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홍 리베라웨어 코리아 대표 인터뷰
한국인이 日서 창업한 드론 제조·개발 기업
산업 인프라 안전 중요한 日서 IPO 성공
지난해 한국법인 설립해 국내 진출 시동
이 기사는 2025년05월30일 15시17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기자]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지난해 1일 평균 오염수 70톤(t)을 쏟아내고 있는 후쿠시마 ‘제1원전’. 이곳에는 사고로 녹은 핵연료 잔해를 식히기 위해 주입한 물과 사고 원자로로 흘러드는 지하수·빗물로 계속해서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도쿄전력은 원전 깊숙한 곳을 확인하기 위해 처음으로 드론을 활용했다. 내부로 들어간 협소 공간용 점검드론은 격납용기 내부를 조사해 지금까지 확인이 불가했던 지역을 촬영하고 내벽 상태를 점검했다.
이 조사에 쓰인 드론은 리베라웨어가 개발하고 제조한 협소 공간 점검 드론 아이비스(IBIS)다. 드론 제조·개발 기업 리베라웨어는 2016년 ‘누구나 안전한 사회를 만든다’는 목표로 한국인인 민홍규 대표가 일본에 설립한 회사다. 창업 이후 보이지 않는 리스크를 가시화하자는 비전을 토대로 한결같이 드론 기술의 개발과 응용에 집중했다.
리베라웨어는 소형드론으로 수집한 3차원 데이터는 용도에 맞춰 가공하고 영상분석 기술을 접목해 처리하는 디지털 솔루션도 제공한다. 이에 대규모 인프라를 갖춘 대기업은 물론 현지 공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2021년에는 일본 최대 철도기업인 JR동일본철도와 철도, 인프라의 디지털전환(DX)을 위해 합작회사인 카르타(CalTa)를 설립했다.
리베라웨어가 일본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현지 환경이 꼽힌다. 일본은 인프라 점검이 의무화된 국가다. 일본에서는 하수도, 터널, 공장 내부 같은 공간에 대한 주기적 점검 수요가 매우 높고, 인구 고령화로 인해 무인화 기술에 대한 수용이 빠르다. 업계 관계자들은 특히 일본 3D 데이터 기반의 점검과 유지관리 시장이 앞으로 10년간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 보고 있다. 회사는 이 시장을 ‘현장 중심의 데이터 산업’으로 보고 진입하고 있다.
리베라웨어는 지난해 일본 주식시장에 상장한 데 이어 한국법인을 설립해 국내로 진출했다. 한국 진출을 진두지휘하는 김태홍 리베라웨어 코리아 대표는 자사를 드론 회사가 아닌 ‘산업 인프라 안전을 위한 데이터 기술 회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단순히 산업 인프라 점검을 넘어 ‘디지털 전환의 인프라 기반’을 구축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2025 글로벌 대체투자 컨퍼런스가 29일 서울 중구 소공로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렸다. 김태홍 리베라웨어코리아 대표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日 그로스 마켓 상장한 기업
리베라웨어는 지난해까지 약 250억원 규모에 달하는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김태홍 대표는 “리베라웨어는 초기부터 ‘GPS가 닿지 않는 좁고 어두운 공간에서도 정밀한 점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드론’이라는 아주 구체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했다”며 “일본의 노후 인프라 상황과 맞물려 정부 기관, 대기업, VC들로부터 실용성과 확장 가능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고 현지에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던 비결을 공유했다. 김 대표는 이어 글로벌 투자자들 역시 ‘인프라 안전’과 ‘데이터 기반 점검’이라는 키워드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리베라웨어는 치바도죠(千葉道場), 본즈 인베스트먼트 그룹(Bonds Investment Group) 그리고 빅 임팩트(BIG Impact)와 같은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이를 통해 기술적 확장성과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을 더욱 확고히 다졌다.
리베라웨어는 지난해 7월 일본 그로스 시장에서 기업공개(IPO)에 성공했다. 그로스 시장은 우리나라 코넥스 시장과 비슷한 일본 주식시장이다. 이곳에서는 주로 시가총액 5억엔 이상의 중소·벤처기업이 상장한다. 일본은 지난 2022년 상장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주식시장을 활성화하고자 △프라임 △스탠다드 △그로스로 주식시장을 재편했다. 프라임 시장에는 시가총액 100억엔 이상 대기업이, 스탠다드에는 시가총액 10억엔 이상 중견기업이 상장한다.
그는 “일본은 기술기업에 대한 상장 문턱이 한국보다 더 낮다”며 “수익보다는 기술의 확장성, 사회적 필요성, 팀의 실행력을 중심으로 상장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고, 상장 이후에도 정부와 시장에서 기술기업을 안정적으로 키워가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일본 주식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어 “한국과 비교하면 재무 중심보다는 기술 중심의 밸류에이션을 받기 쉬운 환경이라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한국 진출해 점검 데이터 확보 집중
리베라웨어는 지난해 연말 한국에 법인을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그러면서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진행하는 해외 유망한 창업기업(스타트업) 발굴·유치를 위한 K-스카우터 사업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K-스카우터는 해외 창업가의 국내 창업(인바운드)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지난해 처음 도입됐다. 해외 창업기업을 발굴해 중기부가 법인설립 등 국내정착을 지원한다.
리베라웨어는 한국법인을 설립하며 한국시장 내 잠재 고객, 협력 파트너, 자금조달 파트너, 세일즈 에이전시 등 파트너사 확보를 진출 목적으로 뒀다. 또한 우리나라가 제조 기반이 강하고, 정부 차원의 디지털 전환이나 방산 기술 수요도 활발해 실증과 기술 확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시장이라는 점도 진출 계기가 됐다.
김 대표는 “한국은 실내외 공간이 복잡하고, 인프라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시장”이라며 “특히 하수도, 지하 구조물, 플랜트 등은 사람이 진입하기 어려운 공간이 많은데 여기에 우리 드론의 강점이 바로 적용될 수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국내에서 중대재해처벌법에 의한 안전사고에 대한 인식이 한층 높아진 만큼 회사의 설비점검용 드론이 산업현장에 기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
리베라웨어의 투자자인 일본 벤처캐피털 빅 임팩트의 배승호 이사는 “리베라웨어는 독자적인 기술을 활용한 실내 좁은 공간 인프라 점검 기업으로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벤처 기업”이라며 “국내외 성장 시장인 인프라 점검 시장에서 높은 경쟁 우위성과 진입 장벽을 구축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김태홍 대표를 비롯한 우수한 팀이 함께하고 있고, 점검 현장의 사고 및 재난을 예방할 수 있는 솔루션을 통해 한국 전역의 인프라 노후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올해 한국 시장에서 리베라웨어가 보는 기회는 무엇일까. 국내에서 단순히 드론 제품을 공급하기보다는 ‘신뢰할 수 있는 점검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자 한다. 김태홍 대표는 “리베라웨어는 250g 미만의 초소형 드론으로 사람의 접근이 불가능한 공간에서 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기반으로 3D 모델링 및 손상 진단까지 제공한다”며 “최근 시에라베이스, 메이사, 둠둠 등과 협업을 확대하며 민간과 공공 양쪽 모두에서 실제 프로젝트를 구체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소영 (soze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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