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대선 토론회에서 그런 말을, 그것도 사실과 다른 말을 하느냐가 문제의 본질이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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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성폭력 발언 인용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 남소연 |
29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는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7일 대선후보 TV 토론회에서 한 성폭력 발언으로 불거진 논란에 대해 말했다.
이 후보는 "대통령 후보자 가족에 대한 검증은 사생활의 문제가 아니라 공적 책임의 연장선"이라며 "지난 3년간 우리는 김건희라는 이름으로 고통의 시간을 겪었다"며 "다시 김혜경(이재명 후보의 배우자), 이동호(이재명 후보의 아들)라는 이름으로 국민을 혼란에 빠뜨릴 수는 없다"면서 자신의 발언이 후보자 가족 검증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를 제기한 저에게 혐오의 낙인을 찍는 린치가 계속되고 있다"며 "상식의 눈높이에서 묻고 싶다. 제 질문 가운데 어디에 혐오가 있나. 정말 성범죄로 지탄받아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라고 이재명 후보를 비판했다.
그 누구도 가족 검증 자체가 잘못됐다고 하지 않았다... 이준석의 허수아비 때리기
하지만 이준석 후보는 초점을 잘못 잡고 있다. 시민들이 이준석 후보에게 분개한 까닭은 대통령 후보자 가족에 대한 검증을 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러한 검증을 하는 방식, 여성혐오적 언설을 토론회에서 발언한 그 방식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것이다.
이 후보는 이러한 지적에는 귀를 닫고 "혐오의 낙인을 찍는 집단 린치가 계속되고 있다", "진실을 덮으려는 시도에 단호히 맞서겠다"며 마치 자신을 향한 비판이 이재명 후보 아들을 비호하기 위한 시도인 것처럼 존재하지 않는 프레임을 만들려고 애썼다. 전형적인 '허수아비 때리기'다.
지금 그 누구도 이재명 후보의 아들인 이동호씨가 온라인상에서 성폭력적인 발언을 한 것은 잘못이 아니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이씨는 상습도박 및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관한 법률위반(음란물 유포)으로 벌금 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선고받았다.
그렇다면 그렇게 벌금형을 받을 정도의 심각한 여성혐오적 발언을 왜 전 국민이, 아동과 청소년이, 여성이 시청해야 했는지, 그 이유를 이준석 후보에게 따져 묻는 것이다. 이 후보는 "워낙 심한 음담패설에 해당하는 표현들이라 정제하고 순화해도 한계가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정말 후보자 가족 검증의 차원이었다면 해당 표현을 써야 할 이유는 없었다.
본인이 공유한 원 발언과도 다른데 "창작 아니다"라는 이준석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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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 판교 유세 개혁신당 이준석 대통령후보가 29일 오후 경기 성남시 판교유스페이스 야외광장에서 유세를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 이정민 |
한편 이 후보는 "해당 표현은 제가 창작한 것이 아니라, 이재명 후보의 장남 이동호씨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직접 올린 글의 순화된 버전"이라고 해명했지만 이 또한 사실과 다르다.
이준석 후보는 28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국회에 제출된 이동호씨의 범죄 일람표를 공유했다. 해당 범죄 일람표에 적힌 이씨 발언은 이 후보가 토론회에서 한 발언과 달리 여성 성기가 아닌 남성 성기를 지목해서 한 발언이었다. 눈 가리고 아웅도 이 정도면 너무한 것 아닌가.
또한 이 후보는 자신이 후보 가족 검증 차원에서 해당 발언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불과 하루 전인 28일만 해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인터넷 게시글이 이재명 후보와 관련이 있다는 것인지, 이재명 후보에 대해서 어떤 허위사실을 적시했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면서 자신의 발언이 이재명 후보와 어떤 관련이 있느냐며 되레 항변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이 후보는 "이재명 후보가 과거에 시인한 게시글 아이디와 이번에 문제가 된 아이디의 카카오톡 계정명이 일치한다는 보도를 바탕으로 (이재명 후보 아들인 것을) 상당한 확신을 갖고 있었지만, 국민에게 검증하는 자리고 100%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에 순화해서 가정적 상황을 만들어 질문했다"고 말했다.
결국 이준석 후보는 토론회 당시에는 이재명 후보의 아들의 발언이라는 명확한 확신도 없었으면서 해당 발언을, 그것도 실제 발언과는 다른 발언을 토론회에서 내뱉은 것이다. 검증은 사실에 기반해야 하고, 사실 확인 전에는 공적 토론의 장에서 언급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는 점은 기본도 지키지 못한 셈이다.
'나는 절대적으로 옳다'는 이준석의 사고방식, '40대 윤석열' 얘기가 나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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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 판교 유세 개혁신당 이준석 대통령후보가 29일 오후 경기 성남시 판교유스페이스 야외광장에서 유세를 마친 뒤 점심식사를 하러 나온 직장인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
ⓒ 이정민 |
자신의 발언 논란을 다루는 이준석 후보의 이러한 대응은 윤석열의 '바이든-날리면'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에도 대통령실 해명처럼 바이든 대통령이 아닌 날리면이라고 가정한다고 해도 대통령이 자국 국회를 향해 욕설을 했다는 점에서 잘못된 발언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이러한 비판을 외면하며 국회를 향한 욕설에 대해 의례적인 사과 한마디 없었다. 지금 이준석 후보가 딱 그렇다. 설령 이 후보의 발언이 제대로 된 인용이고 후보 가족 검증의 차원이더라도 문제적이라는 대다수의 비판은 무시한 채 '이재명 후보 아들이 음담패설로 처벌받은 건 사실 아니냐'며 자신을 향한 비판의 본질을 훼손하고 왜곡하려 든다.
그리고 그러한 비판에 대해 진실을 밝히려는 시도를 막으려는 핍박인 것마냥 표현하는 것 역시 윤석열이 비판적 목소리를 전부 반국가세력으로 치부한 것과 흡사하다.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하는 비판은 정당하고, 다른 이들이 자신에게 하는 비판은 핍박인가. 지속적으로 '이 후보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식의 개혁신당의 대응 또한 윤석열 결사옹위에 나선 국민의힘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이처럼 '나만 절대적으로 옳다'는 사고방식이 이준석 후보와 윤석열의 공통된 지점이다. 이준석 후보가 윤석열과 정치적 지향점이 다르더라도 본인만이 정답이라는 윤석열의 사고방식에 갇혀 있는 한 윤석열의 정치적 분신일 수밖에 없다. 지난 토론회에서 '40대 윤석열 같다'는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의 힐난이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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