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에서 여주인공이 앓은 알츠하이머.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캡처]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여주인공.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캡처]
[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최근 깜빡하는 일이 많아졌어요.” (40대 직장인 A씨)
65세 이상 고령층의 전유물인 줄 알았던 ‘치매’가 최근에는 젊은 연령층에서도 심심찮게 발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장 흔한 원인으로 퇴행성 뇌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이 지목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알츠하이머병이 가벼운 기억력 저하로 시작되는 만큼, 조기 진단 및 치료가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고대안산병원 전경. [고대안산병원 제공]
19일 고려대안산병원에 따르면 최근 40~50대 비교적 젊은 연령층에서도 알츠하이머병이 발병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원은 전체 치매 환자의 약 50~70%가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츠하이머병은 보통 가벼운 기억력 저하로 시작된다.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hippocampus)가 질병 초기부터 손상되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최근에 있었던 일이나 새로 익힌 정보를 기억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과거의 기억은 비교적 또렷하게 유지돼 보호자가 치매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최근의 일이나 대화 내용을 반복해서 잊는 증상이 점점 심해진다면, 알츠하이머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해마의 주변부 손상이 발생하면서 왼쪽 측두엽 및 두정엽까지 영향을 받게 되면 단어를 떠올리지 못하는 증상이 발생한다. 또 오른쪽 측두엽과 두정엽이 손상이 오게 되면 길을 잃는 증상이 발생한다.
드물게는 왼쪽 측두엽과 두정엽이 먼저 침범해서 말을 더듬고, 이해력이 떨어지는 로고페닉 실어증이 발생할 수 있다. 전두엽 손상이 더 진행되면 성격 변화가 생겨 쉽게 화를 내거나, 부지런하던 사람이 무기력해지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이외에도 우울감, 의심 증상, 식욕 변화, 수면 장애 등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기전은 베타 아밀로이도라는 작은 단백질이 과도하게 생성돼 침착하면서 뇌의 신경세포에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유전적인 요인과 함께 심혈관 질환, 당뇨병, 고혈압이 발병 위험을 증가시키고, 여성, 저학력, 우울증, 두부 손상 병력, 청력 저하 등도 유병률을 높인다는 연구가 있다.
이 때문에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보호자를 통한 정확한 병력 청취와 신경학적 검사, 인지 기능 검사 등이 중요하. 병의 양상을 확인한 후, 전문의는 일상생활 기능 검사, 혈액검사 등을 실시하거나 MRI, CT 등 뇌 영상 검사를 통해 뇌의 구조적, 기능적 상태를 정밀하게 평가한다. 뇌의 아밀로이드 침착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아밀로이드 PET 검사도 시행할 수 있다.
김종헌 고려대안산병원 신경과 교수 [고대안산병원 제공]
김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의 예방을 위해서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의 만성질환 관리가 필요하다”며 “또 운동, 청력 저하 예방 및 치료, 올리브유, 등푸른 생선을 포함한 지중해식단, 카레 등이 치매 예방에 효과 있다고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흡연이나 음주와 같이 뇌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은 최대한 멀리해야 한다”며 “알츠하이머병 증상이 나타나는 초기에 약물과 비약물 치료를 병행하면 병의 진행을 늦추고, 환자와 보호자의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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