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 美인재 엑소더스 기회다] ④ '해외 매력도' 낮은 한국, 개방성이 숙제
[편집자주] 고급 인력의 '블랙홀'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외국인 학생·연구자를 배척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인재 유치 전쟁'이 불붙었다. 세계 각국의 고급 인재 유치를 위한 법제도 개선과 자본 투입 등 활동을 점검하고, 우리나라의 경쟁력과 해외 인재 유치를 위한 개선 과제는 무엇인지 진단한다.
2023년 한국의 글로벌 인재 경쟁력 지수(GTCI)/그래픽=윤선정
"한국은 국제적 가시성을 더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 연구기관에서 책임급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미국으로 자리를 옮긴 한 유럽계 연구자의 제언이다. 그는 한국만큼 국가 연구 인프라가 잘 갖춰진 국가도, 연구에 대한 열정이 큰 연구자 집단도 드물다고 평가하면서도 R&D(연구·개발) 기획 및 평가가 대부분 한국어로 진행되는 탓에 외국인 연구자로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R&D 기획 단계부터 해외 학자의 참여를 늘리고 전 과정에 영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국제적 가시성이 높아진다"고 했다.
한국의 취약한 '개방성'은 프랑스 경영대학원 인시아드(INSEAD)가 매년 발표하는 '글로벌 인재 경쟁력 지수(GTCI)'에서도 드러난다. GTCI는 각국의 인재 유입 정책과 환경적 역량을 평가한다. 한국은 2023년 처음으로 세계 25위권 안에 들었다.
전체 평가 순위는 24위로 일본과 중국보다 앞섰지만, 정작 해외 인재 및 기업 유치에 유리한 환경인지를 보는 '대외 개방성'은 전체 134개국 중 75위에 머물렀다. 인재 유치도를 평가하는 '두뇌 획득'(Brain Gain) 점수는 10년 전인 2013년보다 13점 하락한 50.79점으로 59위를 기록했다.
IMD(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의 '세계 인재 순위 2024' 보고서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한국의 인재 경쟁력 순위는 2년 연속 상승해 전 세계 26위였지만, 해외 인재 풀(pool) 활용도를 매기는 '매력도' 측면에서는 100점 만점에 47.86점이라는 낮은 성적표를 받았다.
이같은 결과는 역시 한국 연구시스템의 '낮은 해외 개방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STEPI(과학기술정책연구원)는 지난해 11월 정책제안서인 '과학기술정책 브리프'를 통해 "정부 R&D 지원시스템을 수월성, 개방성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연구 제안 서식을 영문화하는 등 국내 R&D 시스템을 국제 규범에 맞게 재정비하는 한편 해외 학자의 과제 심사 및 평가 과정 참여도를 현행보다 크게 늘려야 한다고 봤다.
또 "두뇌 획득을 위한 국가 간 경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경쟁의 본질은 불변한다"면서 "한국이 보유하고 있어야 할 핵심 분야의 연구자 명단을 작성한 후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들을 유치하고, 다시 해외로 유출되지 않도록 정책을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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