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불면 멈추는 풍력 발전" vs "ESS와 결합하면 가능"
"원전 비용, 태양광의 1/6" vs "2030년이면 태양광이 더 싸"
"한국 맞춤형 기술 개발 중… 중장기적 정책 추진 필요한 때"

1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센터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선 1차 후보자 토론회에 참석한 이준석(왼쪽) 개혁신당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유튜브 채널 캡처

전남지역에 풍력 발전 기반의 세계 최대 규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약에 대해, 적절한 에너지 공급 방식인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날 TV토론에서도 재생에너지의 공급 안정성과 발전 단가를 두고 이재명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간의 날 선 공방이 이어졌다. 이후 민주당과 개혁신당, 국민의힘은 장외에서 반박과 재반박을 거듭하고 있다. 상반된 주장과 근거를 제시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만 두고 어떤 주장이 옳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풍력 발전으론 안정적 운영 어렵다 vs ESS 결합하면 충분

이준석 후보는 18일 열린 첫 TV토론회에서 이재명 후보의 공약에 대해 "풍력 발전은 데이터센터의 안정적인 에너지원이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태풍이 발생해 4, 5일 간 풍력발전기가 가동하지 않게 되면 계통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를 제시하며 반박했다. 2024~35년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소비 증가의 65%가 풍력발전, 14%가 배터리 저장(ESS·에너지저장시스템)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풍력발전과 ESS의 결합만으로도 안정적인 데이터센터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자 개혁신당 측은 IEA가 예측한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 비중이 가파르게 증가(22년 4%→ 26년 6%→30년 12%)하고 있고, 이에 따라 빅테크 기업들도 SMR(소형 모듈식 원자로) 등을 활용한 원자력 에너지 확보를 추진 중이라는 점을 들어 재반박했다.

원전이 재생에너지보다 저렴 vs 태양광이 효율성 앞지를 것

해상 풍력 발전소. 덴마크 정부 홈페이지 캡처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한발 더 나아가 문재인 정부 시절의 탈원전 정책을 소환해 이재명 후보를 공격했다. 김 후보는 "재생에너지를 하지 말자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원자력발전 비용이 풍력의 8분의 1, 태양광의 6분의 1도 안 된다"며 이재명 후보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공격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2021년 한국자원경제학회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2030년 태양광 발전비용(1㎾h당 56.03원)이 원자력(74.07원)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2017년 에너지경제연구원도 2030년대 대규모 태양광 발전은 원전의 경제성을 앞지를 것으로 내다봤다"고 반박했다.

현재는 기술 한계… 에너지 정책 필요

미래 수요와 기술 발전까지 예측해야 하는 만큼, 전문가들도 어느 한쪽 주장이 맞다고 단언하지는 못했다. 다만 지금의 기술력으론 현실성이 떨어지지만, 미래를 내다본다면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는 게 합리적이란 점에선 이견이 없었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풍력발전 기술로 봤을 때 데이터센터를 안정적으로 돌리려면 엄청난 규모의 ESS를 투입해야 할텐데, 여기에 현재의 높은 풍력발전 단가까지 적용하면 수익이 날지 의문"이라며 "게다가 한국은 재생에너지 선진국들에 비해 기후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글로벌 지표와 비교하는 건 부정확하다"며 풍력발전 기반 데이터센터 구축을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현재의 발전 단가와 기술력만으로 판단해선 곤란하다는 의견도 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극복하기 위해 ESS와 양수 발전 등의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며 "태양광·풍력 발전을 위한 기후 조건도 선진국 중에서 상당히 좋은 편"이라고 주장했다. 일사량은 독일보다 1.5배 많고, 연중 평균 풍속도 7.1m/s로 북유럽의 10m/s에 비해 크게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이어 "한국 바람에 최적화된 풍력발전 블레이드도 개발되고 있다"며 "전통적인 초대형 발전소 위주의 계통 운영 개선 등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체계적인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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