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와 천하람 원내대표, 이주영 의원이 21일 경기 성남의료원에서 한호성 원장과 간담회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편집자주] 1년 3개월 이상 의정 갈등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제21대 대통령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차기 정권이 의정 갈등 해소의 키를 쥐면서 12일 대선 후보자들이 발표한 10대 정책 공약 중 특히 의료정책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각 대선 후보자 캠프에 합류한 인사들의 지난 흔적과 활동을 살펴 대선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의료 공약 단면을 살펴보고 차기 정부의 의료 정상화 논의 테이블에 오를 의제를 미리 짚어본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응급의료 국가완전책임제’와 ‘의료진 형사책임 면제’를 양대 축으로 한 의료공약을 제시했다. 특히 형사책임 면제 공약은 최근 수년간 필수의료 붕괴를 야기한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 의료진 처벌 리스크를 제거하겠다는 명확한 정책 방향으로 의료계 지지를 얻고 있다.
이준석 후보는 미국의 응급진료보장법(EMTALA)을 참고해 한국형 응급진료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법령상 준수 기준으로 명확히 설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의료인이 기준에 따라 진료한 경우 형사책임을 면제받도록 제도화하겠다는 것이다. 단순한 응급의료 제도 개선을 넘어 진료 환경 전반에 걸쳐 의료인의 안전망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 응급환자 진료를 책임지는 의료기관에는 전원수가, 가산수가, 당직수당 등 직접적인 재정 지원을 확대하고 국가가 병원의 운영과 인력, 법적 분쟁까지 책임지는 ‘광역거점형 응급의료센터 체계’로 개편하겠다는 방침도 함께 제시됐다. 기존 권역외상센터 17곳은 6개 내외의 거점으로 통폐합되며 응급의료 이송을 전담하는 중앙조정센터와 닥터헬기 확충도 추진된다.
이른바 '필수·응급의료 심폐소생'을 위한 공약이 중심을 이루는 모습이다. 이같은 의료정책 설계 중심에는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이 자리한다. 이주영 의원은 동국대 의대를 졸업하고 순천향대 천안병원 소아전문응급센터에서 약 10년간 근무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다.
그는 응급의료법 개정 이후 형사처벌 우려가 커지자 의료진이 연이어 사직하면서 센터 운영이 중단되는 현장을 직접 경험했다. 센터 폐쇄 직후 정치에 입문한 그는 의료시스템의 근본적 개혁 필요성을 강하게 피력해왔다.
이주영 의원은 지난달 열린 개혁신당 최고위원회에서 의료진이 과실 없이도 형사처벌과 민사 배상에 내몰리는 현실이 응급의료 붕괴의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소아응급실은 수년간 인력난과 처벌 리스크 속에 붕괴 직전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의료가 손해배상 수준을 넘어 방화범처럼 처벌받는 문화가 정착됐다”며 핵심 진료과의 붕괴는 사법적 책임 전가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한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의대 교수들이 형사소송과 함께 겪는 경제적, 정신적 어려움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실제 경험한 의사 출신 의원이 목소리를 내주면 더 좋은 정책 마련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고 말했다.
현 의정갈등과 관련해선 정책에 의료인인 의사를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발언을 이어왔다. 이주영 의원은 최근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대의원총회에서 “지금 의료인들이 원하는 것은 제대로 배우고,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라며 “의료인의 자유 의지와 윤리, 과학이 존중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일각에선 현장 의료인의 신뢰와 자율성을 정책 설계의 중심에 두겠다는 이주영 의원의 발언이 이준석 후보의 의료공약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준석 후보는 필수·응급의료 외에 핵심의료, 지역의료, 의학교육, 원격의료 등 5대 분야로 구분해 개편 방향을 제시했다. 중증·소멸위기 질환 수가 정상화와 건강보험 재구조화를 추진하고 의료취약지에는 차등 수가와 세제 혜택을 도입한다는 것이다.
의학교육은 평가원 독립성 강화와 국가 책임 확대를 통해 개선하고 원격의료는 의료기관 간 협진 중심으로 제한적 허용하되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은 적극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또한 정부 내 '보건부'를 신설해 공중보건 위기 대응과 보건의료정책 수립 기능을 전문화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준석 후보 공약에 대해 의협은 “보건부 신설 공약은 희망적”이라며 “전문성을 갖춘 독립 행정기구로 거듭나야 하며 의료전달체계 재정비와 건강보험 재정 관리를 주도할 컨트롤타워 역할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의료인 형사처벌 면제와 관련해선 “국가가 응급의료체계의 책임을 명확히 하겠다는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의료인 형사면책 기준의 구체화와 병원 직접 지원 방안은 의료계와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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