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정치는 점점 더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양당 후보가 한 가지 이슈에서는 거의 같은 목소리를 낸다. 부동산 정책에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기 신도시와 서울 도심의 정비 사업을 지원하고, 부동산 세제를 완화하겠다고 한다. 재개발·재건축의 용적률 상향과 분담금 완화도 약속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역시 정비 사업 가속화와 양도세 중과 완화, 종합부동산세 조정 등 규제를 풀겠다고 한다.
두 후보가 유사한 공약을 내놓은 것은 진단이 같기 때문일 것이다.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에 신축 아파트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 서울의 적정 신축 아파트 공급은 연간 약 4만5000가구인데, 올해 입주 물량은 4만6000가구로 추산된다. 문제는 이후다. 입주 물량은 2026년엔 4000가구, 2027년엔 1만 가구, 2028년엔 3000가구로 쪼그라든다. 400여만 가구가 사는 서울에서 전례 없는 공급 절벽이다. 공급 절벽은 신축과 구축 아파트 간 가격을 벌리고, 서민의 주거 불안을 키운다.
하지만 “공급이 부족하니 공급을 늘리겠다”는 말은 “성적이 낮으니 공부를 하겠다”는 익숙한 다짐에 불과하다. 중요한 건 왜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지에 대한 원인 분석과 전략적 실행 방안이다. 실제 서울의 한 정비사업지는 2023년까지만 해도 가구당 1억9000만 원의 수익이 예상됐다. 그러나 2025년 기준으로는 오히려 가구당 5억 원이 넘는 추가 분담금을 부담해야 한다. 또 다른 사업지도 2억5000만 원을 돌려받을 수 있었던 계산서가 2년 만에 3억9000만 원을 추가로 내야 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2년 사이 공사비가 30% 이상 치솟은 탓이다. 공사비 인상 배경엔 세계적인 고물가·금리 인상·인건비 상승·친환경 규제 강화 등 복합적 요인이 얽혀 있다.
이런 현실을 의식해 양당 후보들은 용적률을 높이고 분담금을 줄이며 세제 부담을 낮추겠단다. 하지만 시장은 정치에 별다른 기대를 품지 않고 있다. 용적률 상향은 결국 공공시설 기여와 임대주택 공급 확대라는 청구서가 뒤따를 공산이 크다. 규제 완화로 사업성이 회복되면 집값은 오를 수 있다. 좌우를 막론하고 집값 급등을 두려워하는 정치권은 땜질식 규제를 내놓을 것이다.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는 폐지됐다가 집값이 오르자 확대 적용되는 엔딩을 맞았고, 정비 사업의 발목을 잡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폐지가 요원한 상황이다. 공약은 쉬워도 실제 공급은 어렵다. 양당 후보의 접근은 디테일이 더 필요하다.
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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