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르카츠 꺾고 제네바 오픈 정상... 코너스·페더러 이어 역사적 이정표 달성100번째 트로피와 함께 활짝 웃는 조코비치(사진=노박 조코비치 SNS)
[스포츠춘추]
테니스 황제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가 마침내 통산 100번째 우승이라는 역사적 이정표에 도달했다. 조코비치는 5월 25일(한국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ATP 250 제네바 오픈 남자 단식 결승에서 후베르트 후르카츠(폴란드·6시드)를 5-7, 7-6(2), 7-6(2)로 꺾고 오픈 시대 세 번째 '센추리온'에 올랐다.
오픈 시대(1968년 이후)에서 남자 단식 100승을 달성한 선수는 지미 코너스(109승), 로저 페더러(103승)에 이어 조코비치가 세 번째다. 또한 조코비치는 20시즌 연속 우승을 기록한 최초의 선수라는 새로운 기록도 세웠다.
3시간 5분간 펼쳐진 결승전은 조코비치다운 극적인 대역전극이었다. 첫 세트를 더블 폴트로 내준 조코비치는 내리 두 세트를 연달아 가져가며 100번째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경기 후 조코비치는 "정말 믿을 수 없는 경기였다"며 "결정적인 3세트를 7-6으로 따내며 만원 관중 앞에서 100번째 우승이라는 값진 성취를 이뤄낼 수 있어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코비치에게 이번 우승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작년 파리 올림픽 이후 첫 우승이자, 그동안 두 차례 100승 도전에서 아쉽게 좌절됐던 설움을 털어낸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상하이 마스터스 결승에선 야닉 시너에게, 올해 3월 마이애미 오픈 결승에선 야쿠프 멘시크에게 각각 패하며 100승 달성이 연기됐었다.
이번 제네바 오픈 출전 자체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조코비치는 올시즌 내내 클레이에서 부진에 시달렸다. 몬테카르를로 마스터스와 마드리드 오픈에서 연달아 1라운드 탈락했고, 마드리드에서 마테오 아르날디에게 패한 후에는 3연패를 당하는 충격을 받았다.
이후 이탈리아 오픈을 기권하고 앤디 머레이와의 코칭 파트너십도 종료했다. 그런 상황에서 와일드카드로 급하게 출전한 제네바 오픈이었지만, 조코비치는 대회를 거치며 서서히 경기 감각을 되찾았다.
하지만 결승에서도 쉽지 않은 경기를 치러야 했다. 결승전에서 조코비치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후르카츠에게 밀렸다. 첫 세트를 아깝게 내준 뒤 결정적인 3세트에서도 초반 브레이크를 당하며 2-4로 뒤졌다. 후르카츠는 3세트에서 서브 게임을 한 번도 잃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4-3으로 앞선 상황에서 후르카츠의 포핸드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압박감이 커지자 후르카츠는 연달아 실수를 범했고, 조코비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경기를 뒤집었다. 결국 타이브레이크에서 7-2로 완승하며 극적인 대역전승을 완성했다.
이로써 후르카츠는 조코비치와의 개인 대결에서 0승 8패를 기록하게 됐다. 이 중 5경기가 타이브레이크에서 결판이 났을 정도로 매 경기 접전이 펼쳐졌지만, 중요한 순간에선 조코비치의 경험과 정신력이 빛을 발했다.
조코비치의 첫 우승은 2006년 7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였다. 당시 19세의 조코비치는 세계 랭킹 36위로 니콜라스 마수를 꺾고 생애 첫 ATP 타이틀을 차지했다. 그로부터 19년 만에 100번째 우승을 달성한 것이다.
하지만 조코비치에게는 축하할 시간이 많지 않다. 26일(한국시간)부터 시작되는 프랑스 오픈에 즉시 참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1라운드에서 맥켄지 맥도날드(미국)와 맞붙는 조코비치는 화요일에 첫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힘든 한 주를 보낸 만큼 체력 회복이 관건이다.
조코비치는 프랑스 오픈에서 통산 25번째 그랜드슬램 우승이라는 또 다른 기록 달성을 노리고 있다. 현재 24개의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보유한 조코비치가 한 개만 더 추가하면 남녀 통틀어 최다 그랜드슬램 우승 기록을 세우게 된다. 조코비치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