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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대선을 앞두고 과학기술 관련 단체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들에게 과학기술 관련 정책들을 잇따라 제안하는 등 다른 대선 때와 달리 선제적으로 다가서는 모양새다. 대통령 탄핵 가결로 예정없던 조기 대선이 시작됨에 따라 인수위위원회 없이 차기 정부 출범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윤석열 정부의 이권 카르텔 지목 이후 'R&D 예산 삭감' 등 역대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이 연구현장에 커다란 충격과 피해를 가져다 준 학습효과를 경험한 것도 과학계가 공세적으로 발빠르게 움직이게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와중에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과학기술 관련 공약 대다수가 구체성이 떨어지고, 미래 지향적인 내용을 담지 못해 대체적으로 부실하고, 현실적 고민 없이 급조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과학기술분야 시민단체인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과실연은 지난달 30일 새 정부를 위한 과학기술 분야 10개 어젠다를 발표했다. 과실연은 2005년 과학기술 전문가와 사회 각계 인사 265명이 모여 설립된 과학기술 분야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시민단체로 활동하고 있다.
과실연은 과학의 정치화 방지를 비롯해 과학기술 부총리제 도입 등 거버넌스 혁신, R&D 예산 부처 자율 편성 등을 주요 어젠다로 제시했다.과실연은 과학기술정책 싱크탱크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과 지난 21일 공동포럼을 갖고, 10대 과학기술혁신정책 어젠다를 재차 대선후보들에게 제언했다.
주요 과학기술 단체들이 공동 참여하고 있는 공공과학기술혁신협의회는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운영 혁신방안을 담은 정책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 제안했다. 공공과학기술혁신협의회는 전임출연기관장협의회, 과학기술연우연합회, 출연연과기인총연합회(연총), 대덕클럽, 과학기술정책연구회, 대전과총 등 6개 단체가 2021년 설립한 협의체다.
이들은 국가과학기술체계 내에서 공공과학기술의 역할 명확화와 공공과학기술의 임무중심형 연구환경 조성 및 제도개선 등 2개의 정책과제와 6개 세부과제를 차기 정부에 제시했다. 협의회는 오는 27일 각 당의 과학기술 관련 인사들과 간담회를 갖고 공공과학기술 임무 명확화를 위한 법·제도 개선과 공공과학기술 임무 수행을 위한 관리방식 개선 등을 제안하고 논의한다.
출연연 소속 박사급 연구원 2500여 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연총)은 지난 8일 △과학기술 거버넌스 체계 구축 △정치 독립성 보장 △R&D 예산 5% 보장 △출연연 위상 재정립 △출연연 연구환경 개선 및 사기 진작 등 5가지 과학기술 혁신 정책 어젠다를 대선 공약으로 내놓기도 했다.
R&D 예산 삭감에 따른 혼란으로 여당보다는 야당과의 정책협약을 통한 연대 움직임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연총은 지난 12일 민주당 과학기술혁신위원회와 과학기술 분야 정책협약식을 체결해 R&D 생태계 복원과 과학강국 도약에 정책 연대를 강화키로 했다.
과학기술 분야 대표 노조인 공공과학기술연구노조와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조 역시 민주당과 정책협약을 맺고 국가 R&D 예산 최소한의 보장과 안정적 확대, R&D 예산 독립성 보장, 과학기술인 처우 개선 등 R&D 생태계 활성화에 협력키로 했다. 전국과학기술노조도 오는 30일 민주당과 동일한 정책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안준모 과실연 공동대표(고려대 교수)는 "이번 대선은 과학기술을 포함한 정책 경쟁은 없고, 정치 경쟁만 있어 우려스럽다. 대선 후보들의 과학 관련 공약들이 한 줄씩 돼 있어 평가하기 조차 어려울 정도로 부실하고, 공약집 없이 치러지는 부끄러운 우리의 정치 현실을 단면을 보여준다"며 "차기 정부에서 실행력을 갖고 과학기술 관련 공약과 정책들을 추진할 수 있도록 과학계가 더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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