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대선 '지방소멸 대응책' 대해부④] 기호 5번 권영국편
결론: 대체로 사실 아님
편집자 주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후보는 '더 많은 민주주의를 위한 개헌'을 공약하며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지방분권 개헌'을 약속했습니다. 해당 공약에는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변경하는 등 지방 자치권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중앙정부의 권력을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하면, 가속화하는 '지방소멸'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까요? CBS노컷뉴스가 팩트체크한 결과, 전문가들은 "지방 자치권을 강화하면 오히려 '공멸 게임'이 벌어질 것"이라 입을 모았습니다. 대부분의 지역이 재정력이 부족해 중앙에 기대는 상황인데다가, 지자체마다 행정력이 상이한 현실 속에선 오히려 중앙집권적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대선후보. 연합뉴스
▶ 글 싣는 순서 |
①이재명의 '지방소멸' 공약 '서울대 10개 만들기'…정말 가능할까?[노컷체크] ②김문수 'GTX 30분 출퇴근 혁명' 지방소멸 해법될까?[노컷체크] ③'텍사스 경제학' 패러디까지…이준석의 "지역별 차등 최저임금제", 유효할까?[노컷체크] ④권영국의 '지방분권 개헌'…지방 자치권 강화하면 지방소멸 해결될까?[노컷체크] (끝) |
지난 1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한 대통령 선거 후보들의 첫 TV토론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국 대선후보는 "지금 읍면동 자치권이 5·16 쿠데타 때 사라져 회복이 안되고 있다"며 "지방분권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격상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치권 확대'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지방의 자치권을 강화해 지방소멸 문제에 대응하자는 주장은 권 후보뿐만 아니라 다른 후보들에게서도 동일하게 발견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역시 각각 "자치 분권 강화", "지방으로의 중앙정부 권한 이양" 등을 제시했다.
과연 '지방의 자치권을 강화'하면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대선 후보들이 '지방 자치권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배경에는 지방 자치권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김동원 지방자치위원장은 지난 4월 29일 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새 정부의 과제'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2023년 기준 대한민국 인구의 51%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으며, 전체 산업 생산의 60% 이상이 수도권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이러한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소하고 국가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 지방분권형 개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이번 대선 후보들에게 5대 공약 과제를 제안하며 '완전한 지방분권 실현을 위한 헌법 개정'을 포함시켰다. 해당 제안에는 △지방분권 국가 지향(헌법 제1조 3항 신설) △지방정부 명시 △해양수산청, 항공청, 중소벤처기업청, 환경청 등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실질적 지방 이양 등의 내용이 담겼다.
앞서 윤석열 정부가 지난 2022년 도입한 '지방소멸대응기금'도 지역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투자계획안 중 적절한 사업을 선정하고, 매년 1조 원 규모로 예산을 지원해 운영된다.
이 기금은 같은 해 제정된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을 기반으로 한다. 해당 법은 지방소멸 위기를 제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지자체는 이를 활용해 지역 일자리 창출·생활 인프라 개선 등 '주도적 대응'이 가능하다. 쉽게 말해 지방분권의 '축소판'인 셈이다. 2025년 기준 89개 시·군·구가 대상 지역으로 선정됐다.
강원특별자치도 내 인구감소지역으로 선정된 홍천군의 평일 한낮. 점심시간 이후 한창 사람이 붐빌 시간대지만, 카페 내부가 텅 비어있다. 홍천=최보금 기자
시행 초기 '지역 주도' 정책으로 기대를 모았던 지방소멸대응기금이지만, 약 2년이 지난 지금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지난 3월 보고서를 통해 "(해당 기금이) 지방소멸을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정책을 구현하기보다는, 일시적인 성장률 등의 단기적 지표를 관리하는 데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지방자치권 강화를 통한 자치단체 간 무한 경쟁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조현승 산업연구원 박사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소멸대응기금처럼) 지방자치단체에 권한을 넘기니 제로섬 게임을 넘어 '마이너스섬 게임'이 되었다"면서 "차라리 균형발전을 위한 중앙의 컨트롤 타워가 더 강화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순천 시내에 민주노동당 권영국 대선후보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참고로 전라남도는 작년 기준 전국 17개 광역 시·도 중 가장 소멸 위험이 큰 지역이다. 순천=최보금 기자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도 자신의 저서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에서 "지방분권은 지자체들 간의 경쟁의식을 북돋우게 된다"며 "경쟁에서 이긴 지자체로 능력있는 사람과 기업이 쏠리게 되면 가뜩이나 힘든 지방의 지자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약해질 것"이라 경고한 바 있다.
그는 "지금처럼 도시와 지방 간 격차가 큰 상황이면 헤비급과 라이트급 선수가 함께 링에 오르는 불공정한 경쟁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 후보가 제시한 개헌과 '읍∙면∙동 단위의 자치권 회복'은 의미 있는 제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2일 전직 국회의원모임인 대한민국헌정회는 이재명·김문수 대선후보의 개헌 공약에 보완사항을 짚으며 "지방분권·균형발전을 공약에서 제외되거나 다소 미흡하다"라고 평가한 반면 "권 후보의 개헌안은 높게 평가한다"고 했다.
헌정회는 "지방분권·균형발전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는 지방소멸이라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필수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지역 시민사회들은 △헌법에 행정수도 조항 신설 △헌법에 주민자치권을 기본권으로 명문화 △'지방분권 국가 지향'(헌법 제1조 3항 신설) 및 '지방정부' 명시, 자치 재정권·입법권·조직권 및 주민자치권 보장 등 담긴 개헌안으로 국민투표 적기 실시 등을 요구하며 각 지역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개헌을 강조하고 있다.
프랑스 역시 2003년 개정헌법에 '프랑스는 지방분권화된 조직을 갖는다'고 명시해 지방분권에 대한 법적 근거 기반을 헌법 차원으로 격상함으로서 지방소멸 문제해결을 시도한 바 있다.
또 지방자치법 제 2조를 보면 지방자치단체는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도∙특별자치도' 및 '시∙군∙구' 두 가지 종류로 구분된다. '읍∙면∙동'은 포함되지 않는다.
강원특별자치도 내 인구감소지역으로 선정된 평일 한낮의 홍천군 홍천읍 거리. 홍천=최보금 기자
권 후보의 공약은 읍∙면∙동의 주민자치회 구성을 법률화 하여 지역시민단체∙노동조합∙정당 등을 통한 주민자치회 참여 활성화시키는 등 읍∙면∙동을 중심으로 한 주민 개개인의 자치권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헌법재판소 판례에 따르면 지방자치는 지방시정에 직접적인 관심과 이해관계가 있는 지방주민으로 하여금 스스로 다스리게 해 자연히 민주주의가 육성·발전될 수 있다는 내용의 '풀뿌리 민주주의'를 이념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권 후보의 '읍∙면∙동 자치권 회복' 공약은 이 '풀뿌리 민주주의'를 국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공약"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정치권에서 화두로 떠오르는 '메가시티형 행정통합'과 '읍면동 자치권 회복'은 사회적으로 토의 돼 합의가 됐을 때 좋은 정책이 될 수 있다"며 "(권 후보가)선거 때 읍면동 자치권을 의제로 꺼내는 건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판교역에서 유세 중인 권영국 후보의 유세차 뒤로 대형빌딩이 위치해 있다. 판교신도시는 전문가들이 손에 꼽는 신도시 계획사업의 우수 사례이다. 박준현 기자
다만, 헌법상 국가를 '지방분권'을 지향하는 국가라고 명시하는 것은 지방소멸 문제해결에 첫 단추에 불과하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이제승 교수는 "지방분권 해놓는다고 균형발전이 자동으로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부울경 메가시티'·'김포-서울 편입'·'경북-대구 통합' 등 자치권을 강화하기 위해 지방에서 시도했던 행정통합 정책을 예시로 들며 "행정구역을 통합하고 끝이 아닌 우리가 그 곳에 뭘 육성을 해서 경쟁력을 가질까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방 자치권 강화를 통해 입법, 행정, 예산 등이 긍정적으로 작동하게 되면 우리 지역에 좋은 기업, 좋은 학교를 유치하려 파격적인 정책들을 내놓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우리 시스템에는 없던 것들이라 현실적으로 가능한 얘기인가에 대해선 의구심이 있다"고 거리를 뒀다.
지방소멸 문제에 관해 연구를 지속해온 한 정책연구기관 소속 연구원은 "권한을 모두 지방에게 몰아준다기 보단 전략적으로 역할 분담을 해야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중앙정부, 광역 차원, 기초 차원에서 각각 해야될 것들을 나눠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면서 "'다 그냥 알아서 다 해' 식이라면 역량이 부족한 현실에서 출혈 경쟁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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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CBS노컷뉴스 박준현 기자 isaac@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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