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책공약집 발표
정부 예산 권한 축소 예고
국회 공공기관 관리·감독 권한 강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기획재정부의 조직 개편을 공언했다. 이 후보가 기재부의 예산 기능 분리를 시사한 가운데, 기재부 구조 전반에 대한 힘 빼기를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회가 사업 예산을 증액하려면 정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정부의 예산 증액 동의권이 대폭 약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8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5.5.28 김현민 기자
28일 더불어민주당은 이런 내용이 포함된 이 후보의 21대 대선 정책공약집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기재부를 정리해야 할 것 같다”며 “예산 편성 기능을 분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공약집에서는 구체적인 조직 분리 방향이 언급되지 않았지만, ‘경제정책 수립 및 운영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재부 조직 개편’을 한다는 내용과 ‘예산안 증액 심의 시 정부 동의 범위 및 요건을 명확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공약집에 따르면, 정부의 예산 동의권이 크게 약화할 것으로 시사된다. 정부의 핵심적인 힘은 증액에 대한 동의권에서 발생한다. 이는 헌법 제57조에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로운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는 내용에서 근거한다. 헌법에는 ‘항’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명확하게 나타나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항을 예산과목상 최하위 단위인 세부사업으로 해석해왔다. 정부 예산안은 기본적으로 분야-부문-프로그램-단위사업-세부사업으로 구분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는 정부 동의 없이 예산을 증액하거나, 세부 사업별로 예산 규모를 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다. 예를 들어 국회가 동일 프로그램 내에서 A세부사업을 감액하고 동일한 금액만큼 B세부사업을 증액하려고 할 때 프로그램 자체 예산 규모는 그대로라고 하더라도, B세부사업 증액에 대한 정부 동의를 받아야 했다.
그런데 민주당 공약대로 항의 의미와 범위를 구체화하게 된다면 국회와 정부 간 증액 권한에 변화가 예고된다. 국가재정법을 개정해 항을 프로그램 단위로 해석하기로 명시하게 된다면, 세부사업 간 조정 과정에서 증액은 정부 동의 없이 가능해질 수 있는 것이다. 전체 프로그램에서의 증액에 대한 정부 동의만 받으면 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사실상 기재부의 예산 권한을 대폭 약화하는 것”이라며 “정부 권한의 핵심인 증액 동의권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금 운용권·공공기관 통제권도 흔들
공약집에는 기재부의 예산 및 자금 운용 권한을 견제하는 내용도 담겼다. 회계 및 기금 간 전입·전출 요건을 강화하는 조치는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기금을 활용해 온 기존 기재부 방식에 제동을 거는 성격으로 풀이된다. 이는 예산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는 취지지만, 재정 당국이 그간 통합적인 재정 운용이 필요하다고 봤던 것과 상충한다. 세입 확충 방안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예산의 유연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공공기관 운영 전반에서의 기재부의 결정권도 크게 약화할 것으로 시사된다. 이 후보는 공공운영위원회(공운위) 구성 관련 민간위원 비율을 3분의 2 이상으로 확대하고, 정부의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공공기관 기능 재조정과 대주주 변경, 보유 주식 처분 계획 등도 포함해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주요 공기업의 통폐합 같은 대형 이슈들에 대해 국회의 사전 보고를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주요 공공기관의 기관장과 임원 임기도 대통령 임기와 일치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공공기관장과 임원의 임기 상한을 임명 당시 대통령 잔여 임기 내로 제한해 이른바 '알박기 인사' 논란을 막겠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임원 보수를 결정할 때 기본 연봉에 경영성과를 반영해 경영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공약으로 제시했다.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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