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29일 오후 경기도 시흥시 삼미시장 앞에서 유세를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바로 오늘 사전투표를 하든 본투표를 하든 반드시 투표해야 합니다. 1번을 찍으면 자유가 없어집니다.”
6·3 대선 사전투표가 시작된 29일,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인천 중구 자유공원에 있는 맥아더 동상 앞에서 순국선열을 위한 묵념을 하며 선거 유세를 시작했다. 6·25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으로 전황을 뒤바꾼 맥아더 장군처럼 이번 대선에서 막판 ‘역전극’을 쓰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취지다. “대한민국이 다시 역전의 대반격을 한 인천상륙작전이 없었다면 완전 적화됐을 것”이라는 김 후보의 말에 현장에선 “적화통일” “빨갱이” 같은 격앙된 호응이 터져나왔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 계양1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일찌감치 한 표를 행사하며, 지지층의 투표 참여 독려에 나섰다. 그는 사전투표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관외투표는) 절차가 복잡하고 그 과정에서 여러 관리 부실이 일어날 수 있어 부정선거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면서도 “만약 (사전투표를) 안 해버리면 전체 투표율이 낮아져 우리가 불리해지기 때문에 일단 제가 먼저 투표했다”고 말했다. ‘사전투표 폐지’ 공약을 내걸었지만, 부정선거 가능성을 의심하는 지지층이 사전투표에 참여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전체 득표율이 낮아질세라 투표를 독려하고 나선 것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29일 오후 경기도 시흥 삼미시장 앞에서 열린 ‘대역전의 서막, 시흥’ 유세에서 “나는 방탄조끼를 입지 않았다”며 겉옷을 열어젖히고 있다. 속에 입은 티셔츠에는 ‘가족사랑꾼’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아들 논란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공동취재사진
실제로도 김 후보의 이날 유세 현장 곳곳에선 사전투표를 불신하는 지지층의 목소리가 표출되곤 했다. 이날 경기 안산 문화광장 유세에선 “여러분, 투표하셨습니까”라고 묻는 김 후보의 질문에, 단상 아래 지지자들이 “아니요” “부정선거다”라고 답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또 시흥 유세에선 김 후보가 “오늘부터 투표할 수 있다”는 말을 했다가 별다른 호응이 없자 “눈만 껌벅껌벅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분들 안 찍으려나 보다”라며 멋쩍게 웃기도 했다.
김 후보는 이날도 ‘반노동’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 이재명 후보를 겨냥한 네거티브 공세에 주력했다. 그는 인천 미추홀구 유세에선 “현대자동차 노조는 연봉이 1억5천만원인데 계속 돈달라고 파업한다”며 “민주당은 불평등한 민주노총 편만 들고 노란봉투법을 만드는데 이렇게 해서 경제가 돌아가겠냐”고 했다. 그의 유세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에 앞장섰던 윤상현 의원이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함께 했다.
시흥 삼미시장 앞 유세에선 이 후보가 강조했던 ‘25만원 전국민 민생회복지원금’을 겨냥해 “멍청히 집에 가만히 있는 사람한테 25만원씩 준다는데 나눠주는 게 공짜냐. 다 여러분 세금”이라며 “젊은 사람에게 일자리를 줘야지, 돈 몇푼 나눠줘서 담배나 사 피우게 하고 그러면 나라가 되겠냐”고도 했다. 또 “(이렇게) 현금을 주면 엄마 아빠가 (술) 한 잔하고 치울수 잇지 않냐”며 “저는 애 낳을 때마다 1억씩 주려고 한다. 애 낳으면 돈 주고, 초등학교 들어갈 때 2500만원 주는 형식으로 나눠서 1억을 드릴 생각”이라고도 했다.
인천 안산 시흥/김해정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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