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정읍시 영파동 일반산업단지에 하루 552t의 폐목재를 소각해 전기를 생산하는 바이오 고형연료(SRF) 화력발전소가 들어설 예정인 가운데, 주민들이 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마을 곳곳에 내걸었다. 정읍폐목재화력발전소 반대대책위원회 제공
정읍그린파워㈜가 추진 중인 바이오 고형연료(SRF) 화력발전소 조감도. 정읍폐목재화력발전소 반대대책위원회 제공
전북 정읍시 영파동 일반산업단지에 하루 552t의 폐목재를 소각해 전기를 생산하는 바이오 고형연료(SRF) 화력발전소가 들어설 예정인 가운데, 지역 시민사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 등 대도시에서 퇴출당한 연료를 농촌에 들여오는 “환경 차별”이라는 지적이다.
정읍그린파워㈜가 추진 중인 이 발전소는 폐목재 SRF를 연료로 사용해 하루 21.9MW 규모의 전기와 480t의 산업용 증기를 생산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읍시민사회와 전북환경운동연합은 “사실상 대규모 쓰레기 소각장”이라며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정읍폐목재화력발전소 반대대책위원회는 20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인천, 부산 등 수도권과 6대 광역시는 SRF 사용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며 “유해성 때문에 사용이 제한된 연료를 정읍 같은 농촌 지역에 들여오는 것은 명백한 환경적 이중잣대이자 차별”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시민 서명운동과 현수막 게시, 택시 반대 스티커 부착, 거리 집회 등을 통해 본격적인 저지 활동에 나섰다. 현재까지 7180명의 시민이 반대 서명에 참여했다.
SRF는 폐목재, 방부목, 가구류, MDF 등 다양한 폐자재를 분쇄·압축해 만든 연료다. 소각 과정에서 다이옥신, 중금속, 포름알데하이드,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등 각종 유해물질이 배출될 수 있다. 2017년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SRF 소각시설 상당수가 다이옥신을 배출하고 있었다.
정읍 일반산단은 이미 쓰레기 소각장, 광역매립장, 하수처리장, 폐수 찌꺼기 건조시설 등이 밀집해 있어 지역 환경수용능력을 초과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하루 552t 규모의 SRF 소각시설이 추가되면서 ‘환경오염 과포화’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읍폐목재화력발전소 반대대책위원회 주민들이 20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해성 때문에 사용이 제한된 연료를 정읍 같은 농촌 지역에 들여오는 것은 명백한 환경적 이중잣대이자 차별”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김창효 선임기자
더 큰 문제는 이 발전소가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SRF 발전시설은 통상 10MW 이상이면 환경영향평가 대상이지만, 산업단지 내에 들어서면 기준이 30MW 이상으로 완화된다. 이 같은 제도적 사각지대에 따라 정읍 발전소는 환경영향평가 없이 공사를 강행할 수 있게 됐다.
전북도는 2020년 조례를 통해 하루 50t 이상 SRF 사용 시설에 환경영향평가를 의무화했지만, 정읍그린파워의 사업은 조례 시행 이전에 승인돼 적용을 받지 않는다. 사실상 법과 제도 사이의 ‘틈새’를 이용해 유해시설이 지역사회에 들어오는 셈이다.
대책위는 절차상 정당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애초 사업계획에는 나무 펠릿을 연료로 명시했지만, 이후 폐목재 기반 SRF로 변경됐다. 주민 동의 절차도 대표성이 불분명한 일부 인사와 체결한 협약서로 갈음됐다는 주장이다.
우용태 정읍폐목재화력발전소 반대대책위원장은 “대부분 주민은 지난 3월 공사가 시작되고 나서야 이 같은 유해시설이 마을에 들어온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사업자는 대표성 없는 일부 주민과 협약을 체결해 마치 지역사회가 동의한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 전북도와 정읍시는 즉각 진상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의경 정읍시 기업지원팀장은 “발전소 문제에 대해 여러모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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