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구글 연례 개발자 회의]
"제미나이 앱·검색에 에이전트 탑재"
AI 검색 기능 'AI 모드'도 미 출시 발표
20일 미국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회의(I/O)에서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이서희 특파원
"앞으로는 (구글의 AI 모델인) '제미나이' 애플리케이션(앱)의 '에이전트 모드'를 이용하세요. 제미나이가 뒤에서 당신 대신 작업해 줄 겁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 1년 만에 돌아온 연례 개발자 대회(I/O) 무대에 선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가 이렇게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두 명의 룸메이트와 함께 살 아파트를 찾아야 하는 사람의 사례를 들었다. 피차이 CEO는 "세 사람이 각자 부담할 수 있는 예산은 월 1,200달러다. 이들은 적어도 세탁기와 건조기를 갖췄거나, 적어도 세탁소가 가까이에 있는 집을 원한다"며 "(원래대로라면) 질로우(Zillow) 같은 부동산 검색 서비스를 열고, 원하는 조건을 넣은 다음 나온 긴 리스트를 하나 하나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피차이 CEO는 "제미나이 앱에 곧 도입될 에이전트 모드를 사용하면 AI가 조건에 맞는 매물을 찾아주고, 매물에 접근해 방문 예약까지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빈틈없이 꽉 들어찬 객석에서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구글이 이날 I/O에서 '모든 것의 에이전트화'를 선언했다. 최근 AI 업계에선 'AI 에이전트' 고도화 경쟁이 치열하다. 2022년 말 챗GPT 등장 직후에는 '어떤 AI 챗봇이 말귀를 더 잘 알아듣고 더 정확한 답변을 내놓느냐'에 경쟁의 초점에 맞춰져 있었으나,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어떤 AI 에이전트가 이용자가 원하는 작업을 더 잘 수행하느냐'가 최대 화두로 떠오른 상황이다. 이에 맞춰 구글도 자사 대표 서비스들에 에이전트를 결합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피차이 CEO는 "에이전트(Agent)란 '고급 AI 모델의 지능'과 '도구에 대한 접근성'이 결합돼 이용자가 원하는 작업을 대신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규정했다. 단순히 똑똑한 것을 넘어 여러가지 도구를 직접 사용함으로써 사람이 원하는 일을 완벽히 대신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에이전트라는 얘기다. 사람의 작업을 '보조'하는 'AI 비서(Assistant)'보다 고도화한 개념이다. 피차이 CEO는 "에이전트 기능은 크롬(웹브라우저), 구글 검색, 제미나이 앱에 도입될 것"이라며 "제미나이 앱의 에이전트 모드를 이용하면 이용자들은 더 많은 작업을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구글은 검색에 'AI 모드'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AI 모드는 지난해 I/O에서 첫 공개한 AI 기반의 검색 기능 'AI 오버뷰'를 발전시킨 것으로, 자연어로 이뤄진 긴 질문을 이해할 뿐 아니라 텍스트 요약과 이미지 분석, 영상 이해까지 가능해졌다고 구글은 설명했다. 특히 스마트폰 카메라 기반의 실시간 검색 기능이 결합돼, 이용자가 작업 중 궁금한 내용을 카메라에 비춰 보여주면 AI가 이를 보고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음성으로 설명해준다.
AI 모드는 앞으로 몇 주 안에 미국에 먼저 출시될 계획이다. 구글은 향후 AI 모드에 에이전트 기능도 접목할 계획이라고 이날 예고했다. 이렇게 되면 "이용자가 목적을 더 짧은 시간 안에 이룰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구글 검색 담당 수석 부사장 리즈 리드는 밝혔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이번 토요일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경기 하단 좌석 중 저렴한 티켓 2장을 찾아줘"라고 요청할 경우, AI 모드가 다양한 티켓 구매 사이트에서 실시간 가격과 재고 정보를 분석한 다음 이용자에게 적합한 티켓을 나열해 보여주게 된다.
20일 미국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회의(I/O)에서 확장현실 담당 직원들이 스마트 안경 시제품을 시연하고 있다. 안경을 착용한 사람의 눈 앞에 보이는 장면을 안경이 사진 촬영해주고 있다. 실리콘밸리=이서희 특파원
구글은 이날 I/O에서 한국 선글라스 업체 젠틀몬스터와 함께 확장현실(XR) 기반 스마트 안경을 개발 중이라고도 깜짝 공개했다. 구글은 지난해 확장현실용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XR'를 공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삼성전자 XR 헤드셋을 올해 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헤드셋이 아닌 안경 형태의 기기 개발 계획을 공식화한 건 처음이다.
구글은 이날 무대에서 개발 중인 스마트 안경을 시연하기도 했다. 아직 초기 버전이라 끊김이 많았지만, 이용자의 명령을 받아 눈 앞의 광경을 사진 찍는가 하면 상대방의 간단한 말을 통역해 냈다. XR 담당 부사장 샤람 이스자디는 "안드로이드 XR 기기는 이용자의 시점을 공유하며 실시간 통역, 일정 관리, 길 안내, 메시지 작성 등을 제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출시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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