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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뉴스][육아X청년과학자]① '복지 사각지대' 대학원생·포닥…"연구 포기, 인력 이탈"

온카뱅크관리자

2025-05-20 17:4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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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동아사이언스는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과 함께 연구현장에서 연구와 육아를 함께하는 청년 과학자들을 만났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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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t;편집자 주&gt; 대학원생, 박사후연구원은 과학자로 발돋움 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시기입니다. 평생 가져갈 연구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 출산과 육아를 하는 과학자에게는 가장 가혹한 시기입니다. 밤낮없이 육아와 연구를 병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더 큰 문제는 학생 신분이라는 이유로 이들은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 법적 육아지원에서 배제된다는 점입니다. 법적인 휴직 기간, 보육시설 이용 가산점뿐 아니라 육아휴직비를 지원받지 못합니다. 생계의 어려움까지 겹치면서 연구를 포기하는 경우가 현장에서 적지 않습니다. 지난해 '육아하는 아빠 과학자'를 연재한 동아사이언스는 올해에도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과 함께 연구현장에서 연구와 육아를 함께하는 청년 과학자들을 만났습니다. 대학원생, 박사후연구원이 겪는 현실 육아, 필요한 육아지원 제도, 연구의 어려움 등을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생생히 들여다 봅니다. 과학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육아'가 걸림돌이 되지 않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 보기를 기대합니다. 
 생체 분야를 연구하는 30대 박사과정생 A씨는 올해 사활을 걸었다. 논문을 통과시키고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태어난지 6개월 된 자녀와 함께 살 계획이기 때문이다. 현재 평일에는 집에서 자동차로 2시간 떨어져 있는 부모님 댁에 자녀를 맡기고 주말에만 자녀와 만난다. 논문·실험 막바지 작업을 위해 밤낮으로 바쁘지만 박사과정생으로서 받을 수 있는 육아지원 제도가 없다. 박사과정생은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 법적 지원에서 배제된다. 아직 걷지도 못하는 자녀와 헤어질 때면 발길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다. A씨는 '이 시기가 제발 잘 끝나길'이라고 기도하며 마음을 굳게 먹는다. 
 대학원생, 박사후연구원은 과학자라면 누구나 거치는 시기다. 연구 아이디어가 무르익고 독립적인 연구자로 도약하는 데 결정적인 기반이 된다. 그러나 출산과 육아를 하는 과학자에게는 가장 가혹한 시기다. 손이 많이 가는 어린 자녀를 돌봐야 하면서도 지도교수와 학계의 주목을 받는 연구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2023년 통계청에 따르면 출산 연령의 61.2%가 25~34세 여성에게 집중돼 있다. 25~34세는 대학원생들이 과학자로 성장하는 시기와 겹친다. 
 이공계 실험 연구에 몰두하는 이들에게는 긴 시간의 연구가 필수지만 육아를 병행하는 경우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보육시설을 이용하기 어렵거나 가족의 돌봄 지원을 받기 힘든 경우에 연구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은 더욱 줄어든다. 학회나 프로젝트와 같은 외부 활동은 참여 자체가 어렵다.  
 어려운 상황은 연구결과로 나타난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위셋, WISET)이 지난해 진행한 '과학기술분야 출산·육아기 연구자의 연구활동 단절 방지 및 경력성장 방안 연구'에 따르면 대학원생과 박사후연구원은 어떤 경력단계보다 출산·육아로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셋 보고서 연구팀은 지난해 10월 351명의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연구자는 소속 기관별로는 대학, 연구소, 기업, 기타로 나뉜다. 경력단계별로는 대학원생, 비정규직·비전임교원(박사후연구원 포함), 정규직·전임교원, 팀장급·보직교수, 경력단절로 나뉜다. 
 기관별로 출산·육아로 인해 학업·경력 중단 고비 경험을 많이 겪었다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은 기관은 대학원생, 박사후연구원이 많이 포함된 대학이었다. 대학 소속 연구자는 90%, 연구소는 85%, 기업은 74%라고 응답했다. 경력단계별로 보면 대학원생(87%), 비정규직·비전임교원(84%)은 10명 중 8명 이상이 출산·육아로 인해 학업·경력 중단 고비 경험을 많이 겪었다고 답했다. 
 출산·육아시 경력 불이익이 있다고 인식하는 비율은 대학원생 80%, , 비정규직·비전임교원 80% 순이었다. 기관별로는 대학 소속 연구자가 가장 높은 비율로 응답했다. 
 대학원생과 박사후연구원은 간절히 육아지원제도를 원하고 있었다. 경력단계별로 대학원생의 100%, 비정규직·비전임교원의 91%가 일-육아 병행을 위한 정부지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런 결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대학원생, 박사후연구원은 고용계약이 명확하지 않거나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아 공적 제도의 혜택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법적인 출산휴가, 육아휴직은 꿈도 꾸기 어렵다. 근로자가 받을 수 있는 보육시설 이용 가산점을 받지 못해 보육시설 이용도 어렵다. 육아휴직비를 지원받지 못해 생계의 어려움을 겪는 대학원생, 박사후연구원도 적지 않다. 
 이들이 연구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과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겹치면 연구를 중단할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출산과 육아로 인해 연구를 멈추고 경력 단절이 된 다음에 다시 연구를 시작하기 더더욱 어렵다. 이는 장기적으로 과학기술 분야 인력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에서 육아기 이공계 대학원생이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정책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KAIST만 출산이나 육아로 휴학하는 석·박사 과정 학생에게 최대 1년간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위셋은 올해 4대 과기원 소속 만 8세 이하 자녀를 둔 대학원생 및 박사후 연구원을 대상으로 갑작스러운 돌봄이 필요한 상황을 돕기 위해 '2025년 과학기술인 긴급돌봄 바우처 지원사업'을 시범 운영 중이다. 총 180만원 상당의 돌봄 바우처를 제공한다.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하는 대다수 대학원생, 박사후연구원은 개별적으로 육아 문제를 해결하거나 지도교수의 재량에 의존해 육아를 이어가고 있다. 
 권지혜 WISET 정책연구센터장은 "연구 참여가 필수인 이공계 대학원생(학생 부모)은 대학 차원에서 (육아)휴학은 가능하지만 경제적 지원이 없어 실질적인 도움은 없는 상황이다. 다수의 학생은 학업·연구·육아를 병행하기를 원하지만 등록금과 생활비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대학원생, 박사후연구원이 육아를 하면서도 연구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시스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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