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는 '자손군'이라 불리는 불법 댓글공작팀 운영자가 국민의힘 측과 사전에 교감해 상대 후보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국회에서 공동 주최한 사실을 확인했다. 일반 학부모 단체와 국민의힘이 함께 여는 걸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달랐다. 취재를 위해 잠입한 뉴스타파 기자를 포함해 총 5명의 '자손군'이 학부모 단체 소속인 것처럼 소개됐다. '자손군'은 '댓글로 나라 구하는 자유손가락 군대'의 약칭이다.
이승만과 박정희를 추앙하는 단체인 '리박스쿨' 대표이자 '자손군'을 운영하는 손 모 씨는 국회 교육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 측과 기자회견을 준비했다. 손 씨와 조정훈 의원 보좌관이 기자회견을 준비하며 통화하는 장면이 뉴스타파에 포착됐다. 손 씨의 댓글공작팀 운영에 국민의힘이 관여된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앞서 뉴스타파는 리박스쿨 대표 손 씨가 '자손군'이란 명칭의 댓글공작팀을 운영하며 조직적으로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게시글을 올린 사실을 보도했다.(관련 기사: '불법 댓글공작팀' 잠입 취재..."손가락 군대로 나라 구하자")
댓글팀 운영자,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실과 국회 기자회견 개최
지난 23일, 뉴스타파 취재진은 댓글단을 뽑는다는 온라인 모집 공고를 보고 응모해 합격했다. 리박스쿨이란 역사 교육단체를 운영하는 손 씨가 올린 공고였다. 손 씨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김문수 후보를 띄우고, 다른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다는 방법을 알려주다가 느닷없이 기자회견 얘기를 꺼냈다.
손 씨는 국민의힘 의원 조정훈 의원을 언급하며 "내가 조정훈 의원실하고 지금 연결해서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 기자: 대표님도 가세요?
● 손 대표: 그렇죠. 제가 조정훈 의원실하고 지금 연결해서 하고 있거든. 조정훈 의원이 교육위원이야. 서울 국회 안에 보면 정부 조직하고 똑같은 위원회가 있어요.
○기자: 네 교육위원회에 계시는 조정훈 의원님 컨택하셔서 도와달라고 하셨어요?|
● 손 대표: 우리가 해달라고. 왜냐하면 국회에 있는 여러 장소를 쓰려면 의원이 신청을 해줘야 돼. 국회의원이 신청을 해줘야. 개인은 얼씬도 못해.
- - '리박스쿨' 대표 손 모 씨와 뉴스타파 기자의 대화 녹취 (2025. 05. 23.)
이후 손 씨는 뉴스타파 기자가 있는 자리에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 상대방은 조정훈 의원실의 서 모 보좌관이었다. 손 씨는 서 보좌관과 기자회견 준비 상황을 공유했다. 이날 두 사람의 대화는 손 대표가 기자 근처에서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하면서 자연스레 취재진의 녹음기에 담겼다.
● 손 대표: 여보세요. 아 예 안녕하세요. 서○○ 보좌관님. 네 죄송합니다. 전화 저기 늦었습니다. 리박스쿨 손○○이고요.
○ 서 보좌관: 네네.
● 손 대표: 저희 기자회견 소통관 기자회견 하는 거, 지금 이제 참석할 사람 거의 이제 파악이 됐거든요.
○ 서 보좌관: 네네.
● 손 대표: 그래서 그거 하고 그다음에 피켓하고 현수막은 저희가 준비할게요.
○ 서 보좌관: 네.
● 손 대표: 네 그런 거를 조금 더 세부적인 거는, 오늘 중으로 일단 다 완성을 하겠습니다.
○ 서 보좌관: 네, 알겠습니다. 가장 급한 거는 아홉 분의 이름, 성함이랑요.
● 손 대표: 네네, 그렇죠. 지금 바로 한 30분 이내로 마무리해서 보내드릴게요.
- - '리박스쿨' 대표 손 모 씨와 뉴스타파 기자의 대화 녹취 중 일부(2025.05.23.)
손 씨는 뉴스타파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기자회견 참석자를 섭외하는 전화를 돌리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조정훈 의원실을 반복해 거론했다. 손 씨의 섭외 대상자는 손 씨가 설립에 관여한 단체에 소속된 이들로 보였다. 손 씨는 참여를 망설이는 상대방에게 "지금 대선에서 어떻게든지 그걸 하려고, 조정훈 의원실 보좌관이 퇴근 전에 보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씨가 말한 '그걸'은 기자회견을 뜻하는 것으로 보였다.
● 손 대표: 저기 대선에서 어떻게든지 그걸 하려고, 국회 소통관에서 우리 OOOO교육봉사단하고, OOOO개혁국민협의회, 우리가 만든 단체들 있잖아. 지금 조정훈 의원실하고 연락해서 하는데...(중략)...지금 내가 왜, 이게 인원을 좀 그쪽에다가 보고를 해야 돼. 그 보좌관이 계속 기다리고 있거든. 아침부터. 그래서 내가 계속 연락을 계속 취하고 있어, 사람들한테.
- - '리박스쿨' 대표 손 모 씨와 뉴스타파 기자의 대화 녹취 중 일부(2025.05.23.)
국회 언론공지에는 '학부모 시민단체'...실제는 학부모로 위장한 댓글공작팀
27일, 조정훈 의원이 손 씨와 어떤 관계인지 좀 더 파악하기 위해 뉴스타파는 손 씨와 함께 국회 기자회견장으로 갔다. 이날 국회 공보실이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에는 "김상훈 정책위의장과 조정훈 간사가 학부모 단체 10여 명과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11시에 연다"고 돼 있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라 적혔지만, 사실상 이재명 후보의 공약을 비판하는 자리였다.
기자회견 플래카드에도 주최자는 '바른교육을 원하는 학부모시민단체 연대'로 나온다.
27일 손 씨가 기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왼쪽)와 국회 공보실이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27일 기자회견 당일 국회에 걸린 플랭카드.
그러나 뉴스타파가 국회 본관에서 목격한 ‘학부모 단체’ 참석자 11명 중 5명은 '자손군' 댓글팀 소속원이었다. 이 중에는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뉴스타파 기자도 포함됐다. 특히 참석자 정 모 씨는 댓글팀 에이스였다. 그는 이재명 후보에 대한 악의적 댓글을 주로 올렸고, 부정선거론을 퍼뜨리는 데도 적극적이었다.
이들은 국민의힘 권성동, 조정훈, 김상훈 의원과 함께 한목소리로 이재명 후보의 '교사의 정치 참여 허용' 공약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바른교육을 원하는 학부모' 자격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한 '댓글팀' 정 모 씨가 '자손군' 단톡방에 올린 글.
나머지 6명도 대표성 있는 학부모 단체 소속으로 보기 어려웠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마이크를 잡은 오 모 씨는 손 씨와 함께 ‘국가교육개혁국민협의회(교협)’를 함께 설립해 공동대표를 맡았던 사람이다. '교협'은 2023년 10월 "현행 한국 교육이 편향된 이념의 세뇌 대상, 정파 정치의 선전도구가 됐다"고 주장했다. '교협' 출범식에는 당시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이었던 김대남 씨도 참석했다.
2023년 10월 3일 열린 국가교육개혁국민협의회 창립 출범식. 김대남 당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실 행정관(왼쪽에서 5번째)이 참석했다. 얼굴을 가린 사람들은 이재명 후보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사람들이다.(출처:월간조선)
기자회견에서 마이크를 잡은 장 모 씨는 리박스쿨 자격증 발급과 연결된 ‘데OOO 교육그룹’의 대표다. 리박스쿨은 총 3종의 자격증을 발급하는데, 그 중 하나인 ‘창의체험지도사자격증’ 소지자는 전국 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 강사로 일할 수 있다. 방과후 학교 강사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다.
문제는 손 씨가 예비 강사들에게 왜곡된 역사관을 가르치고 있다는 데 있다. 손 씨에 따르면, 이곳 출신 강사들이 벌써 전국 초등학교에서 일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왜곡된 역사관을 주입하려는 목적으로 늘봄강사 자격증을 발급해준 건데, 교육부가 어떤 기준으로 이곳을 발급기관으로 선정했는지 의문이 생긴다.(관련 기사 : 초등 방과후 자격증 미끼로 '댓글공작팀' 모집)
언론은 검증 없이 '가짜 기자회견' 퍼뜨렸다
기자회견 전 열린 간담회에서 조정훈 의원은 “조희연 전 서울교육감이, 민주당 운동권들이 만든 교과서 전용 폐지 수집 업체가 성향에 맞는 인사를 고용하고 수익을 전용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보좌관에게 “급식 사업을 필수 공익 사업으로 지정하면, 학교 급식 조리사들의 파업과 노조 결사를 막을 수 있다”는 학부모 단체의 조언을 받아 적으라고 지시했다.
예고 없이 나타난 권성동 의원은 다짜고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약을 비판했다.
기자회견 뒤, 언론은 아무런 검증 없이 기사를 쓰고 동영상을 만들었다. TV조선은 ‘학부모 시민단체, 김문수 지지 선언하며 이재명 작심 비판'이라는 제목의 10여분짜리 기자회견 영상을 게재했다. 서울경제와 아시아투데이 등은 마치 학부모 상당수를 대표하는 단체들이 이재명 후보의 공약을 반대하고 있는 것처럼 보도했다.
리박스쿨 대표이자 불법 댓글팀 '자손군'을 운영하는 손 씨는 서울경제 기사가 포털에 올라오자, 자손군 단톡방에 기사 링크와 함께 "좋아요를 많이 누르라"는 글을 올렸다. 댓글팀 운영자와 현직 국회의원실이 사전에 기획한 '가짜 기자회견'이 뉴스로 나오자, 추가적인 댓글 작업으로 이를 널리 퍼뜨린 것이다.
리박스쿨 대표이자 '자손군' 운영자인 손 모 씨는 '자손군' 단톡방에 자신이 주최한 기자회견 기사 링크와 함께 "기사에 좋아요 많이 눌러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조정훈 의원실 "손 대표가 기자회견 요청한 것"...손 대표 "순수한 시민운동"
뉴스타파는 조정훈 의원실에 리박스쿨이 댓글팀을 운영 중인 사실을 알고 있는지, 기자회견 참석자 중 일부가 학부모 단체 소속 인사가 아닌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물었다. 조정훈 의원실은 "기자회견에 학부모가 포함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손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싶다고 해서 자리를 마련해준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 "손 대표는 교육 관련 교류 중 알게 된 사람이고, 손 씨가 댓글팀을 운영 중인 사실은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뉴스타파는 손 씨에게 잠입 취재 사실을 밝히고 반론을 요청했다.
손 씨는 우선 댓글팀 운영에 대해 "자손군(댓글팀)은 재명이네마을도 하고 있어서 (거기서) 힌트를 얻어 김문수 후보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회원들이 각자 시간을 정해서 기사를 찾고 댓글과 공감을 단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기자회견) 장소 확보를 위해 국민의힘 관계자에게 부탁해서 조정훈 의원실과 연결이 됐다"고 말했다.
뉴스타파 최혜정 judy@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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