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연구진, 감염병 생체모델 구축
신·변종 바이러스 조기탐색 등 활용
최영기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장이 박쥐 오가노이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오가노이드는 미래 팬데믹 선제 대응 등에 활용될 전망이다.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국내 연구진이 신·변종 바이러스와 미래 팬데믹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실험모델 구축에 성공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최영기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장과 구본경 유전체 교정 연구단장 공동 연구팀이 한국에 서식하는 박쥐에서 유래한 장기 오가노이드를 성공적으로 구축, 바이러스 감염 특성과 면역 반응을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오가노이드란 성체·배아 줄기세포를 실험실 환경에서 분화시켜 장기의 세포 구성·기능을 모방한 3차원의 장기유사체를 말한다.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 ‘사이언스’에 이날 게재됐다.
감염병의 약 75%는 동물로부터 유래하는데, 특히 박쥐는 사스코로나-2(SARS-Cov-2), 메르스코로나(MERS-CoV), 에볼라, 니파 등 다수의 고위험 인수공통바이러스의 자연 숙주로 알려져 있다. 박쥐 유래 신·변종 바이러스가 고위험 전염병이나 팬데믹을 유발할 잠재적 위협이 되는 이유다.
이에 따라 박쥐 유래 바이러스의 증식·전파 특성을 조기에 규명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연구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현재 박쥐 유래 바이러스 연구를 위한 생체 모델은 극히 제한적이다.
연구팀은 한국을 비롯해 동북아시아·유럽에 널리 서식하는 식충성 박쥐인 애기박쥐과·관박쥐과 박쥐 5종으로부터 기도·폐·신장·소장의 다조직 오가노이드 생체 모델을 구축했다.
연구팀은 박쥐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코로나(SARS-Cov-2·MERS-CoV), 인플루엔자, 한타 등 박쥐 유래 인수공통바이러스의 특이적 감염 양상과 증식 특성을 규명했다.
이들 고위험 바이러스는 각각 특정 박쥐 종과 장기에서만 감염되거나 증식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특히 한타바이러스는 박쥐 신장 오가노이드에서 효과적으로 증식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러한 결과는 박쥐 신장 오가노이드가 한타바이러스의 감염 특성을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감염 모델로 활용될 수 있음을 뒷받침한다.
또 박쥐 오가노이드에 다양한 인수공통바이러스를 감염시켜, 박쥐의 종, 장기, 바이러스 종류에 따라 나타나는 선천성 면역 반응을 정량적으로 확인했다.
연구팀은 기존 3차원 박쥐 오가노이드를 2차원 배양 방식으로 개량, 고속 항바이러스제 스크리닝에 적합한 실험 플랫폼으로 확장했다.
이 플랫폼을 활용해 분리한 박쥐 유래 변종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렘데시비르 등 항바이러스제의 효과를 정량적으로 분석한 결과 기존 세포주 시스템보다 감염 억제 효과를 더 민감하고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박쥐 오가노이드가 신·변종 바이러스의 감염성 평가와 치료제 선별에 모두 활용 가능한 생리학적 모델로 기능할 수 있음을 실증했다.
최 소장은 “이번에 구축한 세계 최대 규모의 박쥐 오가노이드는 글로벌 감염병 연구자에게 표준화된 박쥐 모델을 제공하는 바이오뱅크 자원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박쥐 유래 신·변종 바이러스 감시와 팬데믹 대비에 기여할 수 있는 핵심 플랫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구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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