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3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용지 관리부실과 관련해 ‘대선 불복’까지 시사했다. 국민의힘은 “외부로 용지를 가져 나간 것 자체가 부정선거”라며 앞장서 부정선거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지지층에 사전투표를 독려하면서 ‘부정선거 음모론’을 띄우는 이중적 행태에 지역구 의원들 사이에선 “도대체 어쩌라는 거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특히 전통 지지기반인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의 사전투표율이 현저히 낮다는 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 후보는 이날 충북 제천 유세 뒤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의 투표 관리가 너무 부실하다. 정당한 절차가 중요한데, 절차가 엄격하게 안 지켜지면 결과 자체를 승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황교안 무소속 후보는 부정선거라고 언급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재차 “투표용지를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들어왔다 자기 마음대로 들락거리면 결과에 승복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다만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냐’는 물음에는 답을 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앞서 지난 29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사전투표소에서 투표용지를 수령한 관외 사전투표자들이 투표소 바깥에서 대기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국민의힘은 이를 두고 “부정선거”라고 주장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사전투표하러 가서 투표지가 외부로 유출됐는데, 민주당은 왜 아무 말이 없는가. 민주당은 부정선거 옹호론자냐”며 “(투표용지를 투표소 밖으로) 가져나가서 100장 복사해서 집어넣었는지, 200장 복사했는지 모르지 않냐”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선관위가 발표하는 사전투표 투표자 수에도 문제가 있다며 ‘자체 감시단’을 꾸려 현장에 보내겠다고 밝혔다. 장동혁 선대위 상황실장은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실제 사전투표하는 유권자 수를 헤아리고 있는데, 선관위가 발표하는 사전투표자 수와 큰 차이가 난다. 실제 투표보다 (선관위 발표가) 많다”며 “국민의힘은 오늘 무작위로 투표소에 사람을 보내 실제 투표자 수와 선관위가 발표하는 투표자 수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이런 주장은 ‘부정선거 척결’을 1호 공약으로 낸 황교안 무소속 후보의 주장과 닮았다. 황 후보가 이끌었던 부정선거부패방지대 역시 선관위가 투표자 수를 조작하고 있다며 자체적으로 투표소에서 부정선거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의원들은 당의 이런 방침에 곤혹감을 드러냈다. 한 영남권 중진 의원은 “선관위 관리 부실까지만 얘기해야지, 지금 부정선거까지 얘기하면 어쩌자는 거냐”며 “지려고 작정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국민의힘 안에선 후보와 지도부가 앞장서 ‘부정선거론’에 불을 지피면 지지자의 투표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중앙선관위의 30일 오후 4시 기준 집계를 보면, 국민의힘의 강세지역인 대구가 24.84%로 가장 낮았다. 이어 부산(27.4%), 경북(28.41%), 경남(28.41%), 울산(28.46) 등 순이었다. 영남권의 한 재선 의원은 “사전투표 못 믿겠다는 어르신들을 겨우 설득해 투표장 가시라고 했더니, 당에서 재를 뿌리고 있다. 지지자들이 투표장에 가는 걸 우리 스스로 막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선 의원도 “극우랑 결별하라고 했더니 대선을 코앞에 두고 황교안 같은 극우들이 하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제천/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