패드를 집으로 자유롭게 가져가서 배운 내용을 복습할 수 있다.

넘버스는 주로 과제 등 학생들의 결과물을 관리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이날 패드를 활용한 수업은 매끄러웠지만,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다고 교사들은 회상했다.

덕성여중에서 국어 과목을 담당하는 주진완(49) 교사는 "처음 디벗을 사용할 때는 무선망이 옛날 거라 연결이 불안정한 경우가 많았고 학생과 교사 앱 버전이 달라 동기화 문제도 많았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문제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1월 말 모든 교실에 무선망이 깔렸다고 설명했다.

교사들 또한 패드를 이용한 수업에 적응하기 위해 연수를 받고 서로 경험을 공유하는 과정을 거쳤다. 학생들은 학기 초인 3월 첫째 주에 관련 교육을 받는다.

김지현 덕성여중 교감(57)은 "기기를 활용해서 수업을 혁신하는 것이 아닌, 수업 혁신을 위해 기기를 도입하자는 신념으로 임하고 있다"며 "학생과 학부모 만족도도 높고 학생 창의성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현 덕성여중 교감 [애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주 교사는 특히 넘버스와 키노트 등은 유료로 전환될 일 없는 기본 프로그램이기에 수업 방식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ADS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교사와 학생들은 디지털 수업의 단점으로 연결 불량과 충전의 번거로움, 눈의 피로를 꼽았다.

이날 윤 교사는 수업 중간 "와이파이가 문제 되고 있다"거나 "한 명이 동기화가 잘 안됐다"고 말했다.

인터넷 연결 상태에 따라 수업에 지장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책과는 달리 패드는 충전해야 이용할 수 있기에 한 학생은 보조배터리를 꽂은 채 수업을 듣기도 했다.

덕성여중 2학년 황보리 학생은 "패드는 눈이 아프고 충전이 귀찮은 것이 단점"이라며 "애플 펜슬로 필기할 때 미끌미끌해 잘 안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패드를 이용한 수업이 집중도를 떨어뜨릴 것을 우려한다.

이에 대해 주 교수는 학생이 수업시간에 수업과 관련 없는 SNS나 유튜브 등 앱에 접속하면 '스쿨 매니저' 계정을 통해 해당 학생의 태블릿을 잠그는 등 조치할 수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공지능(AI) 같은 첨단 기술이 교육 현장에 들어오는 상황에서 교사로서 대응 방법이 고민이라고 밝혔다.

주 교수는 "챗GPT 같은 AI가 교육 현장에도 들어오고 있다"며 "애플도 애플 인텔리전스 글쓰기 도구 같은 기능을 추가했는데, 이런 부분을 학생들에게 알려야 할지, 교사로서 어떻게 활용할지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hyun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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