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바꾼 IT 일자리 下 ]
스포츠 스타 영입하듯, 전세계 AI 인재 영입 '쩐의 전쟁'
한국 AI 사업 기업 10곳 중 8곳 "AI 인력 부족"
LG CNS "연내 AI 인재 1000명 확보"…KT "세 자릿수 채용"
"AI 인재가 자발적으로 머물고 성장할 환경 만들어야"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를 통해 제작한 이미지를 삼성 갤럭시 AI로 편집한 결과물.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오동현 기자 = 인공지능(AI) 기술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AI 인재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주요 AI 인재가 미국과 중국으로 집중되는 'AI 인재 블랙홀 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며, 금전을 위시한 인재 유치전이 과열되는 양상이다. 단순 코딩 작업을 수행하는 초급 개발자는 설 자리를 잃어가는 반면, AI 고급 인력은 더 높은 몸값을 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 명의 AI 엔지니어가 연봉 1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3억원을 받는 시대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AI 경험이 있는 엔지니어에게 이른바 '세븐피겨(Seven Figures)', 즉 7자리 수 연봉을 제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도 만만치 않다. 한 AI 개발 업체는 신입사원에게 무려 월 1000만원을 제시한 사례도 보고됐다. 이는 중국 대졸 신입사원 평균 급여의 8배가 넘는 수준이다. 마치 스포츠계의 슈퍼스타를 영입하듯, 전 세계가 AI 인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국내 AI 사업을 하는 기업 2354곳 중 무려 81.9%가 "AI 인력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10곳 중 8곳이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도 문제다. 고용노동부는 2027년까지 AI 분야에서만 1만 2800명의 신규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AI 인재가 해외로 유출되는 현상까지 나타난다. 2023년 기준 10만 명당 0.3명이 순 유출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LG CNS CEO 현신균 사장이 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업공개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LG CN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우리 기업들은 AI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AX(인공지능 전환) 전문 기업인 LG CNS는 올해 연말까지 AI 인재 1000명을 확보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AI 사이언티스트, AI 엔지니어, AI 아키텍처 등 11개 분야에서 경력직을 채용하며, 유연 근무와 성과 중심의 인사 시스템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KT는 대한민국 AX 사업을 주도할 핵심 인재를 채용하겠다며 세 자릿수 규모의 인재 채용 공고를 냈다. MS 기술 전문조직과 함께 'AX 딜리버리 전문센터(가칭)'에 협업할 AX 인력을 채용한다. KT는 AX 직무 우대 체계와 시장 가치에 맞는 보상 체계를 통해 고급 인력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크래프톤 같은 대형 게임사도 AI 인재 유치에 나서는 중이다. AI 응용 연구, 게임 AI 응용 등 5개 직군에서 신입사원을 모집하며, 게임과 AI의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
누적 투자 유치액 1억 달러를 달성한 영상 이해 초거대 AI 개발 기업 트웰브랩스도 5년 이상 경력의 시니어급 개발자에게 스톡옵션을 포함한 업계 최고 수준의 보상 패키지를 제공하며 AI 인재 채용에 나서고 있다.
이 외에도 금융 AI 기술 기업 혜움은 AI 에이전트 시장을 선도할 인재를 공개 채용 중이며, 헥토그룹은 AI 우수 인재 발굴 및 채용 연계를 위한 AI 경진대회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기업들이 AI 인재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인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에 기업들은 해외 인재에도 눈을 돌리고 있지만, 여기에도 큰 벽이 있다.
우리나라의 해외 인재 유치 매력도는 세계 30~40위권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연봉, 복지, 연구 환경 등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해외 인재를 발굴할 네트워크나 노하우도 부족한 상황이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 사파이어홀에서 한국형 AI 생태계 조성을 주제로 열린 대한민국 AI정책 포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5.05.09. ks@newsis.com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24년 말부터 정부는 AI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인공지능기본법’과 ‘첨단산업 인재혁신 특별법’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AI 전문인력 양성, 연구개발 지원, 산업계 전문가의 대학 임용 등 인재 양성 기반을 제도적으로 마련했다.
향후에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제3차 국가인공지능위원회에서는 AI 국가대표 정예팀 구성과 거대언어모델(LLM) 개발 지원이 논의되고 있으며, 2026년 국가 R&D 투자계획에는 국내외 고급 인재 유치 및 전략기술 분야 연구인력 집중 육성이 포함됐다.
또한 정부는 '비자 사다리' 구축과 체류 단계별 지원 강화를 통해 해외 인재의 국내 정착을 지원하고 있다. 2030년까지 해외 고급 인재 1000명 유치, 2034년까지 유치 매력도 세계 20위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AI 인재 확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해외에서는 파격적인 유인책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국내 인재 유출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내국인·외국인·재외 한인 등 대상별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한국이 제한된 투자 여력과 자원 제약을 극복하고 AI 인재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석·박사급 고급 인재 양성과 산학협력 강화 ▲국내 체류 외국인에 대한 정주·경력 지원 ▲해외 한인 전문가의 귀환 유도 및 원격 협업 ▲글로벌 인재 직접 스카우트 및 연구 플랫폼 구축 등을 제안했다.
연구소는 "AI 인재를 단순히 '붙잡아 두는' 것을 넘어, 국내에서 '자발적으로 머물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 조성 및 스톡옵션 등 혁신적 보상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면서 "이와 함께 경직된 노동 시장 유연화, 인재의 효율적 재배치 및 창업지원 강화 등 유연한 인재 활용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odong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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