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후보 TV 토론 발언, 부모들 공분
"깜박이 없는 혐오 발언, 아들·딸 들어"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가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유세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전날 토론회에서 여성의 신체와 관련한 노골적 표현을 한 것을 두고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초등학교 3학년 아들과 대선 TV 토론을 보다가 이준석 후보의 발언을 듣고 놀라서 황급히 껐습니다. 아이들은 무슨 뜻인지 모르고 곧잘 따라하는데…걱정돼요."
직장인 윤모(42·서울 마포구)씨는 지난 27일 대선 후보 간 3차 TV 토론을 시청하던 중 놀랐던 기억을 떠올리며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공격하며 여성의 신체와 관련해 노골적이고 폭력적인 표현을 썼기 때문이다.
윤 씨는 아들에게 "정치의 꽃은 선거"라고 말하며 교육적 목적으로 함께 TV 앞에 앉은 참이었다. 그는 "이준석 후보가 '학생들이 이재명 후보의 욕설을 보고 따라한다'는 취지로 말하던데 오히려 이 후보가 혐오 발언을 전파하는 스피커 역할을 했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6·3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열린 마지막 TV 토론에서 이준석 후보가 여성혐오 표현을 옮긴 것을 두고, 정치권이나 여성단체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충격도 크다. 누구나 볼 수 있는 지상파 TV로 생중계된 대선 토론에서 걸러지지 않은 발언이 나왔다는 점에 놀라거나 분노하는 이들이 많았다.
28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이준석 후보의 발언을 질타하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의 한 이용자는 "직장 상사가 애들이랑 토론을 보다가 이 후보 발언에 황급히 TV를 껐다고 하더라"라며 "깜박이도 켜지 않고 (너무 느닷없이) 발언했다. 이 후보 때문에 애들이 단어 하나를 배웠다"고 꼬집었다.
수백만 회원이 가입한 맘카페의 한 회원도 "딸과 함께 보고 있었는데 다 들어버렸다. 누가 전국민 성희롱과 아동학대로 고소라도 해줬으면 좋겠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실제 시민단체인 정치하는엄마들은 이날 이 후보가 아동복지법 17조(아동의 정서적 학대 금지 등)를 위반한 혐의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경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 후보는 여론의 뭇매가 계속되자 28일 "불편한 국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에 대해 심심한 사과를 하겠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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