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더불어민주당·권영국 민주노동당 김문수 국민의힘·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엠비시(MBC)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정치 분야 티브이(TV)토론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쌍방울 대북송금은 법적 판단과 무관하게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될 거라는 걸 알고 계실 것이다.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 해도 이민법 212조에 따라 미국 입국이 제한될 수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지난 27일 대선 3차 후보자 티브이(TV) 토론)
어떤 맥락에서 나온 발언인가
지난 27일 정치·외교안보를 다룬 대선 3차 후보자 티브이(TV) 토론에서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향해 부산에 이전하겠다고 공약한 ‘에이치엠엠(HMM)’의 전신이 무엇인지 물은 뒤, 이재명 후보가 “현대상선”이라고 답하자 “(현대상선이) 과거 2000년대 초 대북사업을 하다가 2억 달러 정도 자금이 사용돼 기업이 휘청거린 일이 있다. 요즘 같으면 대북송금으로 크게 문제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후보는 쌍방울그룹을 통해 북한에 약 800만 달러를 불법 송금한 의혹과 관련해 제3자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마침 이날이 수원지법의 ‘쌍방울 대북송금 뇌물 사건’ 공판준비기일이었는데, 이준석 후보가 이를 에이치엠엠과 연관 지어 끄집어 낸 것이다.
국가정상에게 적용될 가능성은 제로
이재명 후보는 “대북 송금은 (나와)아무런 관계도 없고, 주가 조작을 하다가 수사를 받으니까 도박자금으로 썼다는 설도 있는데 저는 이 진상이 규명될 거라고 본다”고 반박했다.
이준석 후보가 말한 ‘이민법 212조’는 미국 내 입국을 제한할 수 있는 사유를 규정하는 내용을 담은 미국 이민국적법(INA, Immigration and Nationality Act) 212조를 말한 것으로 보인다. 이 조문의 에이(a)항은 건강상의 문제, 비도덕적인 범죄, 불법 체류 등 다양한 사유로 입국 금지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가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으로 ‘이민법 212조’ 위반 결정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우선 이재명 후보는 미국 법원에서 기소된 것이 아니며, 송금 의혹은 한국 내에서도 직접 증거와 법적 판단이 확정되지 않은 사안이다. 미국 이민법 212조는 일반적으로 형사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거나, 또는 본인이 범죄 혐의를 인정했을 경우에만 적용된다.
만에 하나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된 후 이민법 212조를 위반했다고 결론이 나더라도 미국이 이를 이유로 국가원수의 입국을 막을 것이라는 발상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한 국가의 정상이 타국 입국을 거부당하는 것은 심각한 외교적 마찰과 관계 악화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이런 상황을 피하려고 한다. 이에 따라 국가원수는 국제법상 외교적 특권과 면책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재명 후보에게는 국가원수의 지위를 고려할 때 일반인에게 적용되는 기준과는 다른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미국이 특정 국가의 정상에게 입국을 불허한 경우도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는 이민법 212조의 입국 불허 사유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국제 제재의 목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전직 외교관은 “일반인에게는 적용될지 모르는 법이지만, 상대국 정상에게는 절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없다”며 “만약 자기들 국내법을 이유로 우리나라 정상의 입국을 막는다면 그건 동맹을 파탄 내자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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