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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뉴스]중국 간 1세대 석학 "중국에선 적어도 과학자가 최고 직업"

온카뱅크관리자

2025-06-04 06:07:29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이영백 푸단대 석좌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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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지난 5월 서울 중구 모처에서 만난 이영백 중국 푸단대 석좌교수. 이채린 기자"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6/04/dongascience/20250604060017614kysu.jpg" data-org-width="680" dmcf-mid="pkESqITNCL"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6/04/dongascience/20250604060017614kysu.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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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서울 중구 모처에서 만난 이영백 중국 푸단대 석좌교수. 이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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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차했습니다." 
 한 물리학 석학은 65세를 앞두고 방황했다. 수십 년 연구에 몸담았지만 아무리 찾아도 정년 뒤 한국에서 연구를 이어갈 곳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대학에 '정년 연장'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뒤 눈치가 더욱 보였다. 자신이 학교에서 공간을 차지하고 후배들에게 갈 월급을 축내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정년 은퇴한 2018년, 한국에서 느꼈던 구차함은 중국에서 설렘으로 바뀌었다. 앞으로의 연구계획을 설명하고 연구비를 따는 평범한 연구자가 하는 일을 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연구 희열'이었다. 수명이 끝난 줄 알았던 연구에 불이 붙었다. 
 5월 초 서울에서 만난 '메타물질' 분야 석학 이영백 중국 푸단대 석좌교수는 2019년 중국으로 자리를 옮긴 과정을 담담히 설명했다. 메타물질이란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특이한 전자기적 성질을 갖도록 인공적으로 설계된 물질이다. 2019년 당시 이공계 석학이 중국으로 옮긴 사례가 거의 없던 때다. 중국으로 이동한 1세대 이공계 석학인 셈이다. 이 교수는 "정년 이후 한국에 있고도 싶었지만 아무도 나를 잡지 않았다"고 말했다. 
 2000년부터 한양대 교수로 재직한 이 교수는 빛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스핀 광자결정'과 메타물질을 포함한 전자파 제어 기초·응용 분야에서 선도적인 연구를 수행한 석학이다. 현재 국내 이공계 석학단체 '과학기술한림원(과기한림원)' 정회원이다. 한림원 정회원은 국내에 딱 500명이다. 
 1992년 IR52 장영실상(과학기술처 장관상), 2008년 한양대 석학교수상, 2002년 한국과총 제12회 과학기술우수논문상, 2014년 성봉물리학상을 수상했다. 한국물리학회 회장, 기초과학관련학회협의체 회장을 역임할 정도로 국내 물리학계에서 영향력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정년이 가까워질수록 막막해졌다.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에 따라 대학교수 정년나이가 65세로 정해져 있어 정년 연장이 쉽지 않았다. 대부분 사립대는 재정이 넉넉하지 않아 고연봉인 이공계 석학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연구기관 자리도 마땅한 곳이 없었다.
 이 교수는 "정년 연장을 해주지 않는 것은 대학의 잘못이 아니기 때문에 무리하게 요구하고 싶지 않았다"며 "나만 나가면 후배들 몇 명이 새로 들어올 수 있겠다고 생각하니 나가는 게 현실적으로 맞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2018년 정년퇴임을 한 뒤부터 미래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소설을 즐겨쓰던 이 교수는 본격적으로 글을 더 써볼 계획이었다. 그러던 중 미국 아이오와주립대에서 박사과정을 보낼 때부터 알았던 동료 과학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푸단대로 자리를 옮기게 됐는데 함께 푸단대에서 연구를 하지 않겠냐'는 제안이었다. 중국 상하이에 있는 기초연구 중심 종합대인 푸단대는 2025년 영국의 대학평가기관 타임스고등교육(THE)이 발표하는 아시아 대학평가에서 서울대보다 8단계 높은 7위에 오른 중국 최고 명문대 중 한 곳이다. 
 이 교수에게 중국은 연구와 관련해 낯선 곳은 아니었다. 2002년부터 한국과학재단(한국연구재단 전신)이 지정한 신규 우수연구센터(SRC)인 양자 광기능 물성 연구센터 소장을 9년 동안 맡으며 중국과 지속적으로 협력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1992년 한중 수교가 시작된지 얼마 안 된 데다 중국의 과학 수준이 높지 않아서 수십 명의 중국 학생들이 SRC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에 물리학을 배우러 왔다"고 말했다. 
 동료 과학자의 제안을 수락했지만 이 교수가 바로 중국으로 이동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6개월간 푸단대 학과, 단과대학, 대학본부 등 3단계에 걸쳐 이 교수가 푸단대로 옮겨 연구를 이어가게 할지 심사하는 과정이 이뤄졌다. 대학 관계자들 앞에서 그동안의 연구결과와 앞으로의 연구계획을 발표하는 면접도 봤다. 연구 경력이 많아 한국에서 연구를 평가하는 데 익숙한 이 교수에게 신선한 경험이었다.
 그들은 눈을 반짝이며 이 교수의 연구에 대한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꼼꼼히 질문을 쏟아냈다. 이 교수는 "오랜만에 연구에 대한 질문을 들어 가슴이 설렜다"며 "나뿐 아니라 모든 과학자에게 연구는 끝이 없지 않나. 그 생각을 다시금 했다"고 회상했다. 
 2018년 말 푸단대로 자리를 옮겨 연구를 진행해 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푸단대에 임용된 최초의 한국인 석좌교수였다. 주거공간을 지원하고 강의 없이 오로지 연구만 진행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중국 체류기간도 자유로웠다. 1년 중 최소 3분의 1만 중국에 머무르면 됐다. 이 교수는 "푸단대에서 원사급의 자격을 줬다"고 말했다. 중국의 최고 과학자 직책인 원사는 대표적인 국가과학자 우대정책으로 차관급 대우와 예우를 평생 받을 수 있다. 원사급인 덕에 중국 체류기간 중 1등급 호텔에서 머무를 수 있었다. 
 하지만 푸단대에서 이 교수에게 대규모의 연구비를 무조건 주는 것은 아니다. 3년 동안 연구비 100%를 지원했지만 이후에는 이 교수가 직접 연구비 일부를 따와야 했다. 이 교수는 중국 정부, 상하이 정부 등으로부터 연구비를 직접 따고 3년마다 푸단대와 계약을 갱신했다.
 한국에서 정년을 앞두거나 정년이 지나면 연구비를 얻어낼 확률은 희박하다. 정부 과제 대부분이 3~5년 단위로 진행되지만 정년이 가까운 교수는 과제 기간 중 퇴직할 가능성이 있어 평가에서 불리하다. 정년이 지나면 연구실, 함께 일할 연구원을 구하기 어렵다. 한국 석학들도 "정정당당하게 연구비를 따면 정년에 구애받지 않고 정부에서 제대로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하는 이유다. 
 이 교수는 "한국에 정년을 앞둔 60세가 되면 대학교수들이 연구비를 신청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며 "중국은 지역별로 갖고 있는 연구기관과 연구지원금이 있어 연구비를 받을 곳이 다양하다"고 했다. 현재 푸단대와 2019년, 2022년, 2025년 3번의 계약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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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중국 푸단대 전경. 위키미디어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6/04/dongascience/20250604060019081boje.jpg" data-org-width="640" dmcf-mid="uLklzOvaTi"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6/04/dongascience/20250604060019081boje.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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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푸단대 전경. 위키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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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서 이 교수는 메타물질을 이용해 빛을 완전히 흡수하는 '완전흡수체'를 연구 중이다. 기초과학 연구지만 동시에 혁신적인 기술로 발전할 수 있다. 개발된 메타물질을 전자파 차폐재로 활용하면 혁신적인 크기와 모양으로 전자기기를 만들 수 있다. 또 안테나 성능을 대폭 개선해 통신 신호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이 교수는 "푸단대는 기초과학이 혁신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 계속 투자 중이다"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연구를 이어가는 데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영입시 내세운 조건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고 날씨, 음식 등이 낯선 지역에서 지나치게 도전적인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교수도 SRC 사업을 통해 푸단대와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왔고 절친한 동료의 제안이 아니었다면 쉽게 자리를 옮기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앞으로 중국이 더 이상 외국인 연구자를 적극적으로 영입하려고 노력하지 않을 수 있다. 중국 과학기술 수준이 세계 최고 과학 선진국인 미국과 비등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정부 들어 미국이 연구비를 대폭 줄이면서 전 세계 연구자들이 중국 등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과학자 예우, 연구 환경, 과학기술 등 중국으로부터 배울 건 배워야 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공격적인 국가과학자 우대정책으로 과학자의 위상이 높다.
 이 교수는 "중국 과학의 미래가 밝은 이유는 청소년부터 과학자란 직업이 최고의 직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며 "푸단대의 경우 중국판 수능 ‘가오카오’에 응시하는 약 1335만 명 중 상위 0.01%가 입학할 수 있어서 푸단대 학생들은 엄청난 경쟁을 뚫고 들어와 과학자를 꿈꾸고 있다는 자부심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수학, 과학 영재들에게 멘토로 조언해준 적 있는데 학생들이 결국 의대생이 되는 모습을 보며 허탈했다"고 말했다.
 "이공계 연구자들의 중국 이동이나 중국과의 협력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왜 중국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는지 먼저 이유를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쉽게 결정한 것은 아닐 겁니다. 또 미국, 유럽 등 과학선진국과 비등하거나 이미 추월한 중국과의 연구를 빼놓고는 세계적인 성과를 달성하기 어렵지요. 저도 과거와 달리 이제 푸단대에 머무르며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중국의 과학기술이 한국에 공유될 수 있도록 방법을 생각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Q. 푸단대를 비롯해 중국에서의 연구환경이 궁금하다. 
 "기초과학 연구 중심대학인 푸단대는 각 대학이 공장과 비슷한 시설을 갖고 있다. 학생들이 기초연구를 토대로 바로 실용적인 결과물로 대학 내에서 바꿔볼 수도 있는 것이다. 푸단대 내에는 3·4·5성급 호텔을 두고 외국 연구자를 머물게 하며 적극적으로 교류에 나서고 있다. 연구비가 많지만 연구비 경쟁이 쉬운 것은 아니다. 한국보다 경쟁자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Q. 중국 이동 전 들었던 생각은?
 "중국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흔치 않았던 때라 '과연 중국으로 원활하게 갈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있었다. 조건이 유지될 수 있을지 걱정하기도 했지만 중국과 오래 전부터 교류하며 잘 알고 있어 중국에 대한 어느 정도 신뢰가 있었다. 하지만 이같은 신뢰가 없다면 무조건 중국으로 이동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중국 이동을 망설이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Q. 중국으로 이동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도전하고 싶었다. 아직 하고 싶은 일과 연구가 있었다. 한국에 머무르면 양보하거나 포기해야 할 일이 많을 것 같았다. 명예교수도 정규직이 아니지 않나. 오히려 푸단대에 일자리를 찾으며 한국에서 한림원 활동 등 다양한 일을 적극적으로 이어갈 수도 있었다."
 Q. 최근 중국으로 인재 유출되는 것에 대해 경계가 높아지고 있다.
 "회사 등 기술유출의 위험성이 아니라면 크게 경계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걱정되는 분야는 미리 이공계 연구자들이 이동하지 않도록 정부에서 더욱 신경써야 한다. 지난 정부의 R&amp;D 예산 삭감을 보며 기가 막혔다. 과학자들을 '카르텔'로 보는 시선에 과학자로서 너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특히 젊은 연구자들의 연구비가 줄어드는 상황을 보며 젊은 세대에 대해 안타까움이 들었다.  문제는 앞으로 중국의 과학기술 수준이 높아져 인재 유출 사례가 적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제는 한국이 중국의 지식을 어떻게 공유받고 한국의 과학기술 수준을 높일 수 있는지 전략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Q. 앞으로의 계획은?
 "할 수 있는 데까지 연구를 이어가겠다. 책도 계속 쓸 계획이다. ‘소설-허난설헌 평전’, '기나긴 여울' 등을 펴냈는데 최근 '소설-조선의 당쟁 1'이 출판됐다. 살아가며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책으로 남기고 싶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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