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구글 이어 애플도 내년 출시
그래픽=이철원
애플이 스마트 글라스 경쟁에 본격 뛰어들었다. 스마트 글라스는 IT 기술이 적용된 안경으로, 화면이나 스피커를 통해 각종 정보를 제공한다. 22일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이 내년 말에 AI 기능이 들어간 스마트 글라스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카메라, 마이크, 스피커가 내장될 예정이고, 애플의 음성 비서인 ‘시리(Siri)’가 전화 수신, 경로 안내, 실시간 번역을 처리한다. 애플은 2015년 독일 AR(증강현실) 기업 메타이오를 인수하며 AR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스마트 글라스를 출시한 적은 없다. 구글 등 경쟁사가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지만 당시만 해도 비용이나 기술적 문제로 수요가 적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애플은 스마트 글라스 시장에서 메타, 구글 등과 경쟁하게 된다.
스마트 글라스처럼 과거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거나 포기했던 사업들이 AI 기술을 업고 부활하고 있다. 사람들이 필요성을 못 느끼거나 기술력의 한계, 비용 문제 등으로 수익성이 떨어졌던 사업에 AI 기술을 접목하면서 상업화에 나서는 것이다.
그래픽=이철원
◇‘아픈 손가락 사업’ AI로 부활
스마트 글라스는 2010년대 초 등장했으나 당시 “불편하고 비싸다”는 평가를 받으며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구글 역시 2013년 출시했다가 2년 만에 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했다. 당시 구글 글라스에는 음성 명령으로 사진 촬영, 간단한 검색을 할 수 있었고, 카메라가 장착돼 있었다. 하지만 가격에 비해 기능이 단순하고 배터리 수명이 짧아 불편했다. ‘웨어러블(착용하는)’ 기기가 생소했기 때문에 글라스에 달리는 카메라로 인한 사생활 침해 논란도 있었다. 10년이 지나 구글은 최근 삼성전자와 손잡고 ‘구글 글라스’를 재출시했다. 새 제품엔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가 탑재됐고, AI와 실시간 소통으로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배터리 성능도 한 번 충전으로 온종일 사용 가능할 정도로 좋아졌다.
음성 인식 기술도 AI와 결합되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아마존은 2014년 처음 출시했던 음성 비서 ‘알렉사’를 업그레이드한 ‘알렉사 플러스’(Alexa+)를 최근 선보였다. 생성형 AI 기술 기반의 알렉사 플러스는 구매자와 대화하고, 재고·주문·배송 정보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해 제공하는 AI 쇼핑 도우미다. 아마존은 과거부터 온라인 쇼핑 활성화를 위해 쇼핑 도우미를 활용하려 했다. 초기 ‘알렉사’에도 장바구니 물건 추가, 음성으로 상품 주문 같은 기능을 탑재했다. 하지만 기능이 단순해 이를 쇼핑에 활용하는 사용자는 소수에 그쳤다. 대부분 쇼핑 기능 대신 “날씨 알려줘” “알람을 설정해”와 같은 일상적 기능을 이용했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AI의 발전으로 이제 쇼핑 주문뿐 아니라 가격 비교, 결제 같은 기능까지 음성 인식으로 가능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비슷하다. 2014년 출시했던 음성 비서 ‘코타나’는 시장에서 거의 존재감이 없었다. 최근 이 음성 비서 기능에 오픈AI의 기술을 더해 AI 비서 ‘코파일럿’을 재출시했다. 과거 코타나는 음성으로 일정 관리, 이메일 읽기 등 간단한 기능만 있었다. 업그레이드된 코파일럿은 이메일 초안을 작성하고, 회의 내용을 요약하며, 주요 사업 데이터를 분석해 자동으로 그래픽까지 만든다. 실시간 소통이 되고, 보다 자연스러운 대화도 가능하다. ‘더 똑똑한’ 비서가 된 것이다.
◇메타버스도 다시 주목
AI 기술 경쟁에 뒷전으로 밀렸던 메타버스 기술도 오히려 AI 기술의 발전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메타버스는 3차원 가상 세계로, 사람들이 아바타(가상 세계 속 대리인)를 통해 상호작용할 수 있는 디지털 공간이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사회적 활동이 줄면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이후 대면 모임이 늘고 챗GPT의 등장으로 AI에 대한 투자가 늘며 경쟁력을 잃었다. 사명을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바꿀 만큼 메타버스 사업에 열중했던 메타마저 AI 사업에만 집중 투자했다.
그러나 최근 AI 기술, 스마트 글라스에 메타버스 기술을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메타는 지난해 9월 AI 기능을 강화한 신형 AR 글라스 ‘오리온’을 공개했다. 안경에 메타버스를 구현해 사용자들이 활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애플도 ‘비전 프로’라는 헤드셋을 선보이며 실제 공간과 가상의 공간을 동시에 체험하는 기술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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