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실황은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필자가 만 6세의 나이였을 때다. 흑백 TV로 달 착륙 중계를 봤던 기억이 아스라이 남아있다. 어려운 시절이었음에도 전 국민적인 관심이 쏠린 이벤트였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은 20세기 말에 바라본 21세기의 미래상이다. 아직은 이 영화에서 상상하는 달 기지, 우주탐사 그리고 AI의 수준에 이르지 못했지만 시대의 흐름은 보여주고 있다.
수만 년 전 인류의 흔적은 동굴벽화로도 남아있다. 여기에 그려진 그림이 일상의 표현이 아니라 별자리와 천체현상이라는 해석도 있다. 당시 인류는 밤하늘의 변치 않는 별들을 보면서 일종의 종교적인 경외심을 느꼈기에 기록했을 것이다. 인류는 오랫동안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해 무수히 고민해왔다. 현대과학은 생명현상을 분자 단위까지 이해하고 다룰 수 있고, 원자 구조와 이 물질들이 어디에서 왔는지도 이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생명체를 구성하고 있는 원자 하나하나는 100억 년이 넘는 우주의 진화과정을 통해 만들어졌으니, 결국 우리의 고향은 우주 자체이고 이 흔적이 원자를 통해 유전자에 남아있는 것이 아닐까.
미국의 대표적인 씽크탱크인 전략국제연구센터(CSIS)가 매년 발간하는 우주위협평가 보고서에 의하면 최근의 전략적 환경은 역사상 가장 복잡한 상태이고, 그 핵심은 우주에 있다고 진단한다. 매년 우주위협 핵심국가 5개국과 우방국 6개국에 대한 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데 우주위협 핵심국에는 러시아, 중국, 북한이 포함되어 있고 우방국에는 우리나라와 일본이 포함돼 있다. 우주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3개국과 늘 견제 대상이 되는 우주 강국이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있다. 따라서 우주개발은 국가적 생존에 필수적인 전략적 선택이다. 우주산업은 단순한 미래의 먹거리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전략적 산업이다.
우주개발을 총괄하는 국가기관의 필요에 따라 지난해에 우주항공청이 출범해 이제 1주년을 맞이한다. 우주항공청을 중심으로 발사체와 위성체 개발, 우주탐사, 우주항행, 우주통신, 천문우주과학, 우주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가계획에 근거해 우주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한된 예산과 인력에 비해 할 일이 너무 많다. 다른 산업군에 비하면 아직 산업기반도 약하다. 우주항공청이 짊어져야 할 짐이 너무 많아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6백 년 전, 세종대왕 시절에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과 우주를 이해할 수 있는 역량을 지녔던 찬란한 역사가 있다. 우주개발은 전형적인 국가 주도산업이지만 최근 우주의 상업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인 흐름에 빠르게 올라타기 위해서는 우주항공청을 중심으로 산학연의 체계적인 대응이 꼭 필요하다. 이는 우주항공청이 만들어진 핵심적인 이유이며, 위대한 선조가 이룩한 찬란한 역사를 잇기 위한 우리의 의무이기도 하다.
우주는 우리 인류의 고향이다. 그래서 우주를 경외하고 우주로 향하는 발걸음에 모두 환호하는 것이다. 우주에 대한 이해와 우주개발은 우리나라를 미래에도 지속 가능하게 하는 필수 전략이다. 우주항공청을 중심으로 국가적 총력전이 필요한 때이다. 더 많은 국민의 지원과 애정의 박수를 기대해 본다.
박장현 한국천문연구원장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