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F 안동 국제테니스투어대회 남자단식 결승에 오른 신산희
절친한 선후배 사이에도 승부의 세계는 냉정했다.
전 세종시청 동료이자 국가대표 선후배 사이인 남지성(당진시청)과 신산희(경산시청)가 ITF 안동 국제테니스투어(M15) 남자단식 준결승에서 만났다.
24일 경북 안동시에서 열린 경기에서 후배 신산희가 6-4 4-4로 앞선 상황, 선배 남지성이 부상으로 기권을 선언했다.
신산희는 “사실 경기 중반에 지성이 형이 팔이 안 좋은 것을 눈치 챘다. 일반적인 상대였다면 상대의 부상이 나의 승리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이번엔 전혀 달랐다. 그런 마음은 들지 않고 너무 속상했다”고 말했다.
신산희가 이렇게 속상함을 표현한 이유는 남지성이 절친한 선배이자 자신의 롤 모델이기 때문이다.
“지성이 형은 사실 나에게 오래된 롤 모델이고 정말 코트 안팎에서 항상 친형처럼 친동생처럼 잘 지내는 사이다. 그런 사이에 경기에서, 그것도 준결승에서 붙을 수 있다는 게 정말 기분이 묘했다.”
두 선수는 세종시청 테니스팀에서 수년 동안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신산희가 올해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선발되면서 연초 데이비스컵 체코 원정도 함께했다. 작년 말 남지성이 당진시청으로 이적하고 올해 초 신산희가 경산시청으로 소속을 옮겼지만 여전히 가까운 사이다.
이번 경기는 2016년 ITF 안성 국제대회에서 첫 만남 이후 9년 만에 두번째 맞대결이었다. 서로를 잘 이해하는 만큼 브레이크를 주고 받으며 팽팽한 승부가 펼쳐졌지만 남지성의 부상으로 다소 아쉽게 경기가 마무리 됐다.
남지성은 오랜만의 단식 연전으로 인해 오른쪽 팔에 일시적인 무리가 생겼고 경기를 포기했다. 남지성은 “친한 사이지만 관계없이 이기려고 최선을 다했다. (신)산희가 올해 국가대표가 되고 처음 경기를 가졌다. 감회가 새로웠다. 아끼는 후배고 이렇게 성장한 모습을 보니 기쁘다. 부상으로 제대로 된 경기를 하진 못했지만 다음에 다시 한번 경기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신산희는 지난 4월 국내에서 열리는 최대 규모 남자 국제대회, 부산오픈챌린저에서 예선을 뚫고 생애 처음으로 본선에 올랐다. 1회전에서 본선 첫 승리까지 거뒀다. 호주와 중국에서 열린 ITF 대회에선 4강 2회, 준우승 1회를 기록하며 최근 기세가 좋다.
신산희는 “선수 인생에서 가장 크게 바라왔던 것이 국가대표다. 그것에 얽매여서 최근 몇 년 동안 조금 힘들게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운동을 했다. 올해 국가대표 꿈을 이뤄내면서 마음이 너무나 편해졌고 그래서 이제 테니스를 정말 온전히 즐길 수 있게 됐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운동을 하다 보니 당연히 능률도 올라가고 코트 위에서도 드러나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전성기'라는 말도 맞는 것 같다”고 했다.
롤 모델을 꺾고 결승에 오른 신산희는 통산 네 번째 ITF 타이틀에 도전한다. 하지만 결승에서 항상 자신보다 두 발짝 이상 앞서 나가며 투어 선수로 발돋움한 동갑내기 친구 권순우(국군체육부대)를 넘어야 한다.
“(권)순우는 다들 알다시피 굉장히 훌륭한 선수다. 지금 군 복무로 인해 어떻게 보면 본인이 뛸 수 있는 것보다 작은 무대에서 뛰는 것이다. 그만큼 대단한 상대고 사실 내 입장에서는 잃을 것이 없다. 한 수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임할 건데 마냥 배우자는 것은 아니고 이기겠다는 마음을 품고 경기에 나설 생각이다.”
국가대표 꿈을 이룬 신산희는 그랜드슬램 예선을 다음 목표로 삼았다. 세계 400위 후반대의 신산희가 예선에 오르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우승 포인트는 단 15점. 작지만 그랜드슬램을 향한 소중한 거름이 될 것이다.
신산희의 롤모델 남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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