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산하 디지털자산위원회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비은행권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해 신중론을 밝힌 데 대해 공식 논평을 지난 2일 발표했다.
위원회는 “디지털자산의 본질은 민간 주도의 탈중앙화 생태계에 있다”며 “한국은행은 규제기관이 아닌 만큼, 통화정책과 금융안정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병덕 디지털자산위원장
최근 한국은행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사실상의 화폐’로 간주하며 비은행 기관 발행이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것에 대해, 위원회는 “중앙은행 중심의 인허가·감독권 행사 방식은 글로벌 규제 및 기술 동향과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 주요국에서는 중앙은행이 아닌 금융당국이 스테이블코인 감독권한을 행사하고 있으며, 중앙은행은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측면에서 제한적인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
위원회는 디지털자산 규제 권한이 국회의 입법을 통해 민주적으로 정립돼야 할 사안임을 분명히 했다. 특정 기관이 선제적으로 관할권을 주장하기보다는 입법과정을 통해 사회적 합의와 전문적 검토를 바탕으로 규율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민병덕 의원이 대표발의 예정인 디지털자산기본법 초안에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요건으로 ▲100% 준비자산 확보 ▲최소 자본금 요건 등을 명시하고 있으며, 인가 권한은 금융위원회에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은행이 발행 인가 단계부터 중앙은행의 실질적 권한 부여를 주장하는 상황에 대해, 위원회는 “발행 주체를 둘러싼 주도권 다툼처럼 비치는 모습은 디지털자산 산업 발전과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또한 “한국은행은 금융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기관으로서,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디지털자산 산업을 진흥·육성하는 데 적합한 위치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디지털경제 시대 국가 주권 확보와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전략적 자산이라는 점도 논평에서 강조됐다.
위원회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국내 결제수단은 물론, 기존 플랫폼 산업과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 등 다양한 활용 가능성이 있다”며 “이러한 창의적 활용은 소수 은행이 아닌 민간 영역에서 추진할 때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또 “초기부터 민간의 혁신 역량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민관 협력 생태계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발행 주체를 은행 등 일부로 제한할 경우, 글로벌 네트워크와의 상호운용성 부족, 제한된 참여로 인한 활용처 미비로 스테이블코인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으며, 나아가 국내 시장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잠식당할 위험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당국 간 이견으로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가 지연되는 사이, 해외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무제한 유입돼 자금 유출과 금융주권 훼손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면 미국에서는 GENIUS 법안 등이 빠르게 통과될 것으로 예상돼 글로벌 규제 주도권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민병덕 디지털자산위원장은 “글로벌 규제 흐름은 민간의 혁신을 적극 활용하면서도 투명한 감독으로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한국도 이러한 추세에 맞춰 각 주체가 본연의 역할을 다하는 민관 협력 모델을 통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선진적으로 육성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아 (cha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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