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위 체제 회귀, 산업-감독 나뉘며 정책 효율성 우려
-반면 산업-감독 정책 간 균형 맞출 수 있다는 의견도
-금소처 독립, 산업발전과 소비자보호 사이 감독철학 문제
현행 금융감독체계 구조/그래픽=이지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처음으로 금융위원회의 기능을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약집에서도 금융당국 기관 정리의 필요성이 언급되면서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사이에서도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후보는 지난 28일 기자들과 만나 "기재부의 예산 기능은 분리할 필요가 있겠고 해외 금융정책은 기재부가, 국내 금융 정책은 금융위가 하는 게 (맞지 않다)"라며 "금융위가 감독도 하고 정책도 하며 업무가 뒤섞여 있어서 분리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때 만들어진 현행 금융감독체계는 당시 재정경제부의 국내금융정책 기능과 금융감독위원회의 금융감독 기능을 금융위원회로 통합한 결과다. 금감위에서 분리된 금감원은 검사와 제재 등 감독집행 기능을 수행하도록 금융위 아래에 뒀다.
이후에도 국회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는 꾸준히 이어져왔고 대선 때마다 이슈가 됐지만 실제 개편이 이뤄진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가 공개적으로 공약한 만큼 당선시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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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금감위 체제 회귀, 산업-감독 나뉘며 정책 효율성 우려…반면 균형 맞춘다는 기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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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서는 금융위의 국내 금융산업정책 기능을 기재부로 옮기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 경우 금융위는 2008년 이전의 금감위로 되돌아가게 금융감독정책만 담당하게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민주당 의원들이 주최한 토론회에서도 금융위가 감독 기능에 집중하도록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로 만들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새로운 기구를 설립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기재부와 금감위로 다시 돌아가는 것을 두고 금융위 내부에서는 '정책의 효율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우선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정책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기재부와 금감위가 혼선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은행의 BIS(국제결제은행)비율은 산업정책과 감독정책의 두가지 면을 다 가진다. BIS비율 규제를 조절해 기업대출이나 투자를 유도하는 점은 산업정책이지만, 이로 인한 건전성에 영향을 확인하는 일은 감독정책으로 분류된다. BIS비율을 완화해 기업대출을 유도하려는 기재부와 BIS비율을 유지해 은행의 건전성을 감독하려는 금감위 사이에서 정책의 주도권을 두고 이견이 제기될 수 있다.
아울러 금융산업정책이 기재부와 같은 공룡 부처로 넘어갔을 때 금융시장의 변동성에 적시에 대응하지 못할 우려도 제기된다. 현재 금융위는 300명 안팎의 소규모 조직으로 정부 부처 내에서도 의사결정체계가 신속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반면 기재부는 1200명 안팎의 대규모 조직으로 의사결정체계가 비교적 복잡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트럼프 관세정책과 같은 돌발 변수에 대응하는 금융시장의 안정 기능이나 그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는 가상자산산업에는 정책의 적시성이 필수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금감원에서는 금감위로의 회귀를 반기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008년 이전 금감위 체제는 9명으로 구성된 위원이 안건을 심의·의결하고, 70명 안팎의 사무국 공무원이 행정업무를 지원하는 체제였다. 금감위원장이 금감원장을 겸하고 있어 1500명이 넘는 금감원 조직이 사실상 감독정책과 집행을 담당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산업정책과 감독정책 간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기대한다. 2008년 이후 산업정책이 주가 되다보니 감독 부문이 미진해 각종 금융사고 발생에 단초를 마련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금융감독규정 개정 권한을 사실상 금감원이 행사하게 되면서 감독정책과 감독집행을 한 방향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취지다.
다만 헌법적 관점에서 금감위 아래 금감원이라는 민간 조직이 감독이라는 권력 작용 업무를 하는 게 합당하냐는 의문도 있다. 금융감독정책의 핵심 규제는 크게 △인허가 △지배구조 △건전성 △영업행위로 나뉜다. 특히 금융사에 대한 인허가 규제는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와 맞물려 공권력적 활동으로 볼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금감위를 두지만 사실상 금감원이 감독정책과 집행을 수행하면서 민간조직이 공권력적 활동에 과하게 개입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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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소처 독립, 산업 발전 저해 우려…편면적 구속력도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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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내부에서는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독립성과 권한 강화에 관심이 더욱 쏠린다. 전날 발표된 더불어민주당 정책 공약집에 따르면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해 금융소비자보호기구에 검사 기능을 부여하고 독립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기재부와 금감위로의 분리가 '정책 효율성' 측면이라면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독립은 '감독 철학'의 문제로 볼 수 있다.
현재 금감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는 금융사에 대해 자료제출 요청과 면담 등 민원조사 기능은 할 수 있지만, 자금추적이나 금융사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는 검사 기능은 없다. 검사 기능이 부여되면 금융사에 대한 금소처의 목소리가 커져 금융사는 소비자보호를 강화해야 한다.
다만 금감원 내부에서는 영업행위 규제가 지나치게 강해지면 산업 발전에 저해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불완전 판매나 불건전 영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다면 그만큼 영업위축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특히 금감원 내 금소처의 권한 강화에 그치지 않고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이 별도로 설립될 경우에는 '쌍봉형(Twin Peaks)' 감독체계가 구성된다. 금융사의 건전성 규제는 금감원이 맡고, 소비자 보호 등 영업행위 규제는 금소원이 맡는다. 소비자 보호 부문 감독을 따로 받게 돼 금융사로서는 압박이 두 배 늘어난다.
규제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영업 행위 규제와 금융사에 대한 다른 규제가 실무적으로 혼재돼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금감원이 은행검사 부문 내에서 준법검사국을 별도로 배치해 소비자 보호를 위한 영업 행위 규제를 한 적이 있으나, 업무 영역이 중복된다는 이유로 얼마 안 가 준법검사국이 폐지된 바 있다.
이에 더해 민주당이 공약한 '편면적 구속력' 제도로 인해 금감원 금소처가 수행하는 금융분쟁조정기능을 금융분쟁조정원으로 독립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편면적 구속력은 분쟁조정을 금융소비자가 수락하면 금융기관이 반드시 조정안을 수락하도록 하는 일방적 구속력을 부여하는 제도다. 소비자의 경우 피해구제가 빨라질 수 있다. 하지만 금융사 입장에서는 기재부, 금감위-금감원, 금소원에 이어 '시어머니'가 4명이 되는 꼴이다.
김도엽 기자 us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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