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 '여성 혐오' 발언에 이재명·권영국 후보에 책임 돌려... 권영국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는 사람"
[곽우신 기자]
![]() |
▲ 27일 제 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이준석 후보가 권영국 후보에게 질문하는 장면. 이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아들 관련 의혹을 거론하기 위해 여성 성기가 언급되는 혐오 발언을 해 논란에 휩싸였다. |
ⓒ JTBC 갈무리 |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는 사과하지 않았다. 오히려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답변을 회피했다며 책임을 돌렸다. 그저 온라인 댓글을 순화해서 옮겼을 뿐, 본인이 직접 발화한 말이 아니라는 태도로 일관했다. 권영국 후보는 즉각 재반박했다.
이준석 후보는 지난 27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진행된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토론회에서 '여성 성기'와 '젓가락'을 언급해 권 후보에게 질문했다. 이 후보가 꺼내든 표현은 이재명 대표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가 온라인상 특정 아이돌을 향해 단 여성 혐오성 댓글이다. 이 후보 본인의 욕설 논란과 결부해 그를 비방하기 위한 용도로 다른 후보에게 질문을 던진 것이다. 당초 질문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했던 권 후보는 TV토론이 끝난 후 분개하며 그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다(관련기사: 권영국 "이준석, 비방 목적으로 여성혐오 인용... 사퇴하라").
이준석 "홍준표도 자서전 표현 사과... 민주진보진영의 위선"
그러나 이준석 후보는 28일 오전 본인의 페이스북에 "저는 어제(27일) TV토론에서, 평소 성차별이나 혐오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혀오신 두 분 후보에게 인터넷 상에서 누군가가 했던 믿기 어려운 수준의 발언에 대해 입장을 구했다"라며 "공공의 방송인 점을 감안하여 원래의 표현을 최대한 정제해 언급했음에도, 두 후보는 해당 사안에 대한 평가를 피하거나 답변을 유보하셨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성범죄에 해당하는 비뚤어진 성의식을 마주했을 때 지위고하나 멀고 가까운 관계를 떠나 지도자가 읍참마속의 자세로 단호한 평가를 내릴 수 있어야 국민이 안심할 수 있다"라며 "이 장면을 통해 저는 다시금, 혐오나 갈라치기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면서도 정작 본인의 진영 내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외면하는 민주진보진영의 위선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이 후보는 "저는 왜곡된 성의식에 대해서 추상같은 판단을 하지 못하는 후보들은 자격이 없다고 확신한다"라며 "2017년 대선에서도, 돼지발정제 표현과 관련된 논란이 있었지만, 홍준표 후보는 자서전의 표현이 부적절했음을 인정하고 공식적으로 해명하고 사과한 바 있다"라고 비교했다.
"지도자의 자세란, 그와 같이 불편하더라도 국민 앞에서 책임 있는 입장을 밝히는 것"이라며, 관련 댓글을 공중파 방송에서 본인의 입으로 옮긴 데 대한 지적에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같은 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 한 인터뷰에서도 '여성혐오'라는 권영국 후보의 비판에 대해 "언어도단 아닌가? 여성혐오에 해당하는 발언인지를 물어봤더니 그게 여성혐오라고 묻는 것은 그냥 답변을 거부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이 후보는 "사실 굉장히 부적절한 온라인상의 누군가의 발언을 들어서 여기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잣대는 무엇이냐 물어본 것"이라며 "실제 있었던 발언에 대해서 굉장히 순화를 해서 질문을 드린 것이다. 솔직히 그 표현을 어떻게 더 순화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인터넷에 있는 발언 하나를 소개"한 것이라며 "그 발언을 한 것으로 의심받는 다른 당사자가 있기는 하지만, 저는 제3자이면서 오히려 이 문제에 대해서 항상 강하게 발언해 오신 민노당 쪽에서 냉정하게 제3자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라고도 강조했다. 이재명 후보를 겨냥한 게 아니라는 '눈 가리고 아웅' 식 핑계였다.
그는 "지난 2017년 대선토론회에서는 그때 심상정 후보가 돼지발정제 문제를 굉장히 세게 들고 나오셨다"라며 "방송토론회에서 어느 정도의 질문이 가능하고, 어느 것이 불가능한지 이것에 대한 잣대는 그때 한번 설정된 게 아닌가?"라고 재차 비교하기도 했다.
권영국 "이준석, 전혀 다른 문제 교묘하게 섞어... 대단히 불순하고 부도덕"
이준석 후보는 두 명의 후보가 답변을 회피했다고 계속 몰아세우고 있지만, 당시 토론에서 이재명 후보가 해명할 시간을 달라고 했음에도 이를 거부한 건 이준석 후보였다. 권 후보는 "당연히 이제 성적인 학대를 한다든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엄격하게 정하고 있다"라며 당의 엄격한 기준이 존재한다고 답을 했다.
권 후보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재반박에 나섰다. 우선 201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자서전 내용을 문제삼은 것은 "대단히 그것도 역시 혐오 발언이었기 때문에, 그 혐오 발언에 대해서 반격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라며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준석 후보는 서로 전혀 다른 문제를 가지고 아주 교묘하게 섞어서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를 못하는 사람"이라며 "이번에 서로 토론해 보니까 자기감정을 거의 절제하지 못하는 사람이었고,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해서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권 후보는 "특히 이 여성혐오 발언은 물론 제가 매우 순발력 있게 그 상황을 잘 파악을 했더라면, 그 자리에서 제대로 잘못을 지적했어야 되는데 그게 대단히 아쉽게 남고 있다"라며, 토론회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못한 데 대해 반성했다.
그는 "그때 다른 생각하고 섞여 있어서 정확하게 그 내용이나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고, 근데 대단히 불순하다는 느낌은 확실히 받았던 것"이라며 "이재명 후보를 공격하려고 그런 수단으로 이걸 끄집어들인 것"이라고도 꼬집었다.
특히 "제3자의 입을 통해서 이재명 후보를 공격하게 만드는 방법을 쓴 것이다. 이건 굉장히 부도덕한 행위"라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라는 것이다. 상대방을 공격할 때 자기 최소한의 도덕적인 기준도 이제 없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어제 토론을 보니까 상대방을 죽이고 악마화하고 나쁜 후보로 만드는 데 전력을 기울인 그런 토론 같아서 마치 무슨 다른 나라에 와 있는 느낌을 받았다"라고도 평가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