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TV토론 발언 논란에 입장 표명... '확인 안 된 의혹 언급 위해 여성혐오 발언해야 했나' 지적 여전히 유효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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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폭력, 여성혐오 등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의 3차 TV토론 발언 다음날인 28일 오전, 서울역을 찾은 시민들이 TV 화면 속 이 후보를 바라보고 있다. |
ⓒ 정초하 |
27일 열린 마지막 대선후보 TV 토론회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한 발언이 논란에 휩싸였다.
이 후보는 민주노동당 권영국 대선후보에게 "만약에 어떤 사람이 여성에 대해 가지고 얘기할 때"라면서 여성 신체부위 관련 폭력 상황을 묘사한 뒤 "여성혐오에 해당하나 안 하나"라고 물었다. 권 후보는 이에 "답변하지 않겠다", "지금 이걸 묻는 취지는 모르겠다. 성폭력에 대한 기준은 엄격하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또한 "시간을 충분히 주고 질문을 하시면 좋겠다"는 말로 답변을 갈음했다.
토론회 직후 더불어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여성단체 등에서 이 후보의 발언에 대한 규탄 성명이 이어졌다. 전 국민이 다 보는 중앙선관위 주최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나와서는 안 될, 매우 부적절하고 그 자체로 여성혐오적인 발언이라는 비판이 빗발쳤다.
비판 이어지자, 이준석 "원래 표현을 최대한 정제해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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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석 후보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
ⓒ 이준석 후보 페이스북 |
이러한 비판이 이어지자, 이준석 후보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이 후보는 "저는 어제 TV토론에서, 평소 성차별이나 혐오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혀오신 두 분 후보에게 인터넷 상에서 누군가가 했던 믿기 어려운 수준의 발언에 대해 입장을 구했다"며 "공공의 방송인 점을 감안하여 원래의 표현을 최대한 정제해 언급했음에도, 두 후보는 해당 사안에 대한 평가를 피하거나 답변을 유보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장면을 통해 저는 다시금, 혐오나 갈라치기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면서도 정작 본인의 진영 내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외면하는 민주진보진영의 위선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권영국 후보와 이재명 후보를 비판했다.
이 후보가 토론회에서 언급한 발언은 2021년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아래 가세연)가 이재명 후보의 아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성희롱 댓글을 달았다고 의혹을 제기하며 제시한 댓글들 중 일부를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해당 댓글들을 단 인물이 이재명 후보의 아들인지 확인된 바 없다. 또, '이준석 후보가 언급한 댓글의 원 내용은 여성 성기가 아닌 남성 성기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이준석 후보도 해당 댓글을 쓴 인물에 대해 '누군가'라고만 지칭했을 뿐 특정하지 않고 있다. 이 후보는 28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도 "일반적으로 인터넷에 있는 발언 하나를 소개하면서", "그 발언을 한 것으로 의심받는 다른 당사자가 있기는 하지만"이라며 발언한 인물을 특정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대체 이준석 후보가 온라인상에서 떠돌아다니는 성희롱성 댓글을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언급해야 할 이유가 무엇이었냐는 질문이 남는다. 정말로 이 후보가 권영국 후보와 이재명 후보가 지닌 여성혐오에 대한 기준을 묻고 싶었다면 다른 방식으로 충분히 질문할 수 있었다. 명확한 사실 확인조차 이뤄지지 않은 의혹을 거론하기 위해 생중계 토론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비판이 거세게 터져 나오는 이유다.
권영국이 답변 회피했다? 문제적 발언이라는 취지로 답변
한편 이준석 후보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권영국 후보님께서 평소에 민주당도 그렇고 민주노동당도 그렇고 굉장히 여성인권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처럼 이야기해왔는데 정작 어떤 사례가 등장하니까 답변을 회피하신 것"이라며 "저는 지금이라도 거기에 대한 판단을 하셨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권 후보가 답변을 회피했다고 보긴 어렵다. 이 후보가 해당 발언에 대해 "매우 문제가 되는 발언인가 아닌가?" 재차 묻자 권 후보는 "우리는 당연히 성적인 학대를 한다든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엄격하게 정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권영국 후보는 토론회 직후 "이준석 후보가 여성혐오 발언인지 물었던 그 발언은 분명한 여성혐오 발언"이라며 해당 발언이 여성혐오 발언임을 분명히 했다. 동시에 권 후보는 이준석 후보의 발언에 대해서도 "여성혐오 발언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너무나 폭력적이다. 토론을 누가 듣고 있는지 단 한 번이라도 생각했다면 할 수 없었을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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