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니버, 서비스 26년 만에 종료…"어린이 SW·AI 교육에 집중"
동요·동화 등 교육과 게임 콘텐츠 인기로 '쥬니버 키즈' 낳아
'아이들나라' 등 국내 어린이 콘텐츠 생태계 확장 기여
[서울=뉴시스] 쥬니어네이버 메인 화면 (사진=뉴시스 DB)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쥬니어네이버', 대한민국 20·30대라면 모를 수 없는 이름이죠. 초등학생 때 학교 컴퓨터실에서 선생님 몰래 쥬니어네이버로 친구들과 '슈의 라면가게', '동물농장' 등 수많은 게임을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1990년대 중후반부터 2000년대 초에 태어난 현 20·30대는 '쥬니버 세대', '쥬니버 키즈'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이들에게 어린 시절 추억을 만들어 준 쥬니버에 이제 마지막 인사를 해야 할 날이 왔습니다. 오는 27일 오후 3시에 서비스를 종료하기 때문입니다.
[서울=뉴시스] 슈게임. 2023.02.19.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쥬니어네이버 '동물농장' (사진=뉴시스 DB) *재판매 및 DB 금지
쥬니버는 1999년 6월 포털 '네이버' 출시와 함께 만들어진 국내 최초 어린이 전용 포털입니다. 동요와 동화, 영어 퀴즈 등 교육 콘텐츠와 함께 각종 플래시 게임을 제공했는데요. 인터넷 대중화로 컴퓨터 보급이 증가하면서 당시 초등학교에 다니던 어린이에게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직장인 안재영(27)씨는 "당시 인터넷을 켜면 네이버가 떴는데 다른 곳은 안 보고 맨 오른쪽 상단에 있던 '쥬니어네이버' 탭을 바로 클릭했던 기억이 있다"며 "지금 어린이들이 유튜브나 틱톡을 즐겨하는 걸로 아는데 나한테는 쥬니어네이버가 그런 존재였다"고 말했습니다.
이채영(29)씨는 "선생님께서 컴퓨터 수업 때 자유시간을 종종 주셨었는데 쥬니어네이버 '게임랜드'는 필수코스였다"며 "('슈의 라면가게'에서) 결국 라면을 제대로 완성하지 못하고 냄비를 태워 먹은 기억만 있다"고 회상했습니다.
한모(29)씨는 '동물농장'을 쥬니버에서 가장 즐겨한 게임이라면서도 과거 잘못을 고백했습니다. 한씨는 "당시 포인트를 쉽게 모으고 싶어 '치트○○○'이라는 일종의 게임 핵 프로그램을 통해 21억 포인트를 쌓아 여러 고급 장비를 샀던 기억이 있다"며 "지금 돌아보면 절대 하면 안되는 행동이었지만 그 당시 암암리에 다 그렇게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처럼 쥬니버가 흥행하면서 당시 경쟁사였던 야후와 다음도 잇달아 어린이 전용 포털 '야후 꾸러기'와 '다음 키즈짱'을 출시했습니다. 일명 3대 어린이 포털로 불렸죠. '당근송', '우유송', '해킹송', '팥죽송' 등 플래시 애니메이션 기반 엽기송 문화가 만들어진 것도 어린이 포털 역할이 컸습니다.
[서울=뉴시스] 2012년 종료한 '야후 꾸러기'. 아카이브 사이트 '웨이백머신'에서 2005년 당시 버전으로 복원된 모습 (사진=인터넷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스마트폰 대중화 등 미디어 환경 변화로 어린이 포털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야후는 2012년 국내 서비스 철수와 함께 야후 꾸러기를 종료했습니다. 다음 키즈짱도 2015년 "사용성이 떨어지는 서비스를 접고 다른 서비스에 더욱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이유로 종료됐습니다.
다른 포털이 종료한 것과 달리 쥬니버는 PC에서 모바일 중심으로, 플래시에서 동영상 중심으로 꾸준히 서비스를 개편해 왔습니다. 경쟁 포털이 사라지면서 2017년 서비스 18주년 당시 네이버가 밝힌 쥬니버 월 이용자 수는 약 450만명으로 나타났습니다. 당시 국내 9세 이하 어린이 전체 인구와 맞먹는 수치죠.
[서울=뉴시스] LG유플러스는 키즈 전용 플랫폼 아이들나라가 한국공항공사와 손잡고 김해국제공항에 유아동 전용 놀이터 ‘상상하는 하늘’을 구축했다고 20일 밝혔다. (사진=LGU+)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LG유플러스 '아이들나라', SK브로드밴드 'B tv 젬(ZEM)', 메가스터디교육 '엘리하이' 등 어린이 전용 교육·엔터테인먼트 서비스가 잇달아 나왔고 유튜브, 넷플릭스 등도 어린이 전용 콘텐츠를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쥬니버 인기는 점차 줄어들었습니다.
특히 게임랜드 종료가 쥬니버 인기 감소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어도비가 플래시 플레이어 프로그램 업데이트와 배포를 2020년 종료하면서 보안 취약이 우려되자 해당 프로그램 기반으로 제공되던 게임 접근을 막을 수밖에 없었는데요. 2019년 2월을 끝으로 게임랜드가 종료된 후 쥬니버는 교육 콘텐츠 위주로 서비스를 운영해 왔습니다.
[서울=뉴시스] 27일 네이버에 따르면 쥬니버는 오는 5월27일에 쥬니버 웹페이지, 쥬니버TV 앱 서비스를 종료한다. (사진=쥬니버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네이버는 어린이 콘텐츠 생태계 활성화 목표를 이뤘다는 판단에 쥬니버를 종료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어린이 콘텐츠 관련 서비스·플랫폼 선택권이 다양해지면서 역할을 다했다는 설명입니다.
네이버는 쥬니버 운영을 종료하지만 일부 교육 영상 콘텐츠는 네이버TV에서 제공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기존 초·중등 중심 소프트웨어(SW) 교육 플랫폼 '엔트리'에 집중해 초등 저학년 대상 SW·인공지능(AI) 교육과 연계하는 등 미래세대 중심 AI 교육 강화에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2월27일 쥬니버 종료 소식이 전해진 이후 네티즌들은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구글 플레이, 애플 앱스토어 등 앱 마켓에 제공 중인 '쥬니버TV' 앱 후기에도 "종료 날짜를 더 늘려달라. 소원이다", "안녕, 쥬니어네이버" 등 의견을 남겼습니다. 일부 네티즌도 "내 어린 시절을 행복하게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전했습니다.
업계 일각에서는 쥬니버 흥행이 네이버를 국내 1등 포털로 만들어줬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한 관계자는 "쥬니버를 하던 어린이들이 자연스럽게 뿜, 웹툰 등 네이버의 다른 서비스도 접하게 만들었다"며 "지금 20·30대가 네이버 서비스를 찾는데, 쥬니버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2000년대 초반을 주제로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제작한다면 쥬니버는 반드시 나올 만한 소재"라고 말했습니다.
네이버 관계자는 "26년간 수많은 쥬니버 키즈들과 뜻깊은 여정을 함께 하며 성장해왔다"며 "'엔트리'를 통해 미래세대를 위한 다양한 AI 교육을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alpac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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