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올림픽 복싱 종목을 주관하게
될 새 국제 복싱 기구인 월드 복싱(World Boxing)이 성별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복싱 66㎏급 금메달리스트 이마네 칼리프(26·알제리)에게 유전자 검사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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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복싱은 지난달 31일(이하 한국시간) 발표한 공식 성명을 통해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모든 남녀 선수들은 의무적으로 성별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월드 복싱이 도입하는 성별 검사는 중합효소 연쇄 반응(PCR) 유전자 검사다. 이를 통해 출생 시 염색체 기준 성별을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여성부에 출전하는 선수에게 남성 염색체가 확인될 경우 해당 선수의 검체는 독립적인 전문가에게 맡겨보다 전문적인 검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성별 검사는 각국 복싱 연맹이 시행하고 결과를 월드 복싱에 제출해야 한다. 선수는 결과에 항소할 권리가 있다.
월드 복싱은 “이는 모든 참가 선수의 안전을 보장하고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동등한 경쟁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의 직접적인 타깃은 알제리 복싱 선수 이마네 칼리프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열린 파리 올림픽에서 여자 복싱 금메달을 따낸 칼리프는 대만의 린위팅(대만)과 함께 성별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칼리프는 올림픽 개최 1년 전 국제복싱협회(IBA)가 주관한 복싱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생물학적 남성을 의미하는 ‘XY 염색체’를 가졌다는 이유로 실격당했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염색체만으로 성별을 결정할 수 없다. 여권에도여성으로 나와있다”면서 칼리프의 파리올림픽 출전을 허용했다.
결국 칼리프는 논란에도 불구, 압도적인 경기력을 뽐내면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상대 선수가 칼리프의 펀치를 맞고 눈물을 흘리며 경기를 포기하는 일도 일어났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올림픽 16강전에서 칼리프를 만난 자국 선수의 경기를 앞두고 “남자 선수가 출전하는 건 부당하다”며 “남성의 유전자를 가진 선수가 여자부에 뛰면 안 된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파리올림픽 이후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던 칼리프는 2028 LA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복귀를 선언했다. 이달 5~10일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서 열릴 복싱 컵 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하지만 월드 복싱의 새 방침에 따라 칼리프가 이 대회에 출전하려면 먼저 성별 검사를 거친 뒤 월드 복싱에 인증서를 제공해야 한다.
월드 복싱 이전에 올림픽 복싱을 관장했던 IBA는 칼리프와 린위팅이 2023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두 선수 모두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출전을 금지했다.
참고로 올림픽 종목 가운데 성별을 감별하기 위한 유전자 검사가 도입된 것은 세계육상연맹에 이어 월드 복싱이 두 번째다.
앞서 세계육상연맹은 2023년 사춘기 동안 남성 호르몬 영향을 받은 트랜스젠더 선수의 여성 종목 출전을 금지했다. 올해 초에는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남성 수준의 자연적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지닌 선수의 출전도 엄격하게 제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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