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 대선을 닷새 앞둔 29일 오전 10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지역구인 ‘계양을’에 위치한 계양1동 행정복지센터 앞은 이른 아침부터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 후보의 대선 경쟁자인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이른바 ‘적진 한복판’에서 사전투표에 나섰기 때문이다.
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인천 계양1동 행정복지센터 앞 모습.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기다리는 지지자들도 있었다. /박숙현 기자
붉은색 넥타이를 매고 딸과 함께 투표하고 나온 김 후보는 투표 장소로 이곳을 택한 이유에 대해 “제 집이 건너편 부천이다. 가는 길에 들렀다”라며 “이 후보가 (이곳에 지역구를 두고) 있다는 것도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겠다”고 말했다.
당 중앙선대위는 “이 후보 지역구부터 뒤집기를 시도해 골든크로스(지지율 역전)를 만들어 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후보가 투표장에 오기 30여분 전, 투표소 입구에는 빨간 티셔츠를 입은 지지자들과 당 관계자들이 줄지어 서서 김 후보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었다.
“행복봉사지원단 국민의힘”이라 적힌 소형 현수막을 들고 사진 포즈를 취하는 당원도 눈에 띄었다. 더운 날씨 탓인지 선글라스를 쓴 시민들도 제법 보였다. 투표소를 찍으려는 일부 유튜버들과 이를 말리는 공무원들 간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손을 꼭 잡은 젊은 부부, 아기 손을 잡고 오는 젊은 여성도 보였지만 투표소를 찾은 이들 중 다수는 60대 이상의 어르신들이었다.
이들 중 다수는 지난 12·3 비상계엄 사태과 국민의힘을 따갑게 비판했다.
남편과 같이 투표장에 나온 조금식(78세·여)씨는 “성당에 오는 길에 (사전투표를) 하려고 왔다”며 “우리나라 평화롭게하고 경제 좀 살리고 그렇게 하실 분이 되면 좋겠고, 되면 또 열심히 그렇게 하시기를 바라요”라고 했다.
이재명 후보를 찍었다는 조씨는 “윤석열이 너무 잘못해 가지고 미워서”라며 “계엄을 할 일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인네들은 그래도 윤석열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젊은 친구들은 대부분 안 좋아한다”고 했다.
그는 “계엄 그게 할 짓이냐고. 평화롭게 하라고 뽑아줬지, 누가 그런 거 하라고 뽑아줬어? 경제 살리지 않고 지금 경제가 죽었잖아”라고 했다. 또 “부실 관리해서 사전투표하지 말아야 한다는 건 신경 안 써요”라고 했다.
항상 사전투표를 해왔다는 박모씨(50대·여)도 이재명 후보에 한 표를 행사했다고 밝혔다.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선 “그냥 잘할 거 같다. 제일 정직하고 또 어렵게 살아 오셨기 때문에 어려운 사람들을 더 많이 이해해주고 서민들을 잘 살게 해줄 것 같다”고 했다.
김문수 후보에 대해선 “그 사람에 대해서 잘 몰라요. 갑자기 그냥 튀어나온 사람 같아요. 솔직히 말하면 국민의힘에서 정말 나올 사람이 없어서 나온 것 같아요”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이 계엄한 건 멍청한 짓을 한 거죠. 대통령 자질도 떨어지고.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데. 박정희나 전두환 때나 했으면 모를까. 거기에 모여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도 하나같이 나쁜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김모씨(40대·여)는 “그날(투표일)에는 남편이 출근해 집에 아이들만 있어서 사전투표하러 나왔다”며 “최악을 피하고 싶어서 김 후보를 지지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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