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에 中 매출 비중 43%→25% 급감
2~4월 실적 기대치 밑돌며 주가 장외서 5.7% 급락
반도체 관세 위협까지 ‘첩첩산중’... 장비사 손실 눈덩이 전망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의 반도체 장비가 설치된 팹(제조 공장)에서 엔지니어들이 장비를 체크하고 있다./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제공
세계 2위 반도체 장비 업체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가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던 중국 시장 비중이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데다 반도체 산업에 추가 관세 부과까지 검토하면서 글로벌 장비 기업들이 입는 손실은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 최대 반도체 장비사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가 15일(현지시각) 2025 회계연도 2분기(2~4월) 실적을 발표하자, 회사 주가는 장외 거래에서 5.67% 급락했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의 핵심 사업인 반도체 시스템 부문 매출(52억6000만달러·약 7조원)이 이미 낮아진 시장 눈높이(53억2000만달러)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2분기 전체 매출은 71억달러(약 10조원)로, 이 역시 시장 예상치(71억3000만달러)를 다소 밑돌았다. 조정 주당 순이익은 주당 2.39달러를 기록했다.
인공지능(AI) 컴퓨팅용 고성능 반도체 장비 수요가 전례 없이 높은 상황에서도 실적이 지지부진한 건 대중 규제로 해외 최대 판매처였던 중국에 장비를 제대로 팔지 못한 영향이다. 1년 전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전체 매출에서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43%였으나, 올 2분기에는 25%로 급감했다. 중국 판매액은 매 분기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실제로 미 인구조사국(USCB)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에 수출된 미국 반도체 장비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 났다.
무역 전쟁에 다른 기업들의 피해도 갈수록 불어날 전망이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는 작년 12월 도입된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로 인해 일부 중국 고객에 대한 장비 유지보수 서비스가 중단됐다고 밝혔다. 이에 2025 회계연도에 약 4억달러(약 56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봤다.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업체인 네덜란드 ASML 역시 전체 매출 중 중국 비중이 작년 4분기 47%에서 올 1분기 27%로 급감했다.
첨단 반도체 및 장비의 중국 수출을 막는 규제는 바이든 행정부 말기에 처음 도입됐는데,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중국 기술 규제에 더 고삐를 조이고 있다. 미국 기술을 활용해 첨단 반도체 장비를 만들어 판매하는 기업들은 중국에 수출은 물론 현지 장비 서비스도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검토 중인 반도체 제품에 대한 관세가 시행되면 미국 3대 반도체 장비 기업들은 연간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산된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를 비롯해 램 리서치, KLA 등 미 반도체 장비 업체 경영진은 지난달 미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반도체 관세가 시행될 경우, 이로 인한 손실이 회사별로 연 3억5000만달러(약 49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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