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초대 회장 송진우, 2000년 출범 당시 정치권·노동계 연대 인연
[차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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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권영국 후보의 번호인 5번을 손으로 그리고 있는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와 송진우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초대 회장 |
ⓒ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 페이스북 |
KBO 역대 최다승인 210승 기록을 가진 한화 이글스의 전설적인 투수이자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의 초대 회장인 송진우(현 세종원스톤야구단 감독)가 하루 간격으로 민주노동당 권영국,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를 만났다.
먼저 권영국 후보 페이스북에 따르면 두 사람은 30일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촬영장에서 마주쳤다. 송진우 전 회장은 권 후보에게 '토론을 제일 잘했다'는 덕담으로 응원했다고 한다.
권 후보는 송진우 전 회장과 진보 정치와의 인연도 소개했다.
2000년 송진우 등 선수들이 KBO와 구단들의 반대에도 불구, 프로야구선수협회를 창립했을 때(2차 선수협 사태) KBO는 협회에 가입한 선수들을 방출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12월 20일 선수협 관련 주축멤버 6인 송진우, 양준혁, 마해영, 박충식, 최태원, 심정수를 자유계약 공시하며 사실상 방출했던 것이다.
권 후보에 따르면 이때 단병호 당시 민주노총 위원장이 적극적으로 연대하며 선수들을 도왔고, 민주노동당 당원들도 선수들을 적극 지원했다고 한다(관련 기사: 선수협과 KBO TV토론 & 노총 항의방문 https://omn.kr/2k3o).
실제 민주노총은 2000년 12월 21일 '프로야구선수협 탄압하는 KBO 자폭하라'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KBO가 프로야구선수협의회 집행부 선수들을 자유계약 선수로 내쫓은 것은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인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면서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가혹한 사형선고를 내린 폭거로 규탄 받아 마땅하다"라며 "민주노총은 KBO와 8개 구단 사장들이 프로야구선수협의회 탄압을 당장 중단하지 않으면 선수협, 시민단체,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과 연대해 KBO에 대해 강력히 투쟁해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왜 나섰느냐" 물음에 "당연히 우리가 총대 메야" 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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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한화이글스 유니폼 입고 투구 동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1일 대전 서구 보라매공원에서 열린 유세에서 송진우 전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선수에게 받은 유니폼을 입고 투구 동작을 하고 있다. 송 선수는 "21대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며 영구결번된 21번 자신의 유니폼을 이 후보에게 선물했다고 밝혔다. |
ⓒ 이희훈 |
단병호 전 위원장은 현재 권 후보 캠프에서 고문으로 함께하고 있다. 권 후보는 또 "미국과 일본에는 야구선수 노조가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야구선수는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노조를 만들 수 없다"며 "야구선수들은 다 고액연봉 받지 않느냐 하지만 오해다. 작년 자료에 따르면 10개 구단 559명 중 절반이 연봉 5천만원이 안 된다. 전체 선수의 15%는 최저연봉, 즉 3천만원을 받는다"라고도 썼다.
당시 '협상 테이블에서 입 다물고 앉아 있기만 해도 고액의 연봉이 보장될 그들이 왜 이렇게까지 나서게 되었을까'를 궁금해한 한 PD의 질문에 "고액 연봉자들이 왜 이러느냐구요? 그 질문 백번도 더 듣겠네. 아니 당연히 우리가 총대를 메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게 그렇게 이해 안돼요? 연봉 천 만원 받고도 감사합니다 하는 애들이 이런 거 할 수 있겠어요? 우리한테도 지금 이렇게 대하는데 걔들이 나서 봐요. 어떻게 되나"라고 송 회장이 답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2000년 12월 22일에는 임종석 등 16명의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송진우를 비롯한 선수협의회 대표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선수협을 지원하는 의원모임'을 결성했다(관련 기사: "선수협 구성 자체를 막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 https://omn.kr/1ilf). 이들은 "선수협의 사단법인화는 법에 보장된 권리로서 존중돼야 한다"며 KBO를 압박했고, 결국 이듬해 1월 21일 선수협과 KBO는 선수협 참여선수에 대한 불이익 금지, 구단 대표 6명 방출조치 철회 등의 내용이 담긴 합의문을 작성하게 된다(관련 기사: 선수협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https://omn.kr/1z9k).
이후 선수협은 현재까지 선수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복지를 증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5월 29일 두산 베어스의 두 선수가 2군행을 통보받고 팬들이 보는 앞에서 버스 출발 직전 하차, 택시를 불러 귀가하는 장면이 사진과 영상으로 퍼져 SNS상에서 논란이 되는 등 "미국과 일본처럼 선수들의 인권과 노동3권을 보호할 수 있는 강력한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한편, 송진우 전 회장은 3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유세차에 올라 유니폼을 선물하며 "지금 위기의 대한민국을 살릴 후보, 국민의 삶을 살필 수 있는 후보는 이재명뿐이다. 많은 지지를 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이재명, 송진우 21번 유니폼 입고 "통합하는 대통령 되겠다" https://omn.kr/2dwv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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