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고속도로·메가시티 공약에 주민 피해 대책 부재
송전탑 250기 설치 필수…전자파 우려·환경 파괴 등
절차적 하자까지 제기되며 지역 주민 강력 반발
"국가적 재검토 필요한 상황에도 후보들 인식 없어"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 정다운 기자
대선 후보들이 대한민국 에너지 전환의 핵심으로 '재생에너지 고속도로·메가시티 등' 남서해안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을 약속하며, 전 국토의 RE100 달성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대선 후보들의 희망찬 공약에 반해 지역 주민의 비관적 목소리는 실종됐다. 에너지 고속도로 또는 메가시티를 달성하기 위해선 송·배전망 확보가 필수인데, 이로 인해 발생할 지역 주민들의 전자파 노출과 지가 하락, 환경파괴 등은 일절 언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는 '에너지고속도로' 공약을 통해 2030년까지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를 건설하고 남서해안 해상풍력 전력을 해상 전력망으로 주요 산업지대에 송전하겠다고 밝혔다. '햇빛·바람 연금'을 전국으로 확대해 지역에서 생산하고 지역에서 소비하는 분산형 에너지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김문수 후보는 '서남권 에너지 메가시티 구축 지원' 공약으로 재생에너지 공급망 구축과 송배전망 보강, 서남권 분산형 가상발전소 허브 구축 등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현실적 문제가 남아 있다.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한국전력공사가 추진하는 신정읍~신계룡 송전선로 건설 사업이 필수적이다.
이 사업은 전남 신안 해상풍력(8.2GW)과 전북 서남권 해상풍력(2.4GW)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으로 송전하기 위한 것으로, 약 115㎞ 구간에 345kV 송전선로와 250기의 송전탑이 설치될 예정이다.
송전선로가 지나는 지역 주민들은 자연경관 훼손, 전자파 우려, 환경 파괴, 지가 하락 등 모든 피해를 떠안아야 한다. 주민들은 풍요로운 자원과 혜택이 수도권으로 향하는 불공정한 구조가 고착화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지난 18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토론회에서 각 정당 대선 후보들이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특히 절차적 문제의 심각성도 대두되고 있다. 주민들은 제대로 된 설명 없이 갑작스럽게 진행된 설명회, 공무원이 주민 대표로 참여하거나 규정에 없는 지방의원이 포함되는 등 입지선정위원회의 구성 요건 미비를 문제 삼고 있다. 대전지방법원도 주민들이 제기한 '입지선정위원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며 절차상 하자가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주민들은 "주민 동의 없는 초고압 송전선로는 무효"라며 "송전탑 건설 백지화"와 "전력망 새판짜기"를 요구하고 있다. 고속도로나 철도 노선을 활용한 지중화, 서해안 해저 초고압직류송전 등 대안 검토도 요구했다.
긴 시간 주민들의 성토가 이어졌지만, 정책의 피해 당사자인 주민EMF의 목소리나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나 해법이 토론 등을 통해 제시되지 않고 있다.
한 법률가는 문제의식이 없기에 대선 과정에서 논의되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승수 변호사는 "국가적으로 (전력망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인데, 아직 다들(후보들) 인식이 없는 것 같다"며 "문제의식이 없기에 대선 과정에서 논의가 안 되거나, 어려운 일이라 섣불리 말을 못하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장거리 송전선 건설로 수도권에서 전기를 끌어가는 방식은 굉장히 고비용 구조일 뿐만 아니라 전력 계통의 안정성도 위협받는 구조"라며 "전기를 많이 필요로 하는 기업들이 비수도권으로 분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재 송전선로 건설은 비수도권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목적밖에 없다"며 "중앙집중식에서 지역 분산형으로 가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계속 송전망을 건설하고 있는 모순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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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CBS 송승민 기자 smso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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