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운동생리학회 정책간담회…"새 제도 vs 기존 제도 개선" 접근법 놓고 건설적 논의한국운동생리학회(회장 백성수 상명대 교수)가 5월 30일 국회 제2회의실에서 개최한 '2025 KSEP 체육 정책간담회'(사진=한국운동생리학회)
[스포츠춘추]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한국에서 운동 전문가의 의료 영역 진출 방안을 둘러싸고 심도 있는 논의가 펼쳐졌다. 새로운 '임상운동전문가' 제도 신설을 통한 근본적 해결을 주장하는 전문가들과 기존 건강운동관리사 제도 개선이 현실적이라는 견해를 가진 참석자들이 건설적인 대화를 통해 최적의 해법을 모색했다.
한국운동생리학회(회장 백성수 상명대 교수)가 5월 30일 국회 제2회의실에서 개최한 '2025 KSEP 체육 정책간담회'에서는 '노쇠극복, 건강운동관리사 유관 면허 제도 신설'을 놓고 체육, 의학, 법학, 언론 각 분야 전문가들이 다각도의 통찰을 공유했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산하 '엄마가 체육관에 갈 수 있는 나라 위원회(총괄위원장 안태준 의원, 공동위원장 서울대 김기한 교수-서영길 전 김포FC 대표이사) '가 주관하고 김병기, 안태준 국회의원실이 공동 주최한 이번 간담회는 '국민 건강 증진'이란 공통 분모 속에서 실현 방법론에 대한 다양한 관점들이 제시됐다.한국운동생리학회(회장 백성수 상명대 교수)가 5월 30일 국회 제2회의실에서 개최한 '2025 KSEP 체육 정책간담회'(사진=한국운동생리학회)
간담회의 초점은 주로 제도 개선의 속도와 방식을 둘러싼 논의에 맞춰졌다. 기조발제자인 박동호 인하대 교수(스포츠과학과)는 체계적 변화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현 건강운동관리사 자격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 발급의 가칭 '임상운동전문가' 면허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클라호마주립대에서 운동생리학 박사를 취득하고 한국스포츠과학원 선임연구원을 역임한 박 교수는 "의료기관에서 요구되는 자격 기준 미충족, 배치 기준 부족, 물리치료사 등과의 업무 중복" 등을 현행 제도의 한계로 분석하며 종합적 제도 개편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은 2024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넘어가는 데 겨우 7년밖에 걸리지 않아 세계 최단 기록"이라며 선제적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의료계 경험을 바탕으로 한 김진구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은 실용적 접근을 제안했다.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대한관절경학회 회장을 역임한 정형외과 권위자인 김 이사장은 "'임상운동전문가' 제도는 중장기적으로 의미 있는 정책이 될 수 있다. 다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작동 가능한 실행 모델을 현장에서 시험해 보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건강보험 체계 내 편입에는 자격 기준, 예산 확보, 법제도 정비, 직역 간 이해 조율 등의 과정이 필요하다"며 "현행 건강운동관리사 제도를 활용한 지역 중심 시범사업을 통해 점진적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또한 "Exercise is Medicine 한국본부(EIM_ROK)가 이러한 시범 사업을 주도할 수 있는 적합한 주체"라며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했다.한국운동생리학회(회장 백성수 상명대 교수)가 5월 30일 국회 제2회의실에서 개최한 '2025 KSEP 체육 정책간담회'(사진=한국운동생리학회)
법학계와 언론계에서는 각각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보완적 관점이 제시됐다. 국립부경대학교 김대희 교수는 제도적 기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건국대 법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를 마치고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에서 선임연구위원을 역임한 김 교수는 "건강운동관리사는 의사 또는 한의사가 의학적 검진을 통해서 건강증진 및 합병증 예방을 위해서 치료와 병행해서 운동이 필요하다고 먼저 인정을 해줘야 한다. 그러면 이러한 건강운동관리사는 어디에 배치될 것인가? 당연히 의료기관에 배치가 될 것이다"라고 현행 법령의 구조적 특성을 분석했다.
김 교수는 현장 사례를 통해 제도 개선 필요성을 구체화했다. "골프를 치면 왼쪽 발이 너무 아프고 테니스를 치면 오른쪽 팔이 너무 아픈데, 정형외과에서는 일반적인 치료만 해준다. 올바른 운동 방법을 알려주고 지속적인 운동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은 어느 병원에서도 해주지 않는다"며 현재의 서비스 공백을 지적했다.
경향신문 김세훈 기자는 현장 중심의 관점에서 실질적 해결책을 제시했다. 25년 경력의 스포츠 전문기자인 김 기자는 "건강운동관리사의 가장 핵심적인 제도적 한계는 국민건강보험 수가 코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건운사가 병원에서 운동지도를 시행하더라도, 해당 서비스는 급여는 물론 비급여 목록에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고 건강운동관리사들이 직면한 현실적 어려움을 상세히 분석했다.
김 기자는 "건운사 시험은 8과목을 치르며, 최근 합격률은 13~14% 수준으로 매우 낮다. 고급 인력을 배출하는 구조이지만, 정작 '배출된 인력을 수용할 병원이 부족하다'는 점이 핵심 과제다"라고 역설적 상황을 지적했다. 구체적인 해결 방안으로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 내에서 건운사가 참여할 수 있는 수가 코드를 신설하고, 문화체육관광부는 건운사가 체육시설업 등록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한국운동생리학회(회장 백성수 상명대 교수)가 5월 30일 국회 제2회의실에서 개최한 '2025 KSEP 체육 정책간담회'(사진=한국운동생리학회)
국립경북대학교 송홍선 교수는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제도화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박태환 선수의 골드 프로젝트를 직접 담당하고 국민체력100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한 송 교수는 "문체부 산하에 있다 보니까 문체부 관련 예산을 따고 주무 부처와 협조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것이 제도적으로 보건복지부 체계가 없기 때문에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라고 생각한다"며 부처 간 협력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송 교수는 현장의 실정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며 "보건지소 하나에 한 명의 계약직 운동처방사가 있는데, 계약직이다 보니까 정규직이 아니면 충분한 역할을 하기 어렵다. 공공성 차원에서 정규직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한 우리나라의 과도한 의료 접근성을 지적하며 "우리 국민은 1인당 연간 의사 방문 횟수가 17.5회이고 또 일본도 11.7회다. 그러나 뉴질랜드 같은 나라는 3.8회, OECD 평균은 6.3라고 한다. 이게 정말 건강한 사회인가 라는 생각을 좀 해봤다"며 예방 중심 건강관리 체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한국운동생리학회(회장 백성수 상명대 교수)가 5월 30일 국회 제2회의실에서 개최한 '2025 KSEP 체육 정책간담회'(사진=한국운동생리학회)
이날 논의에서는 해외 선진국의 성공 사례도 중요한 참고 자료로 제시됐다. 박동호 교수는 "독일의 법정 건강보험(GKV) 제도 안에서 의료보험 혜택을 제공하며, 호주 ESSA의 공인운동생리학자(AEP)는 보건복지부 산하 보건전문직군으로 국가 건강보험 및 사보험 적용이 가능하다"며 체계적인 제도화 모델을 소개했다.
특히 독일의 경우 의사가 운동처방전을 발급하면 환자가 전문 운동시설에서 체계적인 운동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되어 있으며, 스웨덴은 공공의료시스템 내에서 운동처방 제도를 전국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받았다. 박 교수는 "규칙적인 운동을 통한 건강수명의 1년 연장은 최대 3조 4,000억원의 의료비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며 경제적 효과도 강조했다.
백성수 회장은 간담회를 마무리하며 "임상운동전문가의 도입은 단순히 체육학과의 직업적 확산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교과과정의 혁신이 동반되어야 하는 것이며, 환자 맞춤형 질환치료의 전략적 중재로 운동을 활용하려는 합의의 확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한국운동생리학회(회장 백성수 상명대 교수)가 5월 30일 국회 제2회의실에서 개최한 '2025 KSEP 체육 정책간담회'(사진=한국운동생리학회)
이날 간담회는 참석자들이 운동 전문가의 의료 영역 진출 필요성에 대해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실현 방법에 대해서는 '체계적 제도 혁신'과 '단계적 개선'이라는 서로 다른 접근법에 대한 인식의 차이도 드러냈다.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축적한 경험과 통찰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관점들이 제시되면서, 보다 완성도 높은 정책 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한국운동생리학회는 이번 논의를 바탕으로 관련 법령 개정안 마련과 정부·국회와의 협력을 통한 정책화 작업에 나선다는계획이다.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치료에서 예방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들이 어떻게 구현될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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