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갤럭시 S25 엣지’ 두께를 자로 측정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말 배아무개(35)씨는 ‘갤럭시 Z 플립4’를 산 지 2년도 안 돼 다른 스마트폰으로 갈아탔다. 접는 폰의 취약점으로 꼽히는 발열과 내구성 문제로 고생한 탓이다. 최근 새로 등장한 ‘갤럭시 S25 엣지’를 향해서도 다소 회의적이다. 배씨는 “플립은 갑자기 이러다 터지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핫팩처럼 뜨거워지곤 했다”며 “앞으로는 확실히 검증된 폰만 쓰고 싶다”고 했다.
스마트폰의 모양이 점점 더 다양해지며 소비자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두번 접을 수 있는 ‘병풍 폰’부터 두께를 확 줄인 ‘슬림 폰’까지 각양각색이다. 소비자의 선택지가 그만큼 늘어난 셈이지만, 새로운 형태인 만큼 안정성이 덜 입증됐다는 단점도 있다. 특히 성능 저하로 직결되는 발열 문제는 대표적 골칫거리다. 이들 제품에 관심 있는 소비자가 발열에 대해 알면 좋을 내용을 19일 살펴봤다.
■ 발열 논란 시달리는 플립·엣지, 왜?
얇은 폰이나 접는 폰에서 유독 발열이 문제가 되는 건 물리적 구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발열 정도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배터리를 비롯한 주요 부품에서 발생하는 열을 얼마나 잘 분산·방출시킬 수 있는지에 달렸다. 내부 공간이 넓어 부품 간 거리가 멀수록 열이 널리 퍼지기 때문에 유리하다. 얇은 폰이나 접는 폰은 발열원을 한쪽에 몰아서 배치할 수밖에 없는 데다, 발열을 잡아주는 장치를 넣을 공간도 부족해 쉽게 뜨거워진다.
갈수록 스마트폰에 요구되는 성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어려움을 키우는 요인이다. 스마트폰에서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빨리 처리할수록 열도 더 많이 발생하는데, 이때 열이 제대로 잡히지 않으면 안전을 위해 인위적으로 성능을 떨어뜨려야 하기 때문에 이용자 불만은 더욱 커진다. 발열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두 번 접을 수 있는 화웨이 스마트폰 ‘메이트 XT’. 화웨이 제공
실제로 접는 폰 선두주자인 삼성전자는 ‘갤럭시 Z’ 시리즈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발열 논란에 시달려왔다. 일부 폰 케이스 제작 업체는 케이스의 방열 성능을 주된 홍보 대목으로 삼았을 정도다. 주요 기업들이 비교적 최근 선보인 스마트폰도 예외가 아니다. 두 번 접을 수 있는 화웨이 ‘메이트 XT’나 두께가 5.8㎜에 불과한 삼성전자 ‘갤럭시 S25 엣지’는 모두 비슷한 우려를 받고 있다.
■ 발열 잡을 카드 ‘베이퍼 체임버’…이번에도 통할까
그렇다면 성능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발열을 잡는 방법은 없을까. 스마트폰에서 발열을 잡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일단 그래핀이나 흑연처럼 열을 빠르게 전달하는 고체 소재를 활용하는 방식이 있다. 이런 소재를 얇은 판(시트) 형태로 만들어 스마트폰 후면 전체에 부착하면 열을 효과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다. 구조가 단순하고 가벼운 데다 원가도 저렴하다는 게 장점이다. 다만 방열 성능에 한계가 있어 스마트폰이 고성능화하면서 그래핀 시트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인식이 확산돼왔다.
그러면서 업계가 주목하게 된 해결책이 ‘베이퍼 체임버’다. 베이퍼 체임버는 액체 냉매를 활용해 열을 분산시키는 장치다. 고체 상태를 유지하며 열을 전달하는 그래핀 시트와 달리, 액체에서 기체로 상태가 바뀌면서 열을 이동시키기 때문에 보다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밀폐된 공간(chamber)에 채워둔 냉매가 증기(vapor) 상태로 변하는 방식이어서 ‘베이퍼 체임버’라고 불린다. 부피가 상대적으로 크고 만들기 까다로워 원가가 비싸다는 건 단점이다.
이런 탓에 발열 논란이 일 때마다 베이퍼 체임버의 사용 여부도 함께 화제가 되곤 했다. 삼성전자 ‘갤럭시 S22’의 게임최적화서비스(GOS) 사태가 대표적 사례다. 게임최적화서비스는 게임 등을 작동할 때 발열을 줄이기 위해 칩 성능에 제한을 거는 소프트웨어인데, 당시 삼성전자는 사용자가 이 게임최적화서비스를 비활성화하지 못하도록 의무화해 논란이 됐다. 스마트폰 성능을 강제로 저하시킨 셈이다. 이후 ‘갤럭시 S22’에 베이퍼 체임버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사실이 재조명되자, 삼성이 원가 절감을 위해 방열 부품을 빼고 대신 성능을 떨어뜨리는 소프트웨어로 해결하려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삼성전자 제공
그 뒤로 삼성전자는 플래그십(최상위) 제품에 꾸준히 베이퍼 체임버를 탑재해왔다. 이번에 ‘갤럭시 S25 엣지’를 출시하며 전면에 내세운 것도 바로 베이퍼 체임버다. 비슷한 크기의 ‘갤러시 S25 플러스’보다 10% 이상 더 넓은 베이퍼 체임버를 넣었다는 게 회사 쪽 설명이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에서 발생한 열이 바로 베이퍼 체임버로 전달될 수 있도록 ‘홀(hole) 구조’를 처음 적용했다고도 했다. 얇은 폰의 취약점인 발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셈이다.
다만 베이퍼 체임버가 실제로 해결사 역할을 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갤럭시 S25 엣지’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로 발열이 유독 심하다는 평가가 있는 ‘스냅드래곤 8 엘리트’를 택했다는 점이 관건으로 꼽힌다. 같은 칩을 쓰는 다른 ‘갤럭시 S25’ 시리즈도 발열 우려에 시달린 바 있다. 모바일 전문 매체 폰아레나는 지난 2월 “일부 갤럭시 S25 구매자는 이미 과열 문제로 인해 휴대폰 반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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