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정책 다이브
권영국 후보 ‘이익균점권 부활’ 공약 따져보니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가 29일 사전투표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인사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제공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 3차 티브이토론에서 복원을 주장한 ‘노동자 이익균점권’이 정책 토론이 실종된 대통령 선거 운동 과정에 잔잔한 파문을 부르고 있다. 노동자 이익균점권은 국가가 조세와 복지제도 등으로 사후적으로 시행하는 재분배에 앞서 시장에서 일어나는 1차 분배과정에서 기업 이익 가운데 일정 부분을 노동자에게 분배해야 한다는 헌법적 기본원리를 선언하자는 근본적인 개혁 방안이기 때문이다.
권 후보의 복원 제안에 대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바람직한 방향이기는 한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난색을 표하면서도, “새로운 성장 영역에서는 성장의 기회(가 있으니) 그 결과물 배분을 좀더 공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기본적인 방향성은 긍정했다.
지난 27일 열린 대선후보 마지막 TV토론에서 권 후보는 “불평등을 타파하기 위해 세금을 통한 복지 지출을 늘리는 재분배 정책도 중요하지만 시장에서 창출되는 이윤이 공정하게 분배되는 것이 1차적으로 중요하다”며 “박정희 정권 때 헌법에서 사라진 이익균점 권리를 이번 개헌에서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48년 제헌헌법 제18조는 단결·단체교섭·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 말고도 이익균점권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선포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에서는 근로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익의 분배에 균점할 권리가 있다’는 내용이다. 생산에 참여하고 이윤 창출에 기여한 노동자들이 기업 이윤의 분배에 참여해 정당한 몫을 나눌 권리를 헌법 안에 명시한 강력한 분배 정의 조항이었다.
다만 헌법상 규정된 이익균점의 권리는 입법을 통해 실제 구현되지는 못했다. 실제 권리가 실행되기 위해서는 이익균점에 관한 법률이 따로 제정돼야 했는데, 일제 귀속재산처리법 제정과 연계된 데다 이승만 당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끝내 제정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사문화되다시피한 이 조항은 5·16 군사 쿠데타 직후인 1962년 제5차 헌법 개정 때 결국 삭제되고 말았다. 이익균점권을 헌법에 재도입하자는 논의는 그 뒤로도 이어졌다. 1980년의 헌법 개정 논의 때 정부보고서에서 이익균점권이 검토됐고, 현재의 직선제 대통령제를 도입한 1987년 헌법개정 논의 때도 당시 민주당 내부에서 이익균점권이 논의됐다. 다만 당시 이익균점권이 관계 조문에 간접 반영된 것으로 인정하고 이를 헌법에 명시하지는 않되, 대신 개정 헌법에 최저임금제가 규정됐다. 황승흠 국민대 교수(법학)가 ‘제헌헌법이 정한 근로자 이익균점법 제정의 좌절 또는 침묵’ 논문에서 밝힌 것처럼 “이익균점권은 우리 헌법사에서 가장 이례적이고, 사회권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제헌헌법이 제시한 가장 돌출적인 권리목록” 이었던 셈이다.
한 나라의 경제가 일군 부가가치를 나누는 방식은 시장에서 기업과 노동자 사이에 직접 이뤄지는 본원적 분배(1차 분배)와, 이후에 다시 한번 재분배하는 국가의 2차 분배로 이원화된다. 노동조합의 임금교섭력을 통해 실질임금을 끌어올리고,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노동자 몫 부의 파이를 늘리는 것이 1차 분배라면, 조세와 복지 등으로 부의 격차를 완화하고 사회통합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2차 분배의 역할이다. 헌법에 이익균점권이 명시되면 시장에서 일어나는 1차 분배의 결정과정에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이익균점의 구체적인 방식이나 비율은 노사정 협의를 통해 관련 제도적 법률에 정하면 된다. 이익균점권을 ‘돌출적 권리’로 평가한 황 교수는 “현행 법정최저임금이나 근로자복지기본법에 담긴 우리사주와 사내복지기금은 이익균점권과 직접 맞닿아 있다. 당시 제헌의원들의 이익균점권 정신은 여전히 사회권의 기본방향이자 현행 헌법의 경제민주화 이념의 저변에 전승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요즘 대기업을 중심으로 지급되는 초과이익성과급 등을 둘러싼 논란도, 이익균점권이 헌법에 명시되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대기업 초과이익에 대한 접근권이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 뿐만이 아닌 전 국민의 기본권이 되기 때문이다. 권 후보가 “이익균점권을 부활시키되, 현대적 상황에 맞게 하청노동자 등 간접고용 노동자도 소외되지 않도록 보완하겠다”고 말한 까닭이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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