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역구' 인천 계양서 딸과 사전투표
"부정선거 소지 주장 많아" 은근한 의구심
지지자들도 金 독려에 "본투표 해야" 싸늘
수도권 험지서 李 때리기... "독재 괴물국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외동딸 동주씨와 함께 29일 인천 계양1동 주민센터에서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를 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6·3 대선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에서 투표했다. 김 후보는 대선 전 사전투표 시스템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 '강성 부정선거론자'였지만, 지지자들의 투표율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과거를 잠시 묻고 사전투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는 이날 투표 후 경기·인천 지역을 크게 돌면서 막판 수도권 세몰이에 나섰다. '기적의 막판 대역전'을 이뤄내겠다며 지지층 결집도 강조했다. 김 후보는 이날도 이재명 후보를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낸 뒤 자신은 '정직한 대통령, 경제 대통령, 교통 대통령, 민주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김 후보는 이날 아침 인천 중구 자유공원에서 맥아더 동상에 참배했다. 맥아더 장군은 6·25전쟁에서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적으로 지휘하며 불리했던 전황을 한순간에 뒤집은 인물이다. 김 후보는 '역전의 상징' 같은 맥아더 장군에 자신을 빗대 이재명 후보에 뒤처지고 있는 상황을 뒤집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는 "대한민국이 다시 역전의 대반격을 한 인천상륙작전이 없었다면 완전 적화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이후 이재명 후보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에서 딸 동주씨와 함께 사전투표했다. 김 후보는 과거 '부정선거 음모론'의 대부격인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의 대표를 지내고,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후에도 사전투표 제도 폐지를 공약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최근까지도 '부정선거 음모론자 색채를 완전히 벗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김 후보는 이날 사전투표를 마친 후에도 "(관외투표는) 절차가 복잡하고 여러 관리 부실이 일어날 수 있어 부정선거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며 여전히 의구심을 거두지 않았다.
하지만 '사전투표 기피로 지지층 투표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현실론이 나오는 상황을 의식한 듯 사전투표 독려를 계속했다. 김 후보는 "(사전투표를 안 해서) 투표율이 떨어지는 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보수 지지층의 사전투표 불신은 여전해 보였다. 김 후보는 이날 유세차에 올라 마이크를 잡는 족족 "저도 오늘 사전투표했으니 여러분도 꼭 하시라"며 독려했는데, 그럴 때마다 지지자들 사이에선 "안 했어요" "안 돼요, 꼭 6월 3일날 해야 해요" 등 부정적 반응이 튀어나와 분위기가 급격히 가라앉는 일이 반복됐다.
사전투표 첫날 유세 슬로건을 '대역전의 서막'으로 정한 김 후보는 수도권 험지 위주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인천 연수구 출근인사를 시작으로 부평구·서구·계양구·미추홀구에서 유세한 뒤, 경기 시흥시·안산시·군포시를 거쳐 안양시에서 마무리하는 '동진 동선'을 짰다. 윤상현 공동선대위원장이 버티고 있는 인천 미추홀구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국민의힘 소속 현역 의원이 없는 '험지'다.
이날도 김 후보의 메시지는 '이재명 때리기'에 집중됐다. 김 후보는 이날 유세에서도 여러 차례 자신의 유세 티셔츠 앞 단추를 풀어 헤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전 방탄조끼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죄 지은 사람이 오히려 자기 죄 있다고 판결한 대법원장을 탄핵, 특검하겠다는데 이런 건 전 세계 역사에 없다"며 "대통령 탄핵으로 모자라 총리, 장관 탄핵하고, 사법부 대법원장부터 다 마비시키고 수사기관 전부 검수완박하면 대한민국이 '범죄자의 방탄 독재 괴물국가'가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막판 뒤집기를 위한 파격 승부수도 꺼내들었다. 김 후보는 이날 마지막 일정인 경기 안양시 유세에서 "엄마들한테 (아이) 하나 낳으면 1억 원 씩 줄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초등학교, 중학교 입학 때 각 2,500만 원씩, 고등학교 입학 땐 5,000만 원을 입금하겠다는 구상이다. 앞서 "부영그룹의 '출산 직원 1억 원 지급' 공약화를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에서 한층 더 강화된 발언이다. 이날 안양 유세엔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도 방문해 '반 이재명 연대' 기조에 힘을 실었다.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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