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포럼서 中 총장 ‘자성론’ 언급
“딥시크·유니트리·DJI 설립자 모두 박사 아냐”
중국 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 [연합]
[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중국 과학·기술 박사학위 교육이 논문 숫자 등에 지나치게 치중하고 있어 혁신적 연구에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왕수궈 중국 푸야오과학기술대(FYUST) 총장은 최근 열린 정보기술(IT) 기업인 소후의 연례 과학·기술 콘퍼런스에서 “딥시크의 창립자 량원펑이 박사학위를 추구했다면 딥시크의 출현을 상상할 수 있었을까”라며 중국의 최근 기술적 혁신은 대학 연구실이 아닌 ‘박사학위 없는 사업가의 기업들’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푸야오과기대는 중국 유리 제조 분야 1위 기업인 푸야오그룹의 창업자 차오더왕이 1000억위안(약 19조원)을 들여 고향인 남동부 푸젠성에 설립한 학교로, 올해 정식으로 인가를 받았다. 초대 총장인 웡수궈는 하얼빈공대와 시안공대 등 중국의 명문대에서 총장을 역임한 로봇 분야 권위자다.
왕수궈 총장이 언급한 량원펑은 2010년 중국 저장대에서 정보통신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이후 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의 모회사가 되는 헤지펀드 하이플라이어를 설립했다. 딥시크를 만든 것은 2023년이다.
왕 총장은 중국 로봇업계를 선도하는 유니트리 설립자인 왕싱싱과 세계 1위 드론업체 DJI를 만든 왕타오(프랭크 왕)의 사례도 들었다. 왕싱싱은 기계공학 석사, 왕타오는 전자·컴퓨터공학 및 철학 석사다.
그는 단일 분과학문에 집중하는 중국 박사 교육 시스템이 사회 발전과 학문의 단절을 초래할 것이라며 “박사 교육은 단일 분과학문에 초점을 맞춘 작은 틀에서 벗어나 사회와 직접 교류해야 하고, 이것이 교육 개혁의 필수 과제”라고 강조했다.
왕 총장은 올해 신입생 모집을 시작한 푸야오과기대는 학부생이 8년 안에 박사학위를 취득하도록 하는 게 목표고, 이론적 깊이와 산업적 전문성을 겸비한 인재를 양성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네이처 인덱스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2022년 처음으로 미국을 넘어 세계 주요 과학 학술지 연구 논문 최대 기여국이 됐다. 당국의 인적·물적 집중 지원에 따른 결과다.
그러나 한편에선 중국의 고등교육 시스템이 지나치게 전문화하고 좁게 정의돼있다는 문제도 제기돼왔다. 왕 총장의 언급이 파장을 낳으면서 바오완핑 베이징사범대 교수는 중국과학보 논평을 통해 “분과학문 간 장벽을 깨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3월 연례 최대 정치행사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과학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 개혁이 필요하다며 기초 과학 및 다학제적 과학 연구에서의 진전과 대학·기업·지방정부의 공동 혁신 등을 주문한 바 있다.
SCMP는 지난 몇 해 동안 중국의 10여개 대학이 AI와 산업 융합에 초점을 맞춘 학제 간 연구센터를 설립했고, 중국 교육부가 올해 학사 수준의 직업 대학 23개 개교를 승인하는 등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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