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을 말한다]
윤희숙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장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이 28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당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남강호 기자
윤희숙(55)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장은 28일 본지 인터뷰에서 “우리 경제가 해오던 방식대로 간다면 활로(活路)는 없다”면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주장하는 ‘판갈이론(論)’은 국민들에게 고통스럽더라도 경제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정직하게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윤 원장은 그러면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눈에 띄는 한 가지 철학은 아생(我生)”이라며 “이 후보를 보면 바둑의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내가 먼저 살아남은 뒤에 상대방을 공격한다)’가 아니라 ‘아생연후용타(用他·내가 먼저 살고 남을 이용한다)’라는 말이 떠오른다”고 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위 공약개발단장을 맡고 있는 윤 원장은 문재인 정부 때 최저임금 급격 인상과 관련해 “당시 ‘2년간 최저임금 30% 인상’은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며 “경제를 조금만 알아도 모른 척할 수 없는 사실이었지만,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시위에서 돌격대로 나선 민노총의 청구서를 처리해줬던 것”이라고 했다. 윤 원장은 그러면서 “지금은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탄핵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면서 민노총에 노란봉투법 청구서를 수리해주겠다고 한다”며 “이것은 문재인의 최저임금 인상보다 더 잔인하게 우리 경제 생태계를 망가뜨릴 것”이라고 했다.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불법 파업 행위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전 투표를 하루 앞두고 민주당이 정책 공약집을 공개했는데.
“공약집이 공개되자마자 노란봉투법이 들어 있는지부터 확인했다. 지난 2월 이재명 후보가 민노총을 찾아가 ‘윤석열 탄핵에 가장 큰 역할을 수행해 감사하다’고 했기 때문이다. 역시나 공약집에 들어가 있더라. 민노총이 탄핵 시위에 앞장선 대가로 대한민국을 ‘불법 파업해도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는 나라’로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다. 세계 어디에도 불법 파업 책임을 묻지 않는 나라는 없다. 노란봉투법은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보다 훨씬 잔인하다.”
−노란봉투법이 어떤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나.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닌데도 하청 노동자가 원청에 대해 단체 교섭과 파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 생태계를 완전히 망가뜨릴 것이라 본다. 삼성전자, 현대차그룹에는 하청 업체가 수천 개가 넘는다. 노란봉투법이 관철되면 수천 개가 넘는 하청 업체 사람들이 매일같이 ‘이재용 나와’ ‘정의선 나와’ 하면서 파업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다른 근로자들까지 피해를 입는다. 게다가 불법 파업도 책임 안 지고 편하게 하도록 했다. 그런데 지금 그 법이 민주당 공약집에 버젓이 들어가 있다. 시위 돌격대를 위해서 나라가 어떻게 되든 말든 상관없다는 식이다.”
−한국 경제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나.
“우리 경제는 1980년대까지 한 차례 도약했다. 그 직후 중진국 말석(末席)에 있으면서 엄청난 사회 에너지로 정보화 흐름에 올라타 선진국 반열까지 올랐다. 그러나 지금은 십 수년째 쇠락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주력 산업은 구조 개혁 시기를 놓쳤고, 바깥에서는 중국의 성장으로 국제적인 제조업 공급 과잉이 벌어지고 있다. 국제 통상 환경도 우호적이지 않다. 지금은 인공지능(AI) 중심으로 산업 지형이 재편되는 형국인데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잃어버린 30년’의 초입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김문수 후보가 집권하면 경제 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건가.
“김 후보는 취임하자마자 비상 경제 워룸(war room)을 설치하겠다고 공약했다. 식견 높은 분들뿐만 아니라 기업인, 소상공인 대표도 워룸에 참여시키겠다는 복안이다. 김 후보는 한국 경제가 쇠락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고통스럽더라도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정직하게 말하고 있다. 지금 경제 활로를 찾으려면 ‘아찔할 정도의 혁신’이 있어야 한다. 한국의 주력·첨단 산업 전망이 모두 어두울 때는 우리의 역량을 돌아보고 혁신하는 것이 정공법이다. 인수·합병, 금융 지원, 인력 구조 개편처럼 기업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주는 방식이 필요하다."
−김 후보와 이 후보의 정책적 차별점은.
“진정성이다. 김 후보는 다음 세대가 희망을 품고 뛸 수 있게 판을 바꾸고 3년 만에 물러나겠다고 사심 없이 말하고 있다. 가장 애착이 가는 공약은 연공서열 대신 능력 중심의 임금 체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 잘하는 김 대리가 김 부장님보다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아파트 관리비 투명화, 층간 소음 대책, 노후 놀이터 리모델링 같은 생활 밀착형 공약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유권자들의 정치 효능감도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이 28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당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남강호 기자
−이 후보의 이른바 ‘호텔 경제론’은 어떻게 보나.
“지역 화폐를 합리화하기 위해서 나온 말 같다. 이 후보는 승수(乘數) 효과를 설명한 것이라고 하는데, 호텔 경제론이란 주장을 살펴보면 결과적으로 시장에 들어간 돈은 0원이다. 호텔 예약을 취소했다는 것 아닌가. 0에는 뭘 곱해도 0이 나올 수밖에 없다. 승수도 0이다. 이 얼마나 공허한 이야기인가. 이 후보는 자영업자 앞에서는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얘기하지만 뒤에 가서는 다른 말을 한다. ‘커피 원가 120원’도 그런 차원 아닌가. 이 후보는 거짓말 우두머리 같다.”
−이 후보의 경제 인식을 어떻게 평가하나.
“경제 철학이 보이지 않는다. 눈에 띄는 한 가지 철학은 아생(我生) 같다. 내가 살아남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바둑 격언 중에서 ‘내가 먼저 살아남은 뒤에 상대방을 공격한다‘는 뜻의 ’아생연후살타‘라는 것이 있다. 이 후보를 보면 ‘아생연후용타’가 떠오른다. 내가 먼저 살고 남을 이용한다 외에는 아무런 원칙이나 철학이 안 보인다.”
−이 후보가 ‘경제는 잘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유권자들도 있다.
“지금 한국 정치는 ‘이재명’이라는 독특하고 질 낮은 정치인 한 사람을 모시고 있는 형국이다. 이 후보가 만약 대통령이 되어 자기 범죄 방어 차원에서 국가 사법 시스템을 파괴한다면 국민들이 어떻게 바라볼까. 그가 경제 도약을 위해 심기일전하자고 할 때 국민이 믿고 따를 수 있을까. 국민이 믿지 못한다면 나라의 정신이 무너질 것이다. 경제 도약에는 국민적 에너지가 필요한데, 국민 사이에서 ‘해보자’는 의지도 꺾일 수밖에 없다.”
☞윤희숙은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복지정책 연구부장,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를 지냈다. 2020년, 21대 총선 때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후보로 서울 서초갑에서 당선됐다. 지난 1월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에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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