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언련 2025년 대선보도 모니터]
[민주언론시민연합]
대법원은 5월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의 유례없이 빠른 재판 진행 속도는 사법권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다음날인 5월 2일 대통령에 당선된 피고인에 대해 재직기간 형사재판 절차를 정지하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5월 7일 법사위 법안소위를 통과했습니다.
국민의힘과 일부 언론은 해당 개정안을 '이재명 방탄입법'이라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후 조희대 대법원장 등에 의한 사법남용 진상규명 특검법 발의, 사법부 대선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 지귀연 판사 접대 의혹 제기가 이어졌는데요. 국민의힘과 일부 언론이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선후보를 '독재 프레임'으로 규정해 비판하는 양상은 더욱 심화됐습니다.
조선일보, 시민·판사 반발 무시하고 "이재명 독재"
민주언론시민연합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에 상정된 5월 2일부터 5월 26일까지 25일간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 지면기사, 지상파3사와 종편4사 저녁종합뉴스를 대상으로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선후보를 '독재 프레임'으로 규정해 비판한 보도가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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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신문 지면 ‘더불어민주당·이재명 독재 프레임’ 보도건수(5/2~5/26) |
ⓒ 민주언론시민연합 |
가장 많이 보도한 언론사는 조선일보로 총 8건입니다. <강천석 칼럼/이재명, 제 발로 내려올 수 없는 '대중 독재' 사다리 오르나>(5월 10일 강천석 고문)는 "이 후보는 자신에게 유죄(有罪) 판결을 내린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을 탄핵과 국회 청문회 소환으로 협박"해 "재판 연기 목적을 달성"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이재명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를 맛보기로 보여준 것"이라며 "3권분립과 견제와 균형을 허물고 지지 대중 응원을 받아 헌법과 헌법 기관을 무력화(無力化)하는 체제가 대중(大衆) 독재"라고 평했습니다.
<사설/사법부를 발아래 두려는 민주당 반헌법 폭주>(5월 15일)는 "더불어민주당이 14일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판사 등에 대한 청문회를 강행"해 "대법원이 이재명 후보의 선거법 사건을 유죄취지로 파기환송한 것을 대선 개입으로 몰아 국회 증언대에 세우려 한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앞선 강찬석 칼럼과 마찬가지로 "민주주의 국가들이 독재로 회귀한 시작은 바로 사법부 공격"이었다며 '독재 프레임'을 꺼내들었습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의 '독재 프레임'을 주장하며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바로 대법원을 향한 시민들과 현직판사들의 의구심과 비판입니다.
대법원은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전례 없는 속도전을 펴면서 전원합의체 회부 9일 만인 5월 1일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파기환송했습니다. "사법부의 국민참정권 침해", "주권 빼앗긴 기분"이라는 시민들의 비판과 함께 "대법원의 정치개입 자초"라는 현직판사들의 지적이 잇따랐는데요.
심리와 선고에 걸린 속도 외에도 △대법원 판례 역주행 △낙선자 6·3·3 원칙 적용 등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점,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의구심이 불거지며 시민들과 법원 내부에서 "대법원 사법쿠데타", "대법원 대선개입"이라는 맹비난까지 나왔습니다.
대법원 판결 파장으로 5월 26일 전국법관대표회의까지 소집되었는데요. 조선일보는 이러한 시민들과 현직 판사들의 여론은 외면한 채 대법원 판결에 따른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입법부 차원 대응을 '독재 프레임'으로 몰아간 것입니다.
"이재명을 총통이나 차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몰라"?
<양상훈 칼럼/이재명 '총통' 징후 엿보인다>(5월 22일 양상훈 주필)는 "민주당이 술 접대 의혹을 제기한 지귀연 판사에 대해 공수처가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면서 "판사도 사람인데 술을 마실 수 있다"는 사족을 덧붙였습니다. "다만 사건 관련자에게 접대를 받았다면 심각한 범죄"라면서도 "민주당은 사건 관련자인지는 말하지 않은 채 무조건 고발한다"고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이 상태에선 김영란법 위반 혐의밖에 되지 않을 텐데 지 판사는 그마저 부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는데요. 조선일보에게 김영란법 위반 혐의 정도는 큰 범죄 혐의가 아닌 듯하게 여겨집니다.
조선일보 주장과 달리 더불어민주당은 5월 14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지귀연 부장판사가 유흥주점에서 직무 관련자로부터 여러 차례 향응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공수처에 지귀연 판사를 뇌물수수와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한 것은 더불어민주당이 아니라 시민단체입니다. 판사도 사람인데 술을 마실 수 있지만 직무 관련자로부터 여러 차례 향응을 제공받는 건 범죄입니다. 그것도 유흥주점에서 말입니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지 판사가 민주당 미움을 산 것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석방했기 때문"인데 "민주당은 총선 압승 후 실질적 권력을 잡은 뒤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은 누구나 탄핵하고 고발하더니 이제 판사 수사까지 시작"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지귀연 판사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을 석방한 데 이어, 2차 공판까지 비공개 출석 허용, 재판 비공개 및 촬영 불허 등으로 윤석열 특혜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급기야 조선일보는 "권력자가 자신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린 판사를 (중략) 수사한다는 것은 전형적 독재 행태"로 "'이재명 대통령'은 '총통'이나 '차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며 논리적 비약에 따른 무리한 주장까지 내놨습니다.
TV조선, 사법부 향해 "알아서 눕는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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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판 연기한 사법부를 ‘알아서 눕는 풀’에 비유한 TV조선(5/14) |
ⓒ TV조선 |
TV조선 <윤정호의 앵커칼럼/알아서 눕는 풀>(5월 14일 윤정호 앵커)은 "대법원의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선거법 유죄취지 파기환송"이 나오자 "항소심 재판부가 재판을 대선 후로 미루고, 이 후보의 다른 재판도 줄줄이 공판기일을 연기"했는데 "법원의 대응을 놓고도 말이 많다"고 비판했습니다. "충분한 선거운동을 보장한다는 취지라지만, 이를 두고 한 원로 법조인은 '정치권력에 사법이 무릎을 꿇었다'고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서울고법은 대법원에서 파기환송한 이재명 후보 사건 첫 기일을 대선 이후로 연기하며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 재판기일을 대통령 선거일 후로 변경"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에서도 사법부가 대선 직전 유력 후보의 형사처벌 선고를 미룬 사례가 있습니다. 뉴욕주 맨해튼 법원은 2024년 9월 대선을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의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사건' 선고를 대선 이후로 연기했습니다. 당시 후안 머천 판사는 "대선에 영향을 받았거나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어떠한 오해도 받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TV조선은 사실상 이재명 후보의 모든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로 연기한 결정을 내린 사법부를 '알아서 눕는 풀'로 비유해 비판한 것인데요. 균등한 선거운동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한 사법부의 기일 연기를 일컬어 '알아서 눕는 풀'이라 칭한 TV조선이야말로 사법부를 모독한 것은 아닐까요.
* 모니터 대상
① 방송 : 2025년 5월 2일~5월 26일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저녁종합뉴스
② 신문 : 2025년 5월 2일~5월 26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기사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 슬로우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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