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
[헤럴드경제=서영상·박로명 기자] 건설업계 CEO들은 빠르게 건설경기의 안정을 되찾고 실효성 있는 건설·부동산 부양 정책이 적극 추진되길 희망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침체된 건설경기의 분위기 전환을 위해서는 최우선으로 공급자·수요자 모두에게 해당되는 ‘돈맥경화’ 부터 해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기정부가 가장 먼저 폐지할 정책은 대출규제와 다주택자 세금 중과”
헤럴드경제가 국내 주요 건설업 CEO들을 대상으로 현행 주택 시장 정책 가운데 가장 먼저 폐지해야 할 정책을 물은 결과 56.3%가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대출규제’를 꼽았다.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시장 과열을 방지하려고 했던 것이 현재의 건설경기 어려움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DSR은 한 해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원리금 상환액이 커지거나 소득이 작아지면 DSR은 커진다. 그만큼 대출 한도는 줄어든다.
스트레스 DSR이란 DSR을 계산할 때 실제 금리에다 가산 금리(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해 원리금 상환액을 산출하도록 하는 제도다. 스트레스 DSR을 적용하면 기존에 DSR을 계산할 때보다 금리가 높게 책정되는 만큼 원리금 상환액도 크게 산출된다. 이에 대출 한도는 줄어든다.
정부가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고 있지는 않지만 오는 7월부터 실행하기로 한 3단계 스트레스 DSR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건설사 대표는 “대출 규제로 인해 신규 및 갈아타기 수요가 크게 감소하고 있다”면서 “임대용 주거에 해당하는 오피스텔 등 준주거들의 시장이 침체되는 것 또한 대출규제와 관련있다”고 했다.
다른 시행사 대표도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의 안정적인 내집마련을 위한 대출을 크게 확대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책적 배려를 통해 수요층 확대 및 주택시장 활성화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똘똘한 한 채’ 약화돼야 양극화 막는다…다주택자 세제 중과 완화 필요
CEO 37.5%는 새 정부가 빠르게 폐지해야 할 정책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중과’를 지적했다. 한 대형건설사 대표는 “다주택자들이 세금 중과로 인해 부담을 느끼고 시장에서 빠져나가면서 주택 구입 및 임대시장이 더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세금을 완화해야 한다는 응답은 다른 질문들에서도 항상 상위권을 차지했다. 수도권과 지방간 주택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책에 대해서도 16명 중 11명(68.8%)에 이르는 CEO가 ‘지방 주택 수요 확대를 위한 세제 지원’이 시급하다고 응답했다.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폐지와 지방 미분양 주택 세제 지원 등을 통해 수도권 중심의 ‘똘똘한 한채’ 선호 현상을 약화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지방 주택시장 진입을 높여 주택시장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CEO들은 내다봤다. 더불어 지방 미분양 주택에 대한 원시취득세를 한시적 감면함으로써 건설 경기 회복과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점도 기대했다.
부동산 세금 관련 이슈는 대선에 나온 후보들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상황이다. 김문수 후보는 종합부동산세 개편,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등 대표적 규제완화책을 공약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으나 민주당 우위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해 실현하지 못한 정책들이다.
이재명 후보는 아직 부동산 세제 완화 관련 공약을 제시하지 않았으나 최근 발언을 보면 부동산 관련 규제에 대해 예전보다 꽤 누그러진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8일 경제 유튜버들과의 대담에서 실수요자에게 충분한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실수요 외) 집을 사겠다는 사람들에 대해 굳이 막 세금을 때려가지고 억누르지 말자(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다만 이재명 후보의 10대 공약에는 세금 대책은 빠지고 공급 공약만 포함됐다.
한때 건설사들 사업성을 크게 낮추는 것으로 평가됐던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해야 할 첫번째 공약으로 꼽은 응답자는 단 한명에 그쳤다.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전국적으로 시행됐던 분양가상한제는 현재 일부 투기과열지구에서만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PF 시장 위축, CEO 1명 빼고 “심각하다” 진단
꾸준히 제기됐던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에 대한 해소책 역시 시급한 과제라는 점에 대해 CEO들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최근 금리 및 PF 시장 위축에 대한 체감을 묻는 질문에 절반(50%)이 ‘매우심각’을, 7명(43.8%)은 ‘다소심각’을, 1명(6.3%)은 ‘크지 않음’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건설업계의 자금 조달 여건 개선을 위해서는 ‘PF관련 규제 완화’라는 답이 7명(43.8%)으로 1위를 차지했고, 다음으로 ‘부실 PF 사업장 정리 및 지원’ 문항에 대해 4명(25%)이 선택했다. ‘세제 인센티브 제공’을 해야한다는 응답자는 3명(18.8%), ‘PF 대출에 대한 금리 지원’을 해야 한다는 답도 2명(12.5%)로 다양했다.
즉 PF 부실 우려를 해소하기가 각자의 상황이 다른만큼 까다롭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에 부동산 PF 산업 구조를 선진화하기 위한 큰 틀의 개선방안이 발표됐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았다.
오는 6월에는 부동산 PF 산업구조 선진화를 위한 개선 방안 가운데 사전에 부실 사업장을 거르기 위한 ‘금융 건전성 규제체계 합리화’ 방안이 확정된다. 방안은 금융권별 위험가중치 및 충당금 규제를 정비하고 부동산 노출에 관한 한도 규제를 정비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CEO들은 지방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한 대책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16명의 응답자 가운데 10명(62.5%)이 ‘지방 주택 수요 확대를 위한 정책’이 꼭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3명(18.8%)의 응답자는 ‘지방 SOC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다. ‘지방 산업단지 조성 지원’, ‘지방 건설사에 대한 금융 지원’이라는 응답도 각각 1명씩 나왔다.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인프라 투자도…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확대
SOC 및 인프라 사업 확대를 위해 정부가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분야에 대해서는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인프라 투자’라고 답한 CEO가 8명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그 외에 6명(37.5%)이 ‘도로 및 철도 등 교통 인프라’라고 답했고, ‘노후 인프라 개선’이라고 응답한 숫자도 2명(12.5%)에 달했다.
이재명·김문수 후보 모두 교통 인프라 공약으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확대를 제시한 상황이다.
이 후보는 GTX-A·B·C와 연장노선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GTX-D·E·F는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했다. GTX ‘플러스 노선’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5대 초광역권(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에선 권역별로 광역급행철도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김문수 후보도 수도권 GTX 모델을 전국 5대 광역권으로 확장해 ‘전국급행철도망’을 구축하겠다고 공약했다. 김 후보는 광역철도와 도시철도 확충으로 ‘30분 출퇴근’과 정주환경 혁신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좋지 못한 건설경기 상황을 반영한 듯 절반에 이르는 건설업계 대표들은 ‘수익의 다변화’를 가장 큰 경영 목표로 제시했다. ‘정비사업 확대’를 노린다는 응답자도 6명(37.5%), ‘해외건설사업 진출 확대’, ‘지방 공공 및 민간 수주 확대’도 각각 1명이다. 현상황에서 더이상 일반 주택사업 수주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 전반적인 업계 분위기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과거 새 정부가 들어섰을 때 대출규제 완화 등 정책 방향을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미분양이 해소되는 학습효과가 있었던 만큼 정부의 초기 정책에 따라 건설경기가 크게 살아날 수도 있다”면서 “지방 미분양 해소 등 건설 내수경기를 활성화하는데 차기 정부가 큰 힘을 보태줬으면 하는 것이 업계의 바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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