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라디오스타’ 캡처
MBC ‘라디오스타’ 캡처
[뉴스엔 서유나 기자]
전 아나운서 백지연이 재야의 킹메이커로 활약한 사실을 고백했다.
5월 21일 방송된 MBC 예능 '라디오스타'(이하 '라스') 915회에는 '끝판왕' 특집을 맞아 백지연, 홍현희, 최정훈, 민경아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날 백지연은 18년간의 섭외 끝에 '라스'에 출연했다며 "매년 5번 (섭외가) 왔다"고 밝혔다. 백지연이 18년 만의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아들이었다. 그는 "미국에 있는 아들과 며느리가 '라스'를 본다더라. 그 얘기에 '그럼 나가야지'(했다). 미국에 있으면 얼마나 한국이 그립겠냐"고 말했고 김구라는 "'복면가왕'은 부모님이 좋아해서 출연하는데 저희는 오래됐지만 젊은 프로"라며 자랑스러워했다.
1987 MBC 15기 공채 아나운서로 데뷔한 백지연은 입사 5개월 만인 1988년 5월 여성 최초이자 최연소로 '뉴스데스크' 앵커로 발탁됐다. 또 8년 3개월 동안 앵커 자리를 지키며 최장수 타이틀까지 따냈다.
백지연은 "지금은 우리나라가 몇 년 사이 놀랍게도 발전했지만 그때는 '여자가 감히. 암탉이 울면 망한다'고 할 때였다. 제가 오디션에 합격해 대학 졸업 3개월 만에 앵커가 됐다. 제가 수습사원일 때 회사에서 '우리도 여성 앵커를 투입해보자'고 해서 사내 오디션을 진행했다. 전 수습사원이라 자격이 없고 견학으로 참석했는데 1등을 했다. 회사에서 말도 안 된다고 무효로 하고 다시 오디션을 봤는데 또 일등을 했다"고 23살에 앵커 자리에 앉게 된 사연을 털어놓았다.
당시 신입이 앵커 자리에 앉은 탓에 뒷배가 있다는 루머가 돌았다며 백지연은 "제가 백씨잖나. '증권가 큰손 백곰의 딸이라 뒤에 막강한 자금력으로 밀어붙였다, 10년치 광고를 샀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회상했다.
물론 회사에서도 반대가 많았다며 "선배가 '나는 반대했어. 왜 네가 뽑혔는지 모르겠는데 네가 6개월 버티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고 했다. 그게 오히려 절 강하게 만든 듯하다. '대표 앵커가 되겠어, 누구도 날 내려가라고 못해'하는 파이팅이 생겼다"고 밝혔다. 결국 백지연은 임신 9개월까지 뉴스를 진행하다가 하차했다.
백지연은 우리나라의 유명한 방송사고인 '내 귀에 도청장치'를 직접 겪은 장본인이기도 했다. 1988년 8월 4일 밤 9시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생방송 중 한 괴한이 난입해 "귓속에 도청장치가 들어있다"고 외쳤다. 당시 앵커가 된 지 3개월 차였다는 백지연은 "카메라가 3대만 있고 가끔 속보가 나면 누가 뛰어들어왔다. 제 순서라 준비하고 있는데 뉴스 진행 중 누가 들어오더라. '새로 오신 분인가'했는데 너무 가까이 오더라. 카메라 앞엔 누구도 못 들어오는데 카메라를 넘어서 빛의 속도로 오더니 '귓속에 도청장치가 있습니다'라고 했다"고 떠올렸다.
백지연은 당시까지만 해도 뉴스 센터로 들어오는 게 쉬었으나 이후로 아무나 들어갈 수 없도록 바뀌었다며 "그 이후로 철옹성이 됐다. 오히려 제가 생방송을 해야하는데 카드를 안 가져와 다시 가지러 간 적도 있다"고 말했다.
백지연은 디올 앰버서더에 등극했던 과거도 공개했다. 디올이 원래 선호하는 브랜드는 아니었다는 백지연은 "코리아 디올 사장이 제 인터뷰를 보고 '저 여성 직업이 뭐야? 이 여성 한번 만나고 싶다'고 한 거다. 그 사람이 아시아 태평양 지부에 보고하고, 그게 또 프랑스 본사로 갔다. 프랑스 본사 사장이 초대했다.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채 프랑스로 초대받았는데 비행기 내리면서부터 의전이 시작되더라. 영화에서 볼 법한 의전을 경험했다"고 자랑했다.
원래 예정된 20분은 물론 1시간이 넘도록 미팅을 했다는 백지연은 4년간 앰버서더 활동을 했다며 디올 제품을 원없이 받았겠다는 짐작에 "네"라고 답했다. 심지어 베르사유궁에서 특별 만찬을 갖던 중 백지연이 춥다고 한마디 했더니 디자인실에서 순식간에 숄을 만들어다 준 일화도 전해 감탄을 자아냈다.
백지연은 재야에서 킹메이커로 활약한 사실도 털어놓았다. 백지연은 "MBC를 딱 그만뒀더니 여러 제의가 왔다. 그중 하나가 굉장히 유명한 컨설팅펌이었다. 거절하면서 컨설팅 사무소를 차렸다. 세계적인 3대 컨설팅펌이 있는데 거기서 저한테 컨설팅을 의뢰한다. 그런 걸 하다보니까 대선 주자 컨설팅까지 오더라. 정치 캠프엔 절대 들어가지 않기로 하고, 비밀유지조항 사인도 하고 정말 여러 명을 했다. 누군지 밝힐 수 없는데, 중요한 건 오해하실까 봐 보수 진보 좌우라 표현하지 않고 이쪽저쪽이라고 하겠다. 이쪽저쪽에서 한 명씩 당선됐다"고 밝혀 놀라움을 안겼다.
한편 백지연은 1995년 결혼해 아들을 얻었으나 이혼했다. 이후 2001년 재혼하지만 2007년 또 한번 파경의 아픔을 겪고 홀로 아들을 키웠다. 백지연의 아들 강인찬 씨는 미국의 유명 디자인 대학교 졸업 후 관련 업계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2023년 정몽원 HL그룹 회장의 차녀 정지수 씨와 결혼했다. 정몽원 회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조카이자 고 정인영 HL그룹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뉴스엔 서유나 stranger77@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en@newsen.com copyrightⓒ 뉴스엔.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