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화산암에서 지구 핵 흔적 발견
닫힌 계로 여겼던 지구, 열려있을 가능성
“지구 형성과 진화에 대한 통설 뒤흔들어”
네이처에 게재된 논문
최근 하와이에 있는 화산암에서 지구의 중심부, 즉 ‘핵’의 흔적이 발견됐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지구 깊숙한 곳에 있어야 하는 물질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위로 솟구쳤다는 얘기인데, 과연 어떠한 의미를 담고 있는지 논문과 함께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와이 돌에서 발견된 핵(core)의 흔적
최근 네이처에 발표된 이번 논문의 제목은 ‘해양 현무암의 루테늄 및 텅스텐 동위원소 분석을 통한 핵 물질 누출 증거’입니다. 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핵에 있는 물질이 누출됐음을 확인했다는 내용인데요. 이 논문은 독일 괴팅겐대와 영국 브리스톨대 등 공동 연구진이 작성했습니다.
연구진은 하와이와 갈라파고스, 아이슬란드 등 해양도열현무암(OIB) 지역에서 채취한 현무암과 피크라이트 시료를 분석했습니다. OIB란 해양판 위에 솟은 화산섬을 의미하는데요. 하와이처럼 바다 한가운데 솟아 있는 섬들은, 맨틀 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물질이 솟아오르며 생겨납니다. 이를 ‘맨틀 플룸(Plume)’이라고 합니다. OIB는 지구 깊은 곳, 즉 핵 근처에서 올라온 물질을 포함할 수 있어서 이곳의 돌을 분석하면 지구 내부의 비밀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연구진은 화산섬에서 채취한 돌(현무암)을 잘게 부수고 가루로 만들고 난 뒤 여기서 ‘루테늄’과 ‘텅스텐’과 같은 금속 물질만 분리해 냅니다. 이런 비유가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커피에서 카페인을 빼내는 것처럼요. 이후 이 금속의 동위원소를 정밀하게 측정합니다. 동위원소는 같은 원소지만 무게가 다른 원소를 의미합니다. 동위원소를 분석하게 되면 해당 원소가 포함된 물질이 어디서 왔는지 구분할 수 있습니다.
분석 결과 하와이에서 루테늄 동위원소가 특이하게 높은 돌이 발견됩니다. 동시에 텅스텐 동위원소도 특이한 부분이 발견됐는데, 이는 지구의 중심부, 즉 ‘핵’에 존재한다고 알려진 물질과 일치하는 성질입니다. 일반적인 화산암에서 볼 수 없었던 흔적이 발견된 것입니다. 이를 토대로 연구진은 하와이가 만들어졌을 때 단지 맨틀의 운동으로 만들어진 것 외에 핵에서 유래한 물질이 유입됐음을 강력히 시사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핵과 맨틀의 경계층에서 솟아오른 마그마 기둥이 지표까지 도달했다”라며 “하와이는 지구 맨틀 최하부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되는 핫스팟 마그마가 분출하는 지역으로 이 지역의 마그마가 핵 기원의 물질을 포함하고 있다면 그 시작점은 핵과 맨틀의 경계부일 수밖에 없다”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늦은 베니어 가설 수정? 지구, 생명 진화에도 영향
지구 내부 [그림=위키]
그렇다면 이러한 연구가 얼마나 의미가 있길래 네이처와 같은 학술지에 발표가 되었을까요.
지금까지 우리는 지구의 핵이 ‘닫힌계’라고 생각했습니다. 닫힌계란 외부와 단절돼 상호작용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수십 억 년 동안 지구 핵에 고립되었다고 여겨졌던 물질이 실제로 맨틀, 나아가 지표까지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이어서, 기존의 통설을 뒤집는 연구입니다.
예를 들어 ‘늦은 베니어 가설’이 수정될 수 있습니다. 늦은 베니어 가설이란 지구가 만들어진 이후 중요한 물질이 나중에 덧붙여졌다는 이론입니다. 45억년 전 수많은 먼지와 돌이 충돌하면서 지구는 점점 커졌고, 이때 무거운 금속(철과 니켈 등)은 중심으로 가라앉아 핵이 되고, 그 위에 맨틀이 생깁니다.
핵이 만들어질 때 귀금속, 즉 금이나 백금 등은 다 핵으로 끌려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지금 지표면에는 이러한 귀금속이 많습니다. 따라서 “핵이 만들어지고 외부에서 운석과 소행성이 충돌하면서 지표면에 귀금속이 생겼다”라는 게 늦은 베니어 가설입니다. 그런데 핵이 지금도 특정 원소를 내보낼 수 있다면 귀금속의 기원을 외부에서만 찾을 수 없습니다.
또한 이는 화산활동을 비롯해 판 구조, 맨틀 대류 등 지구의 동력 시스템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재해석해야 한다는 결론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나아가 지구 외의 다른 행성도 이러한 물질교환이 있었는지, 이러한 특성이 지구에서만 나타나서 생물 친화적인 환경을 만든 것은 아닌지까지 연결될 수 있습니다.
네이처는 이번 연구 성과를 두고 “단순한 화산 지질학적 관찰을 넘어 지구 형성과 진화의 큰 틀을 재조명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라고 설명합니다. 지구의 금속 핵은 약 40억년 전 형성됐고, 이후 운석 충돌 등 외부 기원을 가진 물질이 맨틀과 지각에 축적됐습니다.
따라서 이들 층은 각각 서로 다른 동위원소 서명을 가지고 있으며 루테늄은 그러한 차이를 가장 민감하게 반영하는 원소 중 하나입니다. 포레스트 호턴 미국 우즈홀 해양연구소 박사는 네이처와 인터뷰에서 “이번 데이터는 맨틀과 지구 역사에 대한 지구 화학 커뮤니티의 인식을 뒤흔드는 강력한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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