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최수연·김유원, 대만 엔비디아서 젠슨 황 회동
동남아, 외산 LLM 한계 속 현지 맞춤 소버린 AI 수요 커
네이버, 태국 IT기업과 LLM·AI 에이전트 개발 계획 발표
네이버-엔비디아 '소버린 AI 동맹', 구체적 사업으로 가시화
[서울=뉴시스] (왼쪽부터) 최수연 네이버 대표,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제이 퓨리 엔비디아 총괄 부사장,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가 지난 22일 대만 엔비디아 오피스에서 별도 미팅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5.05.23. (사진=네이버 제공)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네이버가 동남아 '소버린 인공지능(AI)' 생태계 구축에 본격 착수했다. 엔비디아와의 전략적 협력 아래 태국 현지 기업과 손잡고 태국어 거대언어모델(LLM)과 관광용 AI 에이전트 개발에 나선다. 네이버-엔비디아 동맹이 동남아로 향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3일 네이버에 따르면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가 전날 대만 엔비디아 사옥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제이 퓨리 엔비디아 총괄 부사장을 만났다.
이번 회동은 대만에서 열린 엔비디아 클라우드 파트너 행사 'NCP 서밋'에 네이버가 참석하면서 성사됐다. 네이버는 국내 유일 파트너로서 참석했고 이날 태국 AI·클라우드 플랫폼 기업 '시암 AI 클라우드'와 태국어 기반 LLM, 관광 특화 AI 에이전트 공동 개발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양사는 각각 보유한 LLM 구축·운영 경험과 방대한 태국어 데이터, 그래픽처리장치(GPU) 인프라를 기반으로 올해 말까지 실제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는 태국어 특화 LLM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태국 내 수요가 높은 관광 특화 AI 에이전트를 선보이기로 했다.
이후 헬스케어, 공공 서비스, 학술 분야 등 AI가 필요한 다양한 산업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이 과정에서 자사 기술력과 노하우를 공유함으로써 태국이 독자적으로 AI 모델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서울=뉴시스] 네이버클라우드가 '시암 AI 클라우드'와 태국어 기반 LLM 및 관광 특화 AI 에이전트 구현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왼쪽부터) 최수연 네이버 대표,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라따나폰 웡나파찬트 시암 AI 클라우드 대표, 레이몬드 테 엔비디아 APAC 총괄 대표, 회이 데이비스 엔비디아 APAC NCP 총괄. 2025.05.23. (사진=네이버 제공)
네이버의 행보는 단순 해외 진출이 아니라 전략적 시장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동남아는 인구가 많고 디지털 전환 수요가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앞서 비슷한 이유로 네이버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손잡고 아랍어 LLM 기반 소버린 AI 개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동남아 3강으로 불리는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구수는 각각 6800만명, 1억6000만명, 2억8000만명이다. 인구수가 많은 만큼 AI 서비스 고객 확보에 다른 시장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
특히 태국은 AI 인프라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번에 네이버와 손잡은 시암 AI 대표 라따나폰 웡나파찬트는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의 외사촌이자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조카다. 이러한 정치력 영향력이 있어 시암 AI는 태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태국 정부 주도의 AI 산업 육성책 중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시암 AI는 지난 2월 태국을 동남아 AI 허브로 육성하겠다며 AI 인프라 확충에 700억 바트(약 3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태국 시장 성장 가능성이 보이자 중국 알리바바 클라우드가 최근 태국 내 두 번째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또 AI 인프라 허브로 육성하기 위해 내년까지 관련 전기료를 25% 이상 인하하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베트남도 올해 국내총생산(GDP) 내 디지털 경제 비중을 20%로 확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국가 주도로 엔비디아와 함께 베트남 내 AI 연구개발센터 설립 협약을 체결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지난해 11월 인니 이동통신사 인도삿 등이 엔비디아와 협업해 자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 '사하바트-AI'를 오픈소스로 출시하며 소버린 AI 확보에 나섰다.
이처럼 자국어 AI 기반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나 동남아 일부 국가는 다언어·다민족 국가라 미국 등 외산 LLM이 문화적 적합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정부나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자국 데이터를 자국 기술로 학습시켜 운영할 수 있는 소버린 AI 수요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 등 자체 LLM을 개발한 경험을 보유한 몇 안 되는 아시아 기업이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AI 서비스·데이터·AI 백본·슈퍼컴퓨팅 인프라·클라우드·데이터센터까지 AI 밸류체인 전 영역에 걸친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소버린 AI를 필요로 하는 국가와 기업들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네이버와 엔비디아 주요 경영진이 대만 엔비디아 오피스에서 별도 미팅을 통해 소버린AI 구축과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사업 확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정소영 엔비디아코리아 대표, (통역사),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최수연 네이버 대표,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사진=네이버 제공)
한편 네이버는 이번 협력에 대해 엔비디아와 지난해부터 준비해 온 소버린 AI 협업의 결실이라고 강조했다. 이해진 의장과 최수연 대표는 지난해 6월 미국 엔비디아 본사를 찾아 황 CEO와 글로벌 소버린 AI 생태계 확대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이후 김유원 대표가 주도해서 양사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10여 차례 실무 협의를 진행했고 지난 3월 'GTC 2025'에서 동남아 지역 내 구체적 성과를 예고했다. 네이버-시암 AI가 공동 개발할 태국어 LLM, 관광 특화 AI 에이전트처럼 '소버린 AI 동맹'의 결과물이 앞으로도 구체적인 사업으로 가시화될 전망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소식을 두고 기술 종속 우려가 큰 신흥 국가와 새로운 연대 모델을 만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가 단순한 기술 수출이 아닌 현지 주권을 보장하는 AI 생태계 구축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lpac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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