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성폭력 발언 후폭풍, 시민단체 연달아 사퇴 촉구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 마련하라"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지난 27일 TV토론 중인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 사진=SBS뉴스 갈무리
TV토론 생방송 도중 여성혐오 표현을 내뱉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에 대한 시민·사회단체들의 사퇴 요구가 거듭 이어지고 있다. TV토론 시스템에 대한 성찰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16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혐오와 검열에 맞서는 표현의 자유 네트워크'(21조넷)은 28일 성명을 내고 “대통령 후보 TV토론에서 정책이 실종됐다는 평가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 자리에 후보들이 서로 비방하고 헐뜯는 장면도 수없이 봐왔다.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여성의 신체 부위를 언급하며 언어 성폭력 발언을 노골적으로 한 후보는 없었다”며 “이준석 후보는 본인의 발언에 대해 제대로 사과하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21조넷은 “이준석 후보가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언급한 그 발언은 정확히 남초커뮤니티 내 여성혐오 문화를 그대로 옮겨온 것에 불과하다. 그것이 이날 토론 주제였던 정치와 무슨 상관이 있나”라며 “단지 이준석 후보는 그를 지지하는 그룹에 소구할 만한 이야깃거리를 던져 이득을 취하기 위해 혐오를 가져왔고, 영향이 큰 TV토론을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후보의 여성혐오 표현을 옹호했다. 이기인 개혁신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금까지 정의당, 민주노동당이 이준석 후보로 하여금 얼마나 여성혐오라는 프레임을 씌워 공격했나. 그런데 여성혐오 프레임에 대해 구체적 사례가 있느냐고 말을 못 했다. 그런데 어제 다른 사람의 사례를, 심지어 후보자의 가족이 쓴 글을 들고 왔는데 평가하지 못 한다, 이건 진보진영의 위선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21조넷은 “'이준석 사당화'라는 평가받는 개혁신당도 문제다. 개혁신당은 이번 이준석 후보의 성폭력 발언에 대해 '사과' 대신 '옹호'와 '진보정당에 대한 혐오'로 대처하기로 작정한 듯하다”며 “TV토론이라는 공론장에 들어와야 할 게 고작 '혐오'인가”라고 지적했다.
▲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출연하고 있는 이기인 공동선대위원장. CBS 갈무리
민주언론시민연합도 28일 성명에서 “언론이 그대로 옮기기 어려워 맥락만 전할 정도로 끔찍한 발언이었다. 이는 여성과 시민 모두를 향한 명백한 모욕이며 언어폭력 행위”라며 “수많은 국민이 지켜보는 공식 토론회에서 대선후보가 여성에 대한 성적 혐오와 폭력을 그대로 재현한 것은 대선후보 자격을 스스로 부정한 것이다. 더욱이 해당 발언은 청소년들도 시청 가능한 지상파방송에서 여과 없이 노출돼 정서적 학대에 가까운 충격을 안겼다”고 비판했다.
TV토론 시스템에 대한 개선 목소리도 높다. 민언련은 “선거토론은 유권자의 정책판단을 돕기 위한 자리이지, 여성혐오와 성폭력 발언을 유포하는 곳이 아니”라고 지적한 뒤 “공정성과 공공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할 선거방송토론회가 오히려 유권자들에게 충격과 혐오를 안긴 이번 사태는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하는 TV토론회 제도와 운영 전반에 대한 철저한 성찰과 개선이 필요함을 강력하게 시사한다”고 했다.
민언련은 “이번 사건을 보도한 일부 언론 역시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며 “언론은 이준석 후보의 성폭력 발언 심각성을 제대로 짚고 비판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경향신문, 동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MBC, JTBC 등 6개 언론사만이 이번 사안을 '포털 댓글에서도 제한될 수준의 원색적 질문', '여성혐오 욕설 옮긴 이준석 저질 토론 자초', '성폭력을 묘사하는 표현을 거리낌 없이 입에 올린 것' 등 성폭력 발언으로 명확히 비판하며 사안의 본질을 직시했다”고 했다.
민언련은 “나머지 언론은 '방송인 점을 감안해 원래의 표현을 최대한 정제해 언급', '진보 진영의 위선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이준석 후보의 얼토당토않은 해명을 전했다”며 “이준석 후보의 성폭력 발언 파문을 전하며 더불어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비판만 부각해 정치공방으로 몰아가고 시민사회 목소리를 배제하는 등 심각성을 희석했다”고 했다.
민언련은 “언론은 내란옹호세력뿐만 아니라 폭력을 선동하고 혐오차별을 조장하는 자에게도 마이크를 내어주어선 안 된다”며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역시 이번 사태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 혐오와 폭력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라. 대선토론은 국민 모두의 민주적 판단을 돕기 위한 장이어야 한다. 이대로라면 선거토론은 유권자의 알 권리를 해치고 혐오와 폭력을 재생산하는 무대가 될 뿐”이라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선후보의 성범죄에 대한 기준과 가치관을 묻는 것이 왜 문제인지도 모르겠다”며 “정치적인 고소고발을 남용하는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무고로 맞대응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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